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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13. 2020

금전적 베풂만이 덕을 쌓는 것은 아니다

생활 속에서도 덕을 쌓을 방법이 있다 하니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그 기억을 떠올려 보려 한다. 30대쯤의 어느 날이었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소매치기를 당한 적이 있다. 주머니를 '탈~탈~' 털린 뒤라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내 지갑을 감쪽같이 털어 간 그 범인의 윤곽 정도는 추적하고 싶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문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래 바로 '그 사람이 분명할 거야'.. 심증적 범인은 아마도 30대 후반의 여성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날 아침 출근을 위해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가 도착하자 승차를 했다. 그런데 바로 뒤 여성이 뒤따라 타면서 '밀지 마세요'라는 짜증스러운 말투와 함께 자신의 몸을 내 몸 쪽으로 밀착시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여성이 뒷사람에게 밀려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바로 그 여성 열한 소매치기 수법이었다는 것을 지갑을 털리고 난 뒤에야 알았다. 지갑에는 그 당시 돈으로 7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돈 액수만큼은 쉽게 잊히지 않을 정도로 당시로선 적지 않는 돈이었다. 


이런 내 살과 피와도 같은 소중한 돈을 소매치기당하고 보니 밀려드는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연기처럼 사라진 돈에 망연자실 넋 놓고 있어 봐야 어차피 되돌아올 수 없는 돈이라는 것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다 똥 밟았고, 액땜을 했다 치자'라며 스로 위안을 삼아도 이미 찾아온 상실감은 쉽게 나가려 들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지하철과 버스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에서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악질 소매치기 범들이 기승을 부릴 때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소매치기범들이 궤멸되는 처참한 운명을 맞게 되었다. 국가 공권력의 단속이 워낙 철저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현금 소지가 필요 없는 신용카드라는 전자식 금융거래가 이들을 궤멸의 길로 이끈 게 아닌가 추정된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이명수

전자금융이라는 시대 흐름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 또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가로 8.9센티미터 세로 5.3센티미터 두께 1 밀리미터 되는 조그마한 카드 한 장이면 언제 어디서나 장소 구애받지 않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 편한 세상에 내 지갑이라고 현금이 들어 있을 이유 없었다. 단 이발을 하고 받은 거스름돈의 경우는 예외 었다.


지난주 일요일에도 마찬가지다. 이발을 하고 받은 거스름돈을 지갑에 고이 넣어 두었다. 그다음 날 출근길,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 값을 그 돈으로 지불했다. 그런데 그곳 편의점 직원의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방식이 마치 어릴 적 엄마가 사탕을 두 손으로 포근히 감싸 안으며 쥐어 주는 것이 아닌가, 그 따스한 손길의 체온이 지금도 뇌리에 남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불교에서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일도 덕을 쌓는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밝고 편안한 얼굴로 대하면 상대방의 기분도 좋아 덕을 쌓는다고 했다. 칭찬과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 준 상대는 기쁨을 얻기 때문에 덕을 쌓는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것도 베풂이고 덕을 쌓는 일이라고 했다. 그 편의점 직원의 경우는 거스름돈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했으니 이 또한 덕을 쌓는 일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논어의 이인 편에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으로, 남에게 덕을 베풀며 사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에서 인정을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남을 배려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이들은  금전적 베풂만이 덕을 쌓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꼭 금전적 베풂만이 덕을 쌓는 일은 아니라고 한다. 위에서 밝힌 예와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덕을 쌓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하니 그렇게 차고 넘치는 넉넉한 덕을 쌓아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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