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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Sep 03. 2020

나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고 있다

지난주 월요일 출근 준비를 마친 나는 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차창문을 살며시 열었지요, 낮에는 30도를 오르내리는 늦여름이라고 하지만 차창밖에서 불어오는 공기는 제법 선선하고 상쾌했습니다, 


이른 새벽 아침,상쾌한 공기는 코와 입으로 마시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할 채비를 갖춘듯해 보이는 가로수 나무는 눈으로 느끼며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어느 정류장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버스에 오르며 건네는 인사가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와 상량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던 그녀는 몇 정거장 후 내릴 때도 역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였습니다. 그 이후 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버스에 오른 그녀는 오늘 아침까지도 이런 인사를 빼놓지 않고 하는 것을 보고 그녀의 인사에 진심이 녹아 있음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인사는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수시로 일어날 수 있기도 하고요, 한솥밥을 먹는 식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 직장에서 동료와 선후배 사이 등등.. 인간관계는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난다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와 불경기로 인해 좋은 일들보다 괴로운 일들이 많다 보니 사람들간에도 인사에 인색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일상 속에서도 인사가 점점 사라저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출. 퇴근길 마을버스를 이용하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승객들 대부분은 오르고 내릴 때 아무 말 없이 그저 단말기에 교통카드만 댈 뿐입니다. 인사를 하는 승객들은 별로 없고 버스기사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그저 형식적인 대답뿐입니다. 인사라는 게  할 때뿐만 아니라 받는데도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들곤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그 아주머니의 진심이 엿보이는 변함없는 인사가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기준으로 예쁘다고 할 수 없는 그녀,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인사를 건넬 줄 아는 그녀야말로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그녀를 만나는 아침 출근길이 괜히 행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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