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 징~징~'
지난 3월 1일 삼일절이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그야말로 방콕 하기 딱 좋은 날이었지요, 그런데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스르르 들 찰나 었습니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의 진동음이 요란했습니다.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남원 춘향골에 사시는 매형이 보내신 메시지 었습니다.
사실 누나와는 전화통화를 자주 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매형과는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누나가 매형보다는 허물없이 대화를 주고받기가 편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매형과는 설, 추석 같은 명절이나 신년 새해 등 의례적인 안부 인사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이런 나에게 매형이 먼저 '처남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있지'라는 안부 문자와 함께 직접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두장도 함께 첨부해 보내 주셨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곧바로 답장 메시지를 매형에게 보냈습니다.
매형
잘 계시죠?
사진이 예쁜데 홍매화예요?
이에 매형은 남원에는 지금 홍매화가 아주 예쁘게 피어오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꽃이 지기 전에 한번 놀러 오라는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매형의 답장의 의미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홍매화는 그저 홍매화 일뿐, 매형의 진짜 속마음은 따로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것은 매년 3월 이맘때가 되면 매형은 처남더러 남원에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바쁜 농번기가 되기 이전에 처남과 함께 갖는 시간을 원하셨던 것이지요, 그리고 상경하는 길에는 마늘 깨 고춧가루와 같은 양념재료는 물론, 힘들게 지어 빻아 놓으신 쌀까지 아낌없이 내어 주셨던 매형이었습니다.
이런 매형이 올해도 어김없이 홍매화 사진을 핑계로 처남을 남원 춘향골로 불러들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남원을 가게 되면 조그마한 마음의 선물이라도 매형에게 전해 주고 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매형에게 전화를 걸어 넌지시 물었지요,
매형
'뭐 갖고 싶으신 선물은 없으세요'
'처남, 왜'
'그냥요'
한사코 없다던 매형이 조심스럽게 꺼낸 선물은 의외 었습니다.
'그럼 모자나 하나 사줘...'
'모자는 왜요..'
'내 앞머리가 다 빠지고 없잖아.. '
매형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몇 년 후면 매형의 나이도 어느덧 칠순에 접어듭니다. 이런 매형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월의 흔적, 그것은 어느 날부터 쑥쑥 빠져나간 머리카락들로 인해 앞머리가 휑한 모습에 있고 그래서 그 어느 것 보다도 모자가 필요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은 받는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값비싼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선물은 값진 선물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라지요, 그래서 이번 주말, 매형에게 가장 값진 선물이 될지 모를 모자를 사들고 남원 매형 집으로 향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려 봅니다. 모자를 쓰고 활짝 웃는 매형의 행복한 모습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