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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숲 May 28. 2024

[엄마는 처음이라] 어쩌다 보니 13개월째 모유수유

모유수유. 엄마젖을 아기에게 먹이는 행위라는데.


아기 낳기 전까지만 해도 수유방식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없었다. 나는 몇 개월 모유수유를 했다고 하고, 주변에서 꼭 모유수유를 해야 해, 그런 것도 없었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젖병 사고 젖병 소독기 사고.. 임신 막달에는 거의 병원에 누워 있느라 아기가 하루라도 뱃속에 더 있어야지에 집중해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


아기를 만나고, 수술한 배가 너무 아파서 걷지 못하는 날들이 한 이틀쯤 지나갔나. 간호사님이 아침 회진 하시면서 지나가듯, 초유 나오기 시작하면 유축해서 아기한테 줘야 한다고. 나는 젖이 빠르게 돈 편이라(이때부터 젖소부인의 기질이...) 3일째 유즙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부지런히 유축해서 신생아실에 갖다 줬지. 내가 있던 병원은 코로나로 모자동실이 안되어서 유축수유밖에 할 수 없었다. 초유는 색깔이 샛노란데, 초유 먹이는 게 엄청 중요하다고 하더라. 


산후조리원에 와서 본격 젖공장 가동. 아기 낳아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조리원에서 삼시 세 끼+간식 3번 다 먹고, 아기 수유콜 받아서 먹이고, 젖이 너무 많아서 가슴 딱딱해지니까 유축하다 보면 내가 젖공장, 젖소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이전에 무슨 일을 했던지, 어떤 사람인지 간에 산후조리원 안에서는 그냥 아기 젖 주는 엄마 n번이니까.


모유수유에 아무 생각이 없던 엄마 n번은, 산후조리원에 와서 생각보다 젖이 너무 잘 돌았고, 생각보다 아기가 너무 잘 받아먹어서 모유수유를 해볼까 했고, 산후조리원에서 손꼽히는 산모가 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모유수유에 대해 약간 가스라이팅이랄까, 물론 아기에게는 모유수유가 너무 좋겠지만, 너무 잘하고 있다고 일 년에 몇 명 못 보는 산모라며 다른 산모 앞에서 치켜세울 때는 이게 그럴 정도의 일인가 싶어서 좀 민망했다. 모유든 분유든 아기만 잘 자라면 되는 거 아닌가, 흠.


모유수유의 장점은 아기에게 좋다고 하는 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고(연구 결과가 그러하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생리가 중단되는 편안함과 젖병 세척 등등 자질구레한 일들이 엄마 젖으로 해결되는 간소함이다. 그리고 아기가 오물오물하는 입이 너무 귀엽다.


반면 단점은 줄어드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전혀 분담될 수 없는 구조.. 어쩔 수 없이 엄마가 수유를 다 해야 하니 다른 양육자, 예를 들면 아빠가 수유를 도와줄 건더기가 없다. 아기 아빠는 내심 좋아했을지도 흠. 수유에 대해서 엄마가 다 안고 가야 하니까, 당연히 아기하고 엄마가 더 밀착될 수밖에 없고, 엄마는 혼자 밖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늦춰졌다.


별 큰 뜻 없이 모유수유를 13개월째 진행하고 있는데, 슬슬 고민이 된다. 원칙으로는 두 돌 까지는 먹이라고 하는데, 얼마 전 방문한 산부인과에서도, 영유아검진 때문에 찾아간 소아과에서도 모유수유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권유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기가 치아가 나기 시작하니 이가 썩을 염려도 있고, 하는 건 좋은데 나중에 단유 할 때 아이의 저항이 상당할 거라며. 돌이 지나니 슬슬 자아가 생기는 아기라 단유 하면 강성울음을 며칠 견딜 것이 충분히 눈앞에 그려지니까. 


그건 내 생각이고, 아기는 오히려 준비가 되었는데 엄마가 준비가 안된 건지도 모르겠다. 분리 불안 있는 엄마이려나. 앞으로 5개월만 더 해볼까 싶은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니까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는 모르고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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