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읽고 난 뒤, 말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튜브나 다른 플랫폼에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설득하기 위해 읽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말들이 사실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체계화’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들의 이야기와 결합하고, 그 위에 자신의 색깔을 덧씌워 마치 원래부터 자기 것인 양 말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아무 의심 없이 동조하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졌다. 그냥 ‘설득력이 있네’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논리적 방식에 쉽게 휩쓸릴 수도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교하게 짜인 논리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말은 상대의 감정을 흔들어놓고, 그 감정이 움직이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생각을 바꿔놓기도 한다. ‘설득의 심리학’ 같은 책에서 이미 인간의 감정이 설득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는 언급되어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훨씬 더 오래전부터 이 점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치인이나 변론가, 종교인들까지 이런 기법을 활용해 사람들을 움직이는 모습은, 내게 꽤나 강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도 구체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보면서는 더욱 놀랐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권위 있는 직함이나 학위, 그리고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마주하면 쉽게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나 평판까지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지금껏 내가 접해온 수많은 말과 사람들의 모습 뒤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 재평가하게 되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당시의 맥락에서 논리와 설득의 기법을 학문적으로 정리한 것일 뿐, 곧바로 선동을 위해 사용하라고 쓴 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말 한마디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졌고, 그만큼 무분별하게 쓰일 위험도 커졌다고 느낀다. 책을 덮고 나니, 내 귀에 들어오는 모든 말이 왠지 ‘교묘하게 설계된 기술’처럼 보이는 것만 같았다.
결국 말은 한순간에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방향으로 쓰이든, 나쁜 방향으로 쓰이든, 핵심은 말 뒤에 감춰진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누군가 던지는 말의 논리와 감정, 그리고 화자에 대한 신뢰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나 자신에게 되새겨두고자 한다. 지금껏 무심코 받아들였던 말들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말하고, 또 어떻게 들을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