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스무 살, 그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설렘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컸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음악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때 처음 찾은 곳은 힙합 클럽이었는데, 들어서자마자 둥탁한 비트에 온몸이 흔들렸고, 가사는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곳은 소울, R&B, 랩뮤직 등 다양한 흑인 음악을 흐르는 곳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곡이 아마도 ‘Guru - Loungin' (Feat. Donald Byrd)’이었을 거다. 지하의 어두운 공간에서 느껴지는 쾌쾌한 냄새마저 정겹게 느껴졌고, 그때부터 나는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유롭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따뜻함을 전해줬다. 물론 음악도 좋았지만, 그들이 가진 자유로운 태도와 열린 마음, 새로운 에너지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 홍대는 유흥의 중심지로 유명하지만,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땐 훨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고, 그런 음악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그 시절을 기억하는 내 시선에서 그랬겠지만, 적어도 내게 홍대는 음악과 문화가 가장 활발히 뒤섞여 있던 곳이었다.
그렇기에 요즘의 홍대를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때 홍대를 누비던 ‘개성 강한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물론 여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고,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예전처럼 길거리 곳곳에서 문화가 뒤섞여 있던 활기찬 분위기는 점차 흐릿해져 가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는 내게 여전히 특별하다. 그곳에서 음악의 매력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고, 나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음악, 거리와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살아있는 기억이라 가끔은 그때의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그 시절 홍대의 문화가 모두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음악과 문화의 성지’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가능성을 믿으며, 가끔은 그때의 낭만과 자유로움을 떠올린다. 예나 지금이나 홍대는 여전히 다양한 사람들의 열정이 스며 있는 곳이니까.
나에게 홍대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곳에서 다시 한 번 음악과 사람들, 그 열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