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씨는 몇 살인가요
난임 여성들 사이에서 각자 자기소개를 할 때 반드시 언급하는 정보가 있는데, 본인 나이와 그 동안의 시도 횟수, 그리고 난소수치가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적인 나이가 많으면 임신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것도 맞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난소의 나이도 많은 영향을 준다. 난소수치라고 부르는 것은 난소기능검사(AMH)를 통해 측정된 난소의 나이를 의미한다.
사실 1, 2차까지 나는 나의 난소기능검사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왜냐면, 될 줄 알았으니까... ㅋㅋㅋ 장기전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직감한 순간 나는 나의 난소 나이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저는 30대 중반입니다만, 난소 씨는 몇 살이신가요. 이런 상황이랄까.
전원한 병원에서도 나의 AMH 수치가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전원을 결정하고 나면 반드시 AMH와 같은 기본 검사를 하게 된다. (전원할 때 뿐만 아니라 한참 쉬다가 진료를 재개할 때라든지, 필수적으로 자주 체크되는 수치다) AMH 검사는 피를 뽑아 진행하는 검사여서, 몸 속에 부족한 영양소는 무엇이 있는지, 혹 당수치나 간수치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 등등을 알아보기 위해 같이 피를 여러통 뽑는다.
나의 AMH수치는 매번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1.6 언저리의 수치가 나온다. 처음 난임 치료를 시작했을 때가 만 32세였는데 난소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던 셈이다. 내가 궁금했던 건 나의 생물학적 나이 먹음에 따라 난소도 같이 나이를 먹는지, 혹은 그것보다 빨리 늙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것이 엄청 궁금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도 수치가 비슷한 걸 보면 별다른 이슈가 없는 한 비슷하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
AMH 수치가 나오면 그걸 토대로 과배란시 대략 몇 개의 난포가 자랄지를 예측할 수 있다. 크게 0~7개의 경우, 8개~15개의 경우, 15개 넘게 많이 나오는 경우로 구간을 나누어서 예측을 해볼 수 있는데, AMH수치 0.69~2.27 사이는 과배란을 했을 때, 8~15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 (마리아 병원 검사 기준) 실제로 나는 모든 과배란에서 8~12개 사이의 난포를 채취해왔다.
AMH수치가 높아지면 예상 난포의 갯수가 늘어난다. 난포가 많이 나오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다낭성난소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 수십개의 난포를 채취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난포 속에 난자가 없는 공난포의 가능성도 있고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발생해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난포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난임 병원에 다니다 보면 의사의 손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난임 병원 선생님들은 대부분 하루에도 엄청난 시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손기술들이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개인적으로 손기술이 좋은 의사가 있는 것 같다. 앞서 내가 1,2차 시험관 시술을 받았던 삼신할배 원장님은 시술 후에 별다른 통증이 없었지만 그 이후의 시술들은, (물론 내가 차수가 더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진짜 아픈 경우들도 왕왕 있었다.
그리고 의사의 손 기술 못지 않게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건 피검사실 선생님이다. 그도 그럴 게 난임 병원 다니면 진짜 피 많이 뽑는다. 언젠가 남편과 90만원어치 피를 뽑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피 통을 몇 개를 채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저 길게 프린트 되는 피통 라벨과 끊임없이 나오는 피통을 보고 기함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ㅋㅋ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피검사실 선생님이 피 좀 안 아프게 뽑아줬으면 좋겠고 (그런 게 어딨겠는가. 그냥 피 뽑는 건 다 아프다) 이왕이면 피가 금방 멈췄으면 좋겠는데 등등. 이게 결국은 피 뽑을 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제일 슬픈 피검사는 화유가 진행될 때의 피검사다. 화학적 유산이 진행되면 피검사 수치가 일반적이지 않고 더디게 오르다가 곤두박질치게 되는데, 이걸 살펴보기 위해서 심할 땐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에서 피검사를 해야 한다. 임신이 종결되는 수치 0을 볼 때까지 피검사를 가는 마음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하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