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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히 May 12. 2024

자궁내막종+난관수종 수술후 관리

걷고 걷고 또 걷자


복강경 수술은 간단하지만..  


내가 수술을 하게 된 병원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난임병원이었다. 선생님의 경력도 믿을만 했고, 우리 동네에선 제일 큰 병원이어서 사실 더 큰 병원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바쁜 일상에 병원 진료로 인한 더 바쁨을 가중시키기 싫어서 주차도 발렛을 해주시고 1인실에 입원할 수 있는, 동네 큰 병원을 선택했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이 되고 배에 총 3개의 구멍을 뚫는다고 설명을 들었다. 배꼽에 하나, 양 난소 쪽(인가...? 여튼 골반 뼈 근처)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다. 복강경은 그 구멍으로 가스를 주입해서 배를 부풀리고 그 틈으로 장비를 넣어서 진행되는 수술 방식이다. 개복에 비하면 당연히 몸에도 무리가 덜 가고 그만큼 회복도 빠르다고 했다. 내가 입원을 해야 하는 건 단 삼 일. 나는 삼 일이면 내가 거뜬하게 다 나을 거라는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수술 당일 내 앞 환자의 수술이 길어져서 나는 예정된 시간보다 더 늦게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수술이 끝난 시간은 저녁 8시 무렵. 병실로 옮겨지는 침대 위에서 나는 눈을 떴고, 코로나로 인해 지정 보호자 1명만 입실이 가능한 탓에 2박 3일을 남편과 붙어 있었다. 겁쟁이인 나는 이미 페인버스터도 달고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에게 놓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진통제를 놔달라고 했다. 첫날은 진통제에 취해 비몽사몽 지나갔고, 진짜 큰 일은 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수술 후의 미션들 


이튿날이 되자 배를 부풀리기 위해 주입되었던 가스들이 통증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이 가스들은 아주 천천히 서서히 빠져나가는데, 수술하고 일주일 동안은 바지를 아예 입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수술하러 병원에 갈 때는 무조건 통 원피스를 입고 가는 걸 추천한다. 안 그러면 집에 갈 때 정말 울면서 집에 오게 된다는....) 피통에는 피가 찼고 배는 아프고.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잘못될까봐 바들바들 떠는데 간호사 선생님들은 내 몸에서 자꾸 뭘 빼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뺀 건 소변 줄. 자력으로(?) 소변을 보지 못 하면 엄청 아프게 다시 소변 줄을 껴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협박에 화장실도 들락날락 거리고 가스를 빼기 위해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별로 길지도 않은 병원 복도를 두 세번 왔다갔다 했을까?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웩. 


데스크에 앉아 계시던 간호사 선생님들이 빛의 속도로 봉투를 들고 달려오셨다;;; 링겔 들고 졸졸 따라오던 남편도 너무 당황하고; 헛구역질 몇 번 후 진정이 된 나는 병실로 다시 격리되고 말았다. 병실에 와서도 헛구역질은 멈췄지만 메스꺼움이 가시질 않아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하니, 페인버스터가 종종 메스꺼움과 헛구역질을 유발한다고 설명해주셨다. 결국 나는 페인버스터를 뗐고 (사실 이 즈음 되니 가스통 때문에 수술 부위는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삼십분 만에 평화를 되찾았다. 이런 몸으로 정말 내일 퇴원해도 되는 건지 불안한 시간이 흘러갔고 드디어 퇴원 당일. 


아침 일찍 처치실로 가서 피통을 뺐다. 피통을 빼는 건 정말 기분 나쁜 일 중에 하나인데, 피통에 연결된 줄을 빼내는 순간 뱃속에 지렁이가 지나가는 것 같은 스멀스멀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바로 퇴원 수속이 이어졌다. 집에 오는 길에 몸보신을 한다고 갈비탕을 먹으러 갔지만 몇 숟갈 뜨는 게 전부였다. 가스는 배에 주입했건만,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오전에는 어깨가 아프고 몇 시간 지나면 옆구리가 아프고 또 몇 시간 지나면 가슴이 아프고.. 가스가 온 몸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했다.  가스를 빼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걷기' 뿐이었다. 



마침 새로 이사 온 곳이 중랑천 변 아파트이기도 했고, 근처에 창포원이라는 공원도 있어서 매일 한 시간씩 걸었고 밥 먹고 난 뒤에는 베란다를 왔다 갔다, 삼십분씩 걸었다. 수술 후 일주일 동안은 정말 가스통 때문에 아파서 울 것 같았고 그 이후에는 그 전에 입던 바지를 영영 못 입게 될까봐 불안한 시간들이었다. 남편은 집안을 걸어다니는 내 다리를 보고 코끼리 다리 같다며 깔깔거렸는데 (육안으로 봐도 너무 심하게 부어서) 나는 정말 웃음도 별로 안나오는 시간들이었다. 






호르몬 주사 처방(3개월)


수술 후에는 호르몬 주사 처방이 이어졌다. 내막종이 워낙 재발할 확률이 높은 병이어서 3개월 간은 호르몬 주사를 통해 폐경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수술만 하면 재발률이 80%이지만,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20%대, 혹은 그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6개월씩 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하지만 나는 시험관으로 바로 넘어갈 예정이어서 3개월만 주사를 처방하기로 했다. 


호르몬 주사는 기본적으로 아프고(...) 주사를 맞고 나면 폐경 상태가 되기 때문에 온갖 후유증이 찾아온다고 했다. 갑자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거나 밤에 잠이 안오거나 덥거나 우울하거나 등등. 선생님은 어차피 폐경 되면 다 겪는 증상이라고 위로인지 뭔지 모를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겪는다고 나중에 안 겪는 거 아니잖아요.....? 


여튼 3개월 간 생리 안하니 개운하고 가쁜했다. (주사 맞고 첫 달은 약간의 출혈 정도로 생리를 했고 그 이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주사 맞으러 갈 때마다 선생님, 주사실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모두 나에게 주사 후유증이 없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매우 멀쩡했다. 약간 우울할 것 같은 기미가 있었지만 워낙 짧은 시간이어서 무사히 패스. 이제 드디어 첫 시험관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내 지인은 6개월간 호르몬 주사를 맞았는데 폐경증상 + 우울증으로 매우 고생했다) 



내멋대로 tip

지난 번에 이야기 했듯,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일, 수술과 시험관 시술의 전후 관계를 결정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 내 경우 난소내막종이 자궁에 유착이 되어 있었고, 반 정도 난소를 건드리며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인 쪽과 비교했을 때 과배란을 하면 늘 딱 절반 정도 갯수의 난포가 자랐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 말을 100% 신뢰하며 따라간 경우이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내 난소의 나이, 유착 정도, 수술 이후에 살릴 수 있는 난소의 기능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릴 것 같다. (물론 수술을 결정할 당시 나는 너무 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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