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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히 May 26. 2024

난자질이 뭐길래

난임의 원인 


고작 2개 


다시 시간을 돌려, 첫 이식 날. 보통 마리아 병원처럼 어플을 이용해 배아 갯수를 알려주거나 혹은 차병원처럼 문자로 배아 갯수를 알려주지 않으면 직접 병원에 방문해서 최종 생성된 배아 갯수를 듣게 된다. 나는 1차 이식을 신선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식을 위해 병원에 방문한 날 배아의 갯수를 알 수 있었다. 내 난자의 갯수는 총 8개. 보통 난임 병원들은 수정 목표를 7, 80%로 잡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8개가 채취되었다면 6개는 수정이 되고, 또 보통 배양후 냉동되는 갯수는 거기서 반토막 나기 때문에 3개 정도 냉동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는 딸랑 수정란 2개가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사실 1차 때는 잘 몰랐기 때문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조차 몰랐다. 그 당시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냐면, 8개가 채취되었으니 이번에 임신하고 둘째도 바로 가지면 되겠다, 라는 정말 지금으로서는 헛웃음밖에 안나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또 간호사 선생님도 나를 격려해주신다고 채취날 8개 채취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시면서 이번에 임신하고 냉동했다가 둘째 가지면 되겠다 라는 멘트를 날려주셨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더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그런데 2개라니! 고작 2개라니!


너무 큰 충격에 삼신할배 원장님에게 8개가 왜 2개가 되었냐는 질문을 던졌고, 원장님은 난자질이 안좋다는 답변을 들려주셨다. 그런 답변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건, 실제로 내가 난소에 유착된 내막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고 반 이상의 난소를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게 수술의 결과라면 받아들여야지, 그래도 반대쪽 난소는 멀쩡하잖아! 이런 마음으로 이식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자


나는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었다(!) 너무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얘기지만, 예습 복습에 철저했고 숙제는 늘 완벽을 기했으며... 뭐 그런 학생. 나는 사실 머리가 좋다기 보다 성실한 편이었고 실력보다 노력을 믿는 인간이었다. 바꿔말하면 집요한 편이다. 이런 나의 성격은 시험관 시술에서조차 빛을 보곤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난임카페의 글과 병원 블로그의 글을 탐독했으며, 논문까지 찾아보는 열혈 환자는 아니었지만 질문을 메모해서 병원에 가는, 그런 류의 환자였다. 첫 번째 실패는 이런 나에게 불을 지르는 사건과도 같았다.


노원구 삼실할배 원장님은 시험관 시술 후 긴 문자를 보내주신다. 이번 시술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었고 실패했으나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정리해주시는 거다. 나는 문자를 받자마자 병원으로 튀어갔다. 이식날 들었던 '난자질'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것인가, 답변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험관을 시작하면 사실 온갖 몸에 좋다는 것들을 찾아먹게(!) 된다. 기본적으로 여러 영양제를 두루 섭렵하게 되고 각종 보양식을 비롯해 다양한 식이요법을 시도한다. 운동도 하고 뜸도 뜨고 좌욕, 반신욕을 한다. 대부분 난임카페의 정보에 따라 이런 것들을 시도하게 되는데, 영양제의 경우에는 병원에서도 꽤 적극적으로 처방을 해준다. 남편의 경우 정자 활동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영양제를 복용하자마자 바로 수치가 회복되었을 정도로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영양제는 임신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난자질에 관해서는 방법이 없다, 가 대부분 의사의 답변이다. 


삼신할배 원장님도 난자질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셨다. 자궁내막종 수술에 대해서 그냥 두면 암이 된다고 단호한 입장이셨던 원장님은, 난자질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될 때까지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셨다. 더군다나 나처럼 수술 히스토리가 있는 환자라면 더더욱 그냥 받아들이고 해야 한다는 답답한 상황... 아마 그 즈음부터 나는 시험관 시술이 장기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원장님은 다음번 수정때는 히알루론산을 이용해서 수정란의 질을 높여보시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가장 평범한 방법 중에 하나다. 난임 치료에 동원되는 보다 다양한 시술과 방법들은(pgta, era, 자궁경,prp 등등)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시험관 확률 기준에 따라 3차까지 실패한 뒤에 시도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난임 환자들은 3차까지는 그냥 꼬박 가장 노멀한 방법으로 시술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2차 시술까지 실패한 뒤 나는 흔히 말하는 메이저 병원으로 전원을 준비하게 되었다. 


# 내 맘대로 tip

난자 질을 개선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마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난자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상에는 많은 노하우들이 전수되고 있다. 각종 영양제와 걷기 운동, 한큐쥬스, 지중해식 식사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나처럼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어쨌든 중요한 건 이런 다양한 방법들이 난자 질의 개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중요한 건 건강한 식습관,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고 그게 운이 좋다면 난자 질을 개선해주기도 하고, 혹은 적어도 난자 질이 훅 떨어져버리는 일을 막아줄 수 있다는 의미일 거다. 그러니까 너무 한 가지 방법에 집중해서 과도하게 투자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해보며 나의 일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전 05화 첫 시험관 채취와 이식, 그리고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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