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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Jan 22. 2022

재능기부 VS 재능 착취

한 끝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내가 말하면 재능 기부

남이 말하면 재능 착취



재능 기부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꼭 돈으로만 남을 도와야 하나?'

'자신만의 재능으로 누군가를 돕는 것도 의미 있다'는 취지였다.


달콤한 단어였다.

기부의 관점을 달리 한 새로운 시선처럼 보였다.

거기까지였다면 참 아름다웠을 단어다.


문제는 그 단어의 포장이 너무 화려했고

창작가들은 기부라는 단어 뒤편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재능 기부해주시면 안 되나요?"


광고일을 시작하고 고객에서 자주 들었던 문장이다.


재능 기부 좋다. 

문제는 기부의 의사는 자신이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 좋은 캠페인이네요. 이번에 저희 재능을 기부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선의를 가진 사람이 그 뜻을 제안하는 것이 맞다.


어느 새부터 '재능 기부'는 위의 과정이 거꾸로 되었다. 

받고 싶은 사람이 요구하는 때로는 강요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아티스트의 재능 기부로 인해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경우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재능을 기부받고 싶은 이유는 그의 재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을 주고 사기에는 왠지 배가 아프다.

그런데 또 내 사업의 이익은 누리고 싶다.


'그렇다면 좋다.

재능 기부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있으니 이걸로 퉁쳐보자!'


라는 생각으로 웃으며 제안한다.

기부라는 것은 자신이 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것이 아니다.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고 했던가.

칼만 안 들었지 칼보다 더 무서운 것을 넣은 입으로 상대의 재능 착취하는 것이다.


가지고 싶은 것일수록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더 싼 것을 사면 되고

형편이 된다면 더 비싸고 질 좋은 것을 고르면 된다.


'재능 기부'라는 진부한 단어를 꺼내는 이유는

언젠가는 한 번쯤 이런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창업 후 9년 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끊임없이 말할 것이다.

자신의 지갑이 귀한 만큼 타인의 재능도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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