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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고인 김종섭 Jan 29. 2022

'재능 없음' 병을 이겨내는 법

작은 것이 큰 것이다. 

'난 왜 이렇게 못 할까?'



대학에서 자퇴를 세네 번 경험했다. 종교학, 사회복지, 영어영문학을 공부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스물여섯에 겨우 광고를 만났다. 꿈을 찾았지만 한 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나의 기량은 대학 1학년부터 광고를 공부한 친구보다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늘 스타트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6년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이다.

 

학창 시절, 나는 광고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창업한 후, 내가 광고에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광고 의뢰를 받으면 기쁘면서 부담되었다. 직원들의 월급 걱정을 덜 수 있어서 기뻤고 또 좋은 아이디어를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되었다. 


창업한 지난 9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떻게 해서든 아이디어를 찾아 발표를 한 것 같다.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아이디어에 집착했다. 아이디어 발표를 했을 때 낙담한 광고주의 표정을 보는 건 끔찍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생각과 싸웠다. 그렇게 싸우다 어느 날 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버튼을 누르면 내가 원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자판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자판기의 기능은 이렇다. 신발, 옷, 병원, 대학, 공공분야의 버튼을 누르면 광고 아이디어가 툭 떨어지는 자판기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이런 자판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바로 하루에 10개의 카피를 쓰는 일이었다. 나는 매일같이 하루 10개의 카피를 썼다. 10은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10일이 지나면 100이 되어있고 30일이 지나면 300이 되어 있었다. 꾸준히 10개의 카피를 매일 쓰니 한 달 후엔 300개의 카피가 탄생해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쓸 만한 카피를 10%도 채 안되었다. 그럼에도 기뻤다. 300개 중에서 1~2개의 카피만 세상에 탄생할 수 있어도 대성공이었다. 광고주가 대단한 아이디어를 기대해도 부담되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와 아이디어 자판기의 버튼만 누르면 되었다. 


나의 ‘재능 없음’을 나만의 루틴으로 이겨내려 했다. 반복의 힘은 무서웠다. 아무리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도 매일 쓰면 실력이 늘기 마련이다. 물론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근육이 붙는다. 어느 정도 근육이 붙으면 웬만한 통증은 느껴지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 나는 광고주의 오펜스를 단단한 근육으로 디펜스 했다.


우리의 분야에서 지금도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상사의 기대치, 의뢰인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의 능력을 한탄한다. 그럴 필요 없다. 나처럼 재능 없는 사람도 루틴의 힘을 빌어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루틴을 만들어라.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짓을 해라. 그러다 보면 실력이 늘고 툭 하나 던져도 좋은 것이 나오는 때가 온다. 그런 근육이 붙는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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