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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15. 2020

[녹색빛] 새해에는 당신도 연결되실래요?

우유를 믿지 마세요!


글·사진제공 김진아     

 



새해가 밝으면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합니다. 더 나은 무언가를 희망하며 매년 벌이는 작은 의식입니다. 저는 지난해부터 우유를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실천으로 시작한 채식, 완전히 식물성 제품만 먹는 비건이 되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지요. 제가 우유를 끊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유 생산에도 고기 생산과 마찬가지로 가축을 사육하기 위한 시설과 넓은 초지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우유를 생산하는 과정을 알게 되어서입니다. 인간인 제가 부끄러움과 동시에 환경운동가로서의 사명감, 여성으로서 느낀 참담함이 우유에서 멀어지게끔 했답니다. 


우리는 다양하게 가공된 형태의 우유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핫초코, 라떼, 생크림, 치즈, 요거트… 달콤한 유제품을 먹을 때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만들어진 제품을 만날 뿐, 우유의 생산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공장식 축산에서는 가축들은 자연 교미 대신에 ‘인공수정’을 합니다. 현대에 인공수정이라는 말은 흔히 쓰입니다. 그런데 가축을 인공수정시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동물에게 인공수정은 가혹한 학대이자 일종의 성착취입니다.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은 ‘성을 억압하는 착취구조’라 정의해도 무방합니다. 동물들은 아무것도 동의한 바가 없고, 야생에서와는 달리 많은 것이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우유는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우유는 암소가 임신을 해야 만들어지는데, 젖을 반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수소에서 채취한 정액을 암소에게 주사하여 임신시킵니다.(한 손은 직장을 통하여 자궁경부를 찾아 잡아들고 다른 한 손은 정액을 주사하기 위한 기다란 금속 도구를 암소의 질에 넣어 정액을 주입합니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소는 보통 생후 3년이 지나면 임신이 가능한데, 많은 축산업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아 생후 1년 만에 임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립니다.(송아지는 생후 14~15개월이 되면 첫 수정을 시작합니다. 젖소의 임신 기간은 일반적으로 약 10개월 정도로 생후 약 24개월 전후에 첫 새끼를 낳는데, 출산 후 약 60일이 지나면 다시 수정을 시켜 임신하게 됩니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그리고 젖 양이 줄어들 때까지 서너 차례 임신과 젖 짜기를 반복합니다. 공장식 생산구조에서 암소들은 과도한 항생제를 맞고 하루에 30ℓ에 달하는, 자연 발생하는 젖의 10배가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그 어떤 시기에도 인간이 소젖을 먹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이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우유 소비는 중단되어야 한다”

 -프랭크 오스키 박사, 존스 홉킨스 대학 소아과장


기계적으로 임신한 암소들의 젖은 송아지의 몫이 아닙니다. 인간을 위해 곧장 제품화됩니다. 인간은 유아기에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먹기 때문에 다 큰 성인에게는 더이상 우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 젖을 빼앗긴 송아지는 어미와 완전히 분리되어 우유 대체재를 먹게 됩니다. 국제 동물권리보호기구 애니멀 이퀄리티(animal equality)가 고발한 ‘낙농업의 8가지 잔인한 표준 관행(8 Cruel Standard Practices Of The Dairy Industry)’에서는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젖소들은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데, ‘유방암에 걸린 소의 우유는 시중에 판매 불가하기 때문에 송아지들에게 먹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유를 마시면 간혹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될 때가 있지 않나요? 많은 인종이 체내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한데, 한국인의 75%가 유당불내증으로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우유를 완전식품으로 믿게끔 하며 여전히 아이들의 성장을 명목으로 우유 급식을 실시합니다. 학교의 우유 급식은 이제 중단하거나 선택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시민들은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2019년 ‘Food Guide(권장식단) 개정안’에서 유제품을 완전히 빼버리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는 우유를 대체할 제품들이 충분하답니다. 대표적으로 콩으로 만들어진 두유, 그리고 코코넛, 아몬드, 캐슈넛 등의 식물성 유지로 우유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듯한 2020년. 당신의 삶에서 변화해야 할 것과 꾸준히 지켜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올해도 행복하게 행동하는 비건으로 살아가렵니다. 무언가를 거부하고 포기하기보다 더 나은 선택을 즐기는 데 초점을 두면서요. 당당하게 단단하게, 그리고 작은 변화의 싹을 틔울 당신과 함께요!      


김진아 

녹색연합에서 활동합니다. 

지구와 나 사이의 균형에 관심이 많고 

세상에 작은 진동이 되고 싶습니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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