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Jan 20. 2020

[녹색빛] 기후위기? 전환의 기회!


Writer 유새미





지난 9월 21일 토요일 오후, 대학로와 종로 일대를 5천 명의 시민이 가득 메웠다.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치고 랩을 하며 도로 위를 걷던 이들은 심지어 차도 위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곧이어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한참을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거리로 나왔을까? 그들의 요구는 간단하고 또 너무나 명확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인정할 것. 그리고 위기 상황에 맞게 행동할 것. 그들의 요구는 무책임한 정부와 기업들을 향한 것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그들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위기’란 정부 혼자 나서서 진단하고 대처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더더욱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너무 오래 걸렸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데까지. ‘지구온난화’를 염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1970년대부터 들려왔지만, ‘기후변화’ 속도보다 훨씬 더딘 인간의 인식 변화는 모든 지구 생명체가 생존 위협에 처한 ‘기후위기’를 미리 알아차릴 만큼 빠르게 일어나지 못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전 세계 산업화 물결의 시작을 알렸지만, 한편으론 기후위기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석탄을 태우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혁명적인 발견이 지금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게 될 줄, 그때의 인류는 몰랐을 테다. 그래도 다행이다. 영국이 석탄 문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를 인식했다. 지난해 석탄발전 비중을 5%까지 급격하게 낮췄고 2025년까지 그 수치를 0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석탄채굴·소비국가인 독일도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보다 많아졌으며, 2038년까지 탈석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지난해 석탄 소비량 또한 3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미국 또한 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은 어떨까. 한반도 기온 상승폭은 전 세계 한국은 어떨까. 평균보다 2~3배 높고, 하얗게 말라 죽어가는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제주도의 연산호는 뚜렷한 비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유례없던 지난해의 폭염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곳은 석탄발전소인데, 한국은 무려 60기의 석탄발전소를 부지런히 돌리고 있는데다가 그만둘 계획조차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7기의 대형 발전기를 새로 짓고 있으니, 불난 지구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갈 길이 멀지만 한 걸음이라도 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매우 신중히 내디뎌야 한다. 시급한 기후 ‘위기’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다음 우리를 기다리는 건 기후 ‘재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디뎌야 할 신중한 첫걸음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계획 백지화이다. 신규 7기 중에서도 공정률이 가장 낮은2019년 6월 기준 5%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는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1,300만 톤가량의 온실가스를 내뿜을 것으로 예측된다. 안 그래도 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부끄러운 별명을 얻은 대한민국. 배출하지 않을 수도 있는 온실가스 1,300만 톤을 ‘굳이’ 배출하는 일만큼은 삼척포스파워 건설을 막는 일, 기후위기를 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나는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로 주저앉을 만큼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에너지 전환 사회로 도약할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위기 때마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시민의 힘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기에서 전환으로 가는 길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 걸을 때라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길이다.


1 녹색연합이 9월 20일 진행한 기후위기 탈출 SOS 모스부호 퍼포먼스 중 대형 펼침막

2 삼척 맹방해변에 지어지고 있는 삼척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부대시설


유새미

녹색연합 전환사회팀


위 글은 빅이슈 10월호 2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셜] 25만원으로 사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