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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2. 2020

[나만의 픽] 겨울하면 생각나는 그 드라마

방구석 1열에서 여는 나만의 드라마 시상식


겨울 드라마

 김선화     


올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해 눈보다 비가 잦았다. 흰 눈 소복한 겨울 풍경이 그리워지는 요즈음. 겨울과 닮아 있는 겨울 드라마를 모아봤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겨울 감성을 만끽하고 싶다면? 냉큼 세상에서 가장 편한 옷을 입고 포근한 이불을 준비하자. 그리고 겨울 드라마를 정주행할 차례다.      





욘사마·지우히메 신드롬, <겨울연가>

윤석호 감독의 사계 시리즈 중 하나이자 겨울 드라마의 대명사 <겨울연가>다. K드라마를 선도한 <겨울연가>는 지금 봐도 역시 겨울의 명작답다. 그 시대였기에 가능한 오글거리는 장면이나 대사, 촌스러운 것조차 매력으로 소화되는 영상미. 어린 시절 첫 사랑으로 만난 남녀, 사고로 헤어진 후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주인공, 세월이 지나 만났지만 서로를 오해하고 엇갈리는 남녀. 로맨스의 온갖 클리세가 난무하고, 조금만 대화를 하면 풀릴 것들도 이들은 꼭 서로 바라만 보다가 눈물만 흘린다.(아니, 왜! 말을 못해!) 하지만, 그 시대였기에 가능했을 정서와 그래서 더 애틋함을 자아내는 음악과 영상, 지금이라면 성사조차 어려울 배용준, 최지우의 연기는 이게 ‘옛날 드라마’이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을 잔상들이다. 특히 눈 쌓인 메타세쿼이아 숲 아래, 눈사람끼리 뽀뽀하는 장면은 이제는 너무 많은 패러디가 난무해 상상만 해도 웃길 지경이다. 이 장면의 주요 촬영지였던 남이섬은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빈다. 팬들이 <겨울연가>를 그리워하고 잊지 않은 탓이다. 감정 몰입에 있어 류가 부른 <겨울연가> OST가 한몫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는 18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명불허전이다. 피아노 처음 반주가 나오면 왠지 “준상아! 유진아!”를 외치고 싶어진다.      





미사 앓이 is back, <미안하다사랑한다>

“밥 먹을래 나랑 살래? 밥 먹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죽을래?” 차무혁(소지섭)이 송은채(임수정)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말이다. 당시엔 무심코 봤던 장면인데 다시 보니 폭력적으로 보이기도. 알다시피 이 대사와 차무혁의 오토바이 질주 장면은 개그 소재에 쓰일 만큼 패러디로 자주 회자됐다. 방영되던 2004년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의 해였다. 모든 게 화제였는데 무엇보다 차무혁의 덥수룩한 턱수염과 폭탄 머리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빨간 민소매같이 세상 힙한 그의 패션을 보면 지금도 헉, 소리가 난다. 말을 잇지 못할 정도의 난감한 의상이 매회 등장한다. 대체 왜… 비록 패션은 최악이지만 OST만큼은 최고다.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 하나’를 리메이크한 박효신의 ‘눈의 꽃’은 원곡과 다른 매력이 있다. 박효신의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자동으로 우리 머릿속에는 드라마 한 편이 재생된다. 이후에 참고로 결말은 충격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경희 작가는 '미사'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에도 애절한 남자의 복수극 <이 죽일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등을 집필했지만 모두 <미사>의 인기에는 따르지 못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겨울바람이 분다>

송혜교와 조인성의 호흡을 볼 수 있단 점에서 어떤 드라마일지 방영 전부터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일본의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하며 한국 정서에 맞게 변용됐다. 여름과 겨울이라는 상반된 계절 설정이나 오수의 직업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원작에서는 호스트였던 남자주인공이 한국에서는 겜블러로 변형됐다). 한국판의 대본 집필은 노희경 작가가 맡았다. 입소문 따라 들춰보니 볼거리가 풍부한 드라마였다. 겨울이 들어간 제목처럼 곳곳마다 아름다운 겨울 배경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더니 정말 눈발이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장면이 등장했따. 인물의 내면을 관통한 대사는 한 편의 시 같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송혜교의 연기는 처음에는 어딘지 허공을 보는 듯 허무해보였지만 점차 익숙해졌고, 조인성은 늘 그래왔던 거칠지만 속 마음은 따뜻한 남자를 연기했다. 당시에는 ‘캬~ 역시 노희경 작가야. 대사 좋가! 캬~ 역시 송혜교 너무 예뻐! 캬~ 조인성 역시...’하면서 봤는데, 지금은 그저 너무 추워서 대사 할 때마다 입김이 나오던 배우들의 입술과 코가 빨개졌던 장면들, 그리고 눈 쌓인 설경들만 떠오른다. 대사보다 풍광이 오래 남은 드라마.      





외계인과의 달달한 로맨스, <별에서 온 그대>

조선에 불시착한 외계인과의 로맨스라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남자 주인공은 마블 히어로 못지않은 초능력 보유자다. 예사롭지 않은 외계인답게 나이는 심지어 400살이나 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설정이라고 할 수밖에. 그런데 이 외계인 드라마에 많은 시청자가 환호했다. <별그대>는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했고 덕분에 드라마에 나온 ‘치맥’까지 열풍이 일었고 중국 공항에 내리는 순간 온통 김수현과 전지현으로 도배된 광고판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드라마가 방영된 해는 ‘별그대’의 해였다. 연말 시상식을 전지현과 김수현이 휩쓸었음은 물론이고, 톱스타 천송이를 연기한 전지현의 발랄한 연기는 오직 ‘전지현만이 할 수 있는’ 연기로 칭송 받았다. 자기 잘나고 예쁜 걸 너무 잘 아는 푼수끼 가득한 톱스타를 연기하는 전지현의 사랑스러움이라니. 물론 그 이름까지 ‘도민준’인 김수현의 로맨스 연기는 또 어떻고. 400년이나 살아 모르는 게 없고, 외계의 능력까지 갖춘 비현실적인 캐릭터임에도 김수현의 작디 작은 얼굴에 동그란 눈망울을 보면 ‘아 도민준은 외계인이지’가 설득되고 만다. 여기에 신성록이 연기한 싸이코패스 살인자의 스릴러 요소까지 더해져 ‘로맨스릴’이라는 새로운 장르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드라마 주제곡이 나오면 자동으로 그 해의 겨울로 시간이동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첫눈 오면 보고 싶어지는, <도깨비>     

두꺼운 짜임의 빨간 머플러를 둘둘 두르고 발랄하게 “아저씨~”를 외치는 여고생 김고은의 말간 얼굴이 떠오르는 드라마 <도깨비>. 설원에서 코가 빨개진 공유와 김고은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는 자연히 <도깨비>를 레전드 겨울 드라마로 칭하게 만든다. 줄거리는 무한한 삶을 끝내고 싶은 도깨비와 저주를 풀어줄 도깨비 신부 이야기다. 한국적인 귀신, 도깨비가 이토록 매력적인데 왜 그동안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던 것인가! 도깨비 뿐 아니라 저승사자 등의 한국 귀신 캐릭터들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얼굴은 허옇고, 입술은 새빨간 이동욱 저승사자라면, 저도 당장 만나고 싶습니다만.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의 비중도 가볍지 않고 무겁다. 그리고 매회 숨은 복선 찾기가 즐거워지는 드라마다. 쓱 스쳐 지나가는 장면도 실은 다 의미가 있고 반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김은숙 작가는 이미 스타 작가였지만 이 드라마로 자신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당시 거리에선 지은탁(김고은)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목도리를 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시에 촬영의 배경지 역시 주목받았다. 하얀 설원이 눈부신 용평 리조트를 비롯해 동해 주문진, 고창 청보리밭, 캐나다의 퀘백시티까지 관광지로 각광 받았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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