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렁스>
글. 양수복
사진제공. ㈜연극열전
고민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막상 본인은 속이 터지고 어쩔 줄 몰라서 우왕좌왕할지언정. 작은 머리에 그 많은 생각을 이고 지고 산다는 것이 참 인간답다. 연극 <렁스>는 생각 많은 연인이 고민하고 선택하고 인생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음악을 하는 남자는 지구환경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여자에게 아이를 낳자고 제안한다. 여자는 그 말을 듣고 우뚝 멈춘다. 그리고 터질 듯 머릿속에 들어찬 질문을 쏟아낸다. 인구포화 상태인 이 지구에서 또 한 명의 아이를 낳는 건 과연 옳은 일일까? 한편, 남자는 생각이 다르다. 비록 지구환경이 악화되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이를 낳아 좋은 사람으로 잘 기르면 된다는 거다.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좋은 시민이 되도록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소위 ‘좋은 사람’일까?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쓴다. 양치할 때 물을 잠가둔다. 자전거를 탄다. 좋은 책을 읽고 투표를 하며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신용카드를 쓴다. 그래서 과연 이들은 좋은 사람일까? 관객도 섣불리 답할 수 없다. 이들이 좋은 사람인지, 관객 본인이 좋은 사람인지. 환경 서적을 읽고 작은 실천을 해도 에어로졸 스프레이를 쓰고 아보카도를 먹으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닐까.
극은 말의 포화 속에서 연인의 선택과 선택을 비켜가는 인생의 풍파, 그로 인한 결과를 보여준다. 어느새 아이를 낳고 말고의 고민은 중요치 않아진다. (중략) 2인극인 <렁스> 공연 90분 동안 빈틈없이 무대를 채우는 두 배우의 앙상블은 훌륭하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혹은 동반자로 나란히 걷고 있는 커플이라면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해 웃고 울면서 이야기를 배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간 7월 5일까지
장소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