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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Sep 07. 2020

[양수복의 일상수복] 강력한 롤모델의 등장


글. 양수복


할 일 없이 유튜브 세상을 떠도는 중이었다.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타고난 근수저’로 밝혀진 코미디언 김민경이 시즌2 첫 회에서 종합격투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민경은 처음 격투기에 도전했음에도 타고난 근력과 파워, 승부욕으로 UFC 선수 김동현을 비롯한 체육관 사람들을 감탄과 희열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배운 지 한 시간 만에 ‘러시안 훅’이라는 새 기술을 습득한 김민경의 펀치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미트에 날아가 꽂혔을 때 나는 ‘경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스포츠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으며 킥복싱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 오늘부터 운동뚱> (이하)


민경장군이 지핀 불씨

나는 힘은 센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근력은 미미한 수준의 소유자다. 최근엔 수영과 주짓수, 어릴 땐 태권도와 검도, 요가 등 여러 종류의 운동에 발은 담가봤으나 진득하게 해본 적은 없다. 워낙에 넓고 얕은 ‘제너럴리스트’를 표방하기 때문에 여러 스포츠를 습득하는 게 즐겁지만, 초보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에게 킥복싱이 가당키나 할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으나 김민경의 러시안 훅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중략)


정식 등록 전 트레이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3분간의 웜업 줄넘기를 마친 직후, 종아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팠고 자꾸만 라커룸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렇지만 이어서 잽과 기본 펀치 기술을 배우고는 역시 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초심자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 “처음 치곤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쏟아부어주는 코치님이 있기도 했고. 오랜만에 근육을 쓴 탓인지 그날 밤은 온몸이 아파서 잠들 수 없었다. 이튿날은 근육통 탓에 체력장 다음 날의 학생처럼 어기적어기적 걸어야 했다. 그럼에도 땀에 흠뻑 젖었다는 뿌듯함과 글러브로 미트를 때렸을 때 나는 ‘빡’ 소리의 희열이 “3개월 등록할게요.”라고 말하며 카드를 내밀게 만들었다. 



고정관념에 날리는 어퍼-

(중략) 첫 주엔 운동 후 집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서 비틀비틀했지만, 어영부영 두 달 차가 된 지금은 끄떡없다. 잽, 펀치, 훅, 어퍼, 킥 등의 동작을 배워나가며 미트를 정확히 강타했을 때의 쾌감이 계속해서 나를 체육관으로 이끌고 있다. 물렁하던 팔에 약간의 근육이 붙고 나선 마음이 급해져서 팔과 등에 근육을 만들겠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게 됐다. 애초에 ‘운동뚱’으로 자극받아 시작했기에 가능한 목표다. 이건 하나의 변화다. 여성들의 근력운동 기구 구매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고 운동하는 여성들의 SNS 운동 인증 게시물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에 운동에 처음 도전하며 성실하게 목표치를 깨부수는 새 롤모델의 등장이 주는 영향도 컸을 듯하다. 오늘도 나는 근력과 파워로 승부하는 새 롤모델을 따라 “여자가 힘세서 뭐 해.” “여자 몸이 여리여리해야 예쁘지. 근육 생기면 옷태 안 나.”라며 여성들의 근육행을 막았던 말들에 어퍼컷을 날린다. 


위 글은 빅이슈 9월호 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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