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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Sep 22. 2020

[서울 미감 유감] 아무 교회 건축


글 | 사진. 신지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산 크로스토발(San Christobal) 언덕에 까삐야(Capilla)라는 예배당이 있다. 단층의 석조 건축물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건물이다. 성당 안을 둘러보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동행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희 나라의 교회는 어떻게 생겼어?” 나는 그냥 보통의 사무실 같다고, 별로 특별할 건 없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말도안 된다며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자주 그 대화를 떠올린다. ‘교회는 어떻게 생겨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그 친구가 사는 도시 부다페스트의 교회를 구글에서 검색했다. 익숙한 고딕 양식의 석조 건축물 사진이 나열되었다. 높고 뾰족한 첨탑, 폭이 좁은 첨두아치 창과 원형창, 화려한 조각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었다. 친구의 질문에 답할 때 나는 특색 없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교회 종각을 떠올렸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보편적인 교회 건물은 높고 뾰족한 종각이 얹어진 ‘아무 건물’이다.  (중략)



한국 교회 건물이 서양과 다른 이유

한국의 보편적인 교회가 종각을 얹은 아무 건물이라면, 예외적인 교회 건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의 첫 교회는 1883년 황해도 장연군 소래마을에 세워진 소래교회이다.


소래교회는 기와지붕을 가진 ㄱ자 한옥으로 크기는 8칸, 약 16평이었다. 문이 달리지 않은 벽은 방화와 단열을 위해 구운 벽돌을 벽의 절반까지 쌓아올리고 그 위에 창을 낸반담이 특징이다. 1931년 체부동에 건축된 성결교회는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벽과 목재 트러스를 얹은 박공지붕의 근대 건축물이다. 건물 전문에 고딕 양식의 교회를 연상시키는 높게 솟은 십자가 첨탑이 합쳐진 독특한 모양이다. 1950년 저동에 건축된 영락교회, 1956년 창신동에 건축된 동신교회는 서양의 고딕 양식을 차용한 석조 건물이다. 서양의 교회와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교회가 갖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은 다르다.  (중략)



화려한 유리는 교회를 감싸고

1988년 방이동에 세워진 임마누엘 교회 역시 고딕 양식 교회의 형태를 차용했다. 앞서 소개한 영락교회, 동신교회와 달리 현대적인 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철골 트러스 구조에 전면 유리로 마감했다. 파격적인 건물의 디자인은 1984년 필립 존슨의 설계로 피츠버그에 지어진 유리 회사 사옥, ‘피피지 플레이스(PPG Place)’와 매우 흡사하다.


2013년 서초동에 건축된 사랑의교회는 지하 8층, 지상 14층으로 유선형에 유리로 마감한 현대식 건물이다. 계획안을 보면 교회 첨탑이 본당 건물에서 이어져 높이 솟은 유리 마감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실제로 지어진 첨탑은 교회 건물과 떨어져 있고, 사용한 재료와 분위기도 다르다. 첨탑은 적벽돌 마감이고, 상단부 사방에 시계가 달려 있으며 지붕에 돔이 얹혀 있다. 대형 교회의 건물은 호화롭고 화려하다.


통계청의 2018년 ‘전국 사업체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만 8,832개의 기독교 단체가 있다. 이 건물들 중 기독교의 정신을 담은 종교적인 건축물은 몇 개나 될까? 대부분은 아무 건물에 종각을 얹은 교회이고, 나머지는 서양 고딕 교회를 차용한 교회이거나 교회의 규모를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게 지어진 교회이다. 한국 교회의 역사가 135년이 지나는 동안 교회와 교인의 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교회 건축의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또 한 번의 135년이 지난 뒤에는 한국 교회 건축에 대해 뭔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신지혜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열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한다. <0,0,0>과 <건축의 모양들 지붕편>을 독립출판으로 펴냈고, <최초의 집>을 썼다. 건축을 좋아하고, 건축이 가진 사연은 더 좋아한다. 언젠가 서울의 기괴한 건물을 사진으로 모아 책을 만들고 싶다. 건축 외에는 춤과 책을 좋아한다.


위 글은 빅이슈 9월호 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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