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쓸 때, 다들 비교하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값비싼 파스타를 먹을 때 어떤 사람은 가격표를 보고 “이 돈이면 국밥이 몇 그릇인데.”라고 할 테고, 또 어떤 사람은 “이 돈이면 ‘학식’을 몇 번이나 먹겠다.”라고 생각하겠죠. 저의 엄마는 제가 어릴 때부터 칼국수 장사를 했는데, 한 그릇의 가격이 5천 원이었어요.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사달라고 요구하면 “그 돈이면 칼국수 몇 그릇을 팔아야 하는지 아느냐.”며 비교하곤 했어요. 물론 저는 그럴 때마다 “다섯 그릇 팔면 되겠네. 팔아서 사줘.”라고 답하는 철없는 딸이었고요.
20년이 지났지만 엄마 가게의 칼국수 가격은 겨우 1천 원 올라 지금은 6천 원입니다. 일일이 손으로 반죽하고 써는 손칼국수를 팔고 있기에, 그 6천 원에는 밀가루와 해물육수 내는 원재료 값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손등과 팔목에 파스를 붙이고 반죽을 밀고 떼는 엄마의 관절염 비용도 6천 원 안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자영업자의 자녀로 살아서인지, 저는 무언가를 사 먹을 때 거기에 식당의 전기세, 임대료를 비롯한 주인의 노동에 대한 임금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노동에는 맛을 내기 위해 그가 축적해온 시간까지 셈해야 합니다. 맛있는 칼국수를 6천 원 주고 사 먹는데, 거기에 25년간 칼국수 반죽을 밀어온 사람의 기술과 시간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과한 계산일까요. 아니요, 저는 엄마의 칼국수에는 그 시간 동안 쌓아온 밀도 높은 노하우가 첨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엄마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김치 장사를 해볼까 한 적도 있는데요. 엄마는 “나는 어떻게 담가야 맛있는지 잘 아니까.”라고 자신 있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시점에 사과를 갈아 넣으면 김치가 더 시원하고 맛있어지는지, 얼마나 버무려야 하는지 감으로 체득한 김치 맛이라니. 엄마가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늙어서 김치 담그는 게 힘들다며 판매까진 안 하겠다고 했지만요.
요즘 저는 업무상 필요한 돈을 쓸 때마다 ‘이 돈이면 잡지를 몇 권 팔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다른 잡지들은 한 권 팔아서 누군가에게 얼마가 남는지 계산을 정확히 하기 어렵지만 빅이슈는 잡지 금액의 절반을 판매원이 가져간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비교적 셈이 간단합니다. 물론 나머지 절반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잡지를 만들고 인쇄비, 인건비, 여러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에 원가율 계산법은 더 복잡하지만요. 사실 결과물을 위해 큰 비용을 써야 할 때, 자꾸만 ‘몇 십만 원이면 잡지를 ○○○권은 팔아야 하네?’라고 계산하는 게 편집장으로서 좋은 덕목은 아닙니다. 훌륭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금액들을 자꾸 자잘하게 계산하다 보면 쪼잔한 마음이 드니까요. 길에 서서 잡지 한 권 파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돈을 셈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매사 고심하고 그 기획이나 원고를 진행할지 말지 결정을 해야 하는 게요. 전체 글과는 별로 상관없지만, 이번 호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문장을 하나 공유하고 마칠게요. 91페이지 이향규 필자의 에세이 중 “다른 이들을 재촉하지 마세요.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며 떠올려주세요. 어떤 이에게는 기다려주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요.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