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눈이 온다면… 사랑 노래 가사나 시집 제목으로 뽑으면 낭만적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현실입니다. 11월인데 첫눈이 내렸죠. ‘우와, 신기하다.’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날씨, 기후의 변화가 급속도로 피부로 와 닿고 있으니까요. 10월 16일이었나요, 전날까지는 여름 티셔츠를 입고 다녀야 할 만큼 무더웠는데 바로 다음 날 패딩을 꺼내 입어야 했던 10월의 분기점이요.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봄과 가을을 꼽는 사람들이 많죠. 산책하고 여행 다니기 좋고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하늘도 산도 아름다운 계절이니까요. 이런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날씨가 바통 터치하듯 더운 날에서 추운 날로 급격하게 바뀌고, 가을에 눈이 오고, 과거 한국에서는 나지 않던 열대과일을 재배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모든 변화들이 어떤 불길한 징후처럼 느껴집니다. 바로 기후위기 시대의 징후요.
개인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답답해서, 기후위기대응행동과 같은 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 환경 단체들 역시 과거에 비해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타일러 라쉬 씨 역시 “그래서 기후위기를 위해 개인이 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강연에서 많이 듣는다고 해요. 전 지구로 비교하면 한국은 너무 작은 나라이고, 개인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는 거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면 되나? 물건을 적게 소비하면 되나? 개인의 쓰레기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면 괜찮나.’ 그 많은 고민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고 하지만, 한 사람의 노력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 미미하게 느껴져서 금방 힘이 빠집니다.
빅이슈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잡지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무엇이든 인간이 만들어 내놓는 것은 아무리 좋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도 결국 쓰레기로 변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도, 인간 한 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잡지를 비롯한 여러 물건을 생산하지 않고 존재하기를 멈춰버릴 순 없으니 그 외의 것들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거죠. 이번 호 빅이슈에서는 녹색연합과 함께한 스페셜에서 그러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죠.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한 호입니다.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