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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Nov 25. 2022

만화책을 만드는 마음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김해인 편집자

안녕하세요, 저는 확실한 재미를 주는 만화책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늘어나는 재미만큼 아쉬움도 커지는 건 손에 잡히는 만화책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만화책보다는 웹툰이 익숙한 시대,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오늘의 웹툰>은 원작 드라마 <중쇄를 찍자!>의 만화편집부가 아닌 웹툰사업부를 배경으로 그렸습니다. 원작 만화책은 제목처럼 ‘중쇄’를 찍기 위한 편집자들의 도전과 성장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화책을 만드는 만화는 오직 만화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자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실제 만화 편집자의 생각은 어떨까요? 여전히 ‘만화책’에서만 가능한 상상력을 탐구하는 만화 편집자에게 이미지도, 굿즈도 아닌 ‘읽는 만화책’의 매력에 대해 물었습니다. 북 인터뷰 ‘책의 여행’ 코너에서 다섯 번째로 만난 사람은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김해인 편집자입니다.


만화책 출간을 결정하는 요소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요즘 독자들이 좋아하는 만화가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하죠. 웹툰을 단행본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기존의 웹툰 독자들의 반응이 눈에 보이잖아요. 조회 수라든지, 댓글 수라든지, 영상화가 된다든지 이런 식으로 단행본으로 출간했을 때 구매로 이어질 독자층이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합니다. 그렇다고 조회 수 높은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했을 때 무조건 잘 팔리는 건 아니에요.


그럼요?

저희 편집부의 결정적 요소는 담당자가 작품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에요. 편집자가 특정 만화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고 제안하면 팀에서 다 같이 검토합니다. 그때 팀장님이 담당자에게 꼭 하고 싶은 작품인지 반드시 물어요. 만약 어떤 작품을 꼭 출간하고 싶은데 팀원들과 뜻이 합치되지 않을 땐 1년에 한 번 ‘슈퍼패스’를 쓸 수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모두가 반대하는 작품이어도 담당자가 특정 작품을 꼭 책으로 내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밀어주는 문화가 저희 만화편집부에만 있을 정도예요.


출판 만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스크롤 해서 웹툰을 보는 속도감과 한 장씩 종이책을 넘겨보는 손맛은 굉장히 달라요. 그것이 출판 만화의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편집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님에게 만화가 왼쪽, 오른쪽 어느 페이지에서 시작하는지 먼저 확인해요. 왜냐하면 페이지를 넘겼을 때 나오는 그림인지, 옆 장에 같이 배치되는 그림인지에 따라 재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페이지를 넘기며 다음 장을 기대하게 하는 것 역시 출판 만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지면의 세계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젊은 만화가 테마 단편집’이라는 앤솔러지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어요. 작가들에게 만화 한 편을 의뢰할 때 늘 분량이 50페이지 내외라는 걸 말씀드립니다. 지면이 한정돼 있어야 가능한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가들은 50페이지에 담길 수 있는 완결성을 갖춘 이야기를 짜고, 그러기 위해서 컷을 쪼개 쓴다든지 연출 면에서도 여러 방식으로 고민하고요. 저는 편집자로서 가독성, 흐름, 기승전결의 균형이 맞는지 등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렇듯 만화 지면의 한계가 오히려 작가들에게 창작 의지를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출판 만화의 편집 디테일이 궁금합니다.

만화의 텍스트는 대부분 캐릭터의 ‘말’이잖아요. 누군가가 하는 말이니까, 입말을 살리는 게 중요해요. 만화 편집에서 텍스트를 말풍선에 앉히는 걸 ‘식자’라고 하는데 그 작업에 굉장히 신경을 써요. 예를 들어 말풍선 모양 자체에 변화를 주기도 하죠. 웹툰에서는 평범한 말풍선이었지만 책에는 장면에 어울리게 말풍선이 터지는 효과를 넣었어요. 또 ‘민트 초코’라는 단어를 민트 초코 색으로 쓰는 식으로 조금 더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말풍선이 확실히 만화 보는 재미를 살려주는  같아요.

만화는 시각적인 부분이 중요하고 만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그림, 말풍선, 텍스트 등이 조화로워야 해요. 일반적인 도서 단행본은 보통 본문에 한 가지 서체를 쓰는 반면, 만화책에는 네댓 가지 서체를 적용하는데, 주로 캐릭터의 대사와 생각을 구별해요. 웹툰은 연재 시간에 쫓기다 보니 작가들이 디테일한 식자를 신경 쓰기가 힘들어서 단행본으로 편집할 때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만화다반사>라는 뉴스레터도 발행 중이에요.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해요. 평소 알고 지내는 작가들과 작품 이야기를 나눌 때면 무척 재밌거든요. 독자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만화 잡지가 대부분 사라졌잖아요. 만화도 다른 예술 장르처럼 작가론적 세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호 작가 인터뷰를 싣고 있어요. 왜 만화가가 됐는지, 어떤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는지, 어떤 만화를 좋아했는지를 주로 소개하고요. 만화 편집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발행할 계획이에요.


와야마 야마 작가 책의 굿즈도 무척 인상적이에요.

만화책 굿즈는 팬덤 독자들에게 재미를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해요. 와야마 야마 작가의 <여학교의 별>은 만화에서처럼 ‘호시 선생님’ 스티커에 반짝이를 넣었어요. <가라오케 가자!>도 야쿠자로 등장하는 ‘쿄지’ 캐릭터의 명함을 실제로 제작했어요. 만화 속 요소를 활용한 굿즈가 있으면 단지 만화를 보는 것을 넘어 독자들이 더 실감 나게 작품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만화 <중쇄를 찍자!>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중쇄를 찍자!>(마츠다 나오코, 문학동네)는 일본 출판 만화 시장의 현재를 담고 있어요. 특히 전자책 서비스를 확대하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공감했어요. 저희도 전자책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인데 점점 축소되는 출판 만화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건 두 나라 상황이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아무래도 처음 <중쇄를 찍자!>를 봤을 때는 만화편집부에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패기 넘치는 ‘코코로’ 캐릭터에 몰입했어요. 편집자와 작가가 힘을 합쳐 첫 책을 내고 중쇄를 찍는 경험이 만화에서처럼 실제로도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중쇄를 찍을  기분은 어때요?

그야말로 끝내줘요. 중쇄가 결정되면 작가들과 함께 기쁨을 나눠요. 업계에서 책이 잘되면 작가, 편집자, 마케터, 제작부 직원 모두 ‘내 책’이 잘됐다고 말해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기여한 사실을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화 편집자로 일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점이에요.


만화책으로 어떤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문학의 가치는 독자가 다른 사람으로 다른 시대, 다른 상황에 놓여 상상할 수 있게 돕는 힘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만화도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만화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혹은 그 시대에 살아보기도 하고, 특정 상황에 처해보기도 하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자기만의 방에서 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글. 정규환/ 사진. 이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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