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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r 26. 2024

골목길 야생화 13 진달래

오래 피기보다는 봄철을 먼저 아는 참꽃


진달래


온 산하를 분홍빛으로 물들일 만큼 흔한 꽃, 진달래.

그래서 모두가 너무도 잘 아는 꽃, 진달래.

잘 알고 있다고 해서 그냥 모르쇠 하고 넘어갈 수는 절대로 없는 , 진달래.


'참꽃'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진짜 꽃이자 먹을 수 있다는 뜻.

참나물처럼 '참-'이 들어간 풀이나 나무는 대부분 먹을 수 있어요.


그럼 못 먹는 꽃은?

대부분 접두어 '개'를 붙이지요.

'개꽃'은 철쭉꽃을 가리켜요.

실제로 진달래 꽃과 비슷하게 생긴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요. 잘못 먹으면 배탈, 설사, 구토에 피똥을 싼다네요.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죠?

두견새가 밤새 울어 토한 피가 진달래꽃이 되었다는 전설이 얽혀 있어요. 두견새 울 때 피기 때문에 붙여졌을 거라 추측하기도 하고요.

두견새가 소쩍새냐 접동새냐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국의 새 이름이기 때문에 어느쪽이라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닙니다.

영어로는 korean rosebay.

rosebay는 서양협죽도, 분홍바늘꽃을 말해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요.

게다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우리 겨레의 꽃 무궁화를 언급하지 못하던 일제강점기. 진달래로 우리 민족의 고단함을 빗대어 노래하곤 했죠.


전국의 산과 들에 무리지어 자라는 진달래. 화사한 분홍꽃이 잎이 나오기 전에 피어 칙칙한 겨울산을 밝힌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진달래과의 갈잎떨기나무(낙엽관목).

전국의 산과 들에서 무리 지어 자랍니다.

그래서 진달래 꽃이 피면 '산에 불붙은 것 같다'고들 하죠. 높이는 2~4m.

줄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가 갈라져요.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 모양의 바소꼴(피침형: 창끝 모양 )로 전체적으로 뾰족한 형태.

길이는 4~7cm.


꽃이 잎보다 먼저 피어요.

앙상한 가지만 있을 때 피니, 잎과 동시에 혹은 잎이 먼저 나는 철쭉보다 눈에 더 잘 띕니다.

가지 끝 부분의 곁눈에서 벌어진 깔때기 모양(통상화)으로 피지요.

지름 4~5cm.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연한 붉은색.

겉에 털이 있으며 끝이 5개로 갈라집니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인데 수술보다 훨씬 길어요. 피어난 꽃은 10일~15일 간다네요.


열매는 길이 2cm의 원통 모양으로, 터지며 씨앗을 날리는 삭과. 열매 끝에 암술대가 끝까지 남아요.


꽃잎이 5장처럼 갈라지지만 밑부분은 붙어 있는 통꽃이다. 가운데에 가장 길게 나온 것이 암술이고, 나머지는 10개의 수술이다. 사진 = 들꽃사랑연구회


흰진달래, 털진달래, 흰털진달래, 왕진달래, 반들진달래, 한라진달래, 제주진달래 등이 사촌입니다.

한국, 일본, 중국, 몽골, 우수리 등지에 분포.


진달래 꽃을 북한의 국화(國花)로 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네요.

1991년, 북한의 국화를 토종인 목련과의 함박꽃나무로 정했다는군요. 해방 후 얼마간 우리처럼 무궁화가 국화인 때가 있었답니다.


꽃잎으로 차를 끓여 마시죠? 식용으로 쓸 때는 속에 있는 꽃술을 떼어내야 안전하답니다.

한방에서는 꽃을 산홍이라는 약재로 쓴대요. 월경불순, 고혈압, 기관지염, 관절염에 효과가 있답니다.


진달래의 멸매. 왼쪽의 갈라지기 전 열매 끝에 암술 흔적이 남아 있다. 삭과의 열매는 선을 따라 갈라지며 씨앗을 날린다. 사진= 조선비즈 식물도감


음력 3월 3일, 즉 삼월 삼짇날에 먹는 음식에 진달래는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갔어요.

화전 부치지, 두견주 담그지, 술에 꽃잎 띄워 마시지ᆢ.

찹쌀가루 묻혀 튀긴 두견전병.

녹두가루와 진달래꽃 섞어 만든 화면(花麵).

국수 면발을 붉게 물들인 수면(水麵).

맛은커녕 본 적도 없는 음식들이지만 군침은 도네요.


올해는 4.10 총선 다음날이 삼짇날이군요.

위의 것 중 한 가지라도 만들어 달라고 졸라볼까나ᆢ.

머리통에 혹이나 안 생기면 다행이겠죠?

우리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려.


진달래 꽃은 철쭉 꽃과 비슷합니다. 그 차이점을 알아볼까요.

진달래가 앞서 피고, 철쭉이 늦게 핍니다.

지금부터가 진달래 시즌이지만, 철쭉은 그보다 한 달쯤 늦어요. 철쭉 축제가 늦은 봄에 열리는 이유죠.


잎이 없을 때 꽃 피면 진달래.

잎과 함께 또는 잎보다 나중에 피면 철쭉.


꽃받침이 없으면 진달래, 있으면 철쭉.

꽃잎에 반점이 희미하면 진달래, 짙으면 철쭉.


꽃색이 짙으면 진달래, 옅으면 철쭉.

일부 지역에선 철쭉을 '연달래'라 불러요.

진달래에 이어 핀다고 해서, 혹은 진달래꽃 색깔보다 연하다고 해서.


잎이 뾰족하면 진달래, 둥글면 철쭉.

끝으로, 잎이 많이 끈적거리면 철쭉.


철쭉 꽃. 진달래에 비해 꽃의 색이 옅다. 진달래에 이어 핀다고, 또는 색이 연하다고 해서 연달래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사실 철쭉은 높은 산에서 자라서 보기가 쉽지는 않아요, 그나마 낮은 산처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산철쭉이랍니다.

철쭉은 깊은 산에, 산철쭉은 우리 곁에. 이름과는 반대죠?

영산홍, 영산자, 영산백, 방울철쭉, 황철쭉 등등은 산철쭉을 개량한 원예종입니다.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헌화가>, 견우노인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노래입니다.

신라 순정공의 아내 수로(水路) 부인이 벼랑 위에 핀 꽃을 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꺾어달라고 요청해요.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겠다부른 노래입니다.


원문은 오늘날 철쭉의 한자어인 척촉(躑躅)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 두 글자 모두가 머뭇거린다, 멈칫멈칫한다, 절뚝거린다라는 뜻이에요.

양이 이것을 뜯어먹을 경우 절뚝거리다 죽게 된다고 해서, 그리하여 양들이 철쭉꽃 앞에서는 머뭇거린다고 해서 붙여졌답니다.


수로부인이 꺾어달라고 한 꽃은 철쭉이 아니라 진달래로 보아야 한다는 설이 있는데요.

철쭉은 꽃자루와 씨방에 끈끈한 잔털이 있어 끈적끈적합니다. 그러니 여인들이 철쭉을 좋아하긴 어렵다고 본 거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을 바치는 헌화(獻花)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혹은 사로잡으려는 남자들의 수작입니다.

꽃을 바치는 건, '당신은 저에게 귀인입니다'라는 뜻이 있대요.

외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 어린 화동으로 하여금 꽃을 드리게 하는 건 세계 공통의 의전이죠?


기념할 만한 날에 아내에게 꽃을 선물한 남편을 윽박질러 기어이 그 값을 알아내려 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헛되게 돈 썼다거나 바가지 썼다고 타박하는 아내들이 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귀인으로서 하실 말씀은 아닌 거죠.

평생  번 다시 남편으로부터 꽃 받을 일 없게 자기 발등 찍지 마시라는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


가지 끝에 한 송이가  피기도 하지만, 꽃이 뭉쳐서 날 경우에는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한다. 진달래는 우리 겨레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으로는 첫번째로 꼽힌다.


진달래는 우리 한민족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 꽃으로 여겨집니다. 처녀들이 즐겨 입었던 노랑 저고리와 분홍치마는 곧 개나리와 진달래 꽃 색깔이지요. 나라꽃 무궁화를 진달래로 바꾸자는 주장에는 이런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진달래를 노래한 시들은 우리 겨레가 겪는 고난을 진달래에 빗댄 경우가 많답니다.


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 꽃은

우리 님이 즐겨 즐겨 꺾어주던 꽃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 <바위고개>, 1932년 이흥렬 작곡, 이서향 작사.


진달래 하면 어딘가 짠한 마음이 들진 않나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때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진달래가 갖는 선구자적인 모습 때문이기도 합니다. 선구자는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죠.


1960년 4월 19일 이나라 젊은이들의 혈관 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 명 학생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제단에 피를 뿌린 186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 속에 그들의 피 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나리라."

- 이은상, 4월 혁명 기념탑에 새긴 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 중앙에 있는 사월  학생 혁명 기념탑에 새겨진 비문. 사진= 국가보훈부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


월북 시인 박팔양은 "오래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는 명귀를 남겼네요.


위의 인용문 대부분은 이상희 저, <꽃으로 보는 한국 문화 권 3>이 그 출처임을 밝힙니다.



자연이 그때그때 보여주는 환상적인 풍경을 즐기는 것은 부지런한 자들몫입니다.

틈틈이 자연을 찾는 행위는 '우주의 잔치'에 참여하는 대사건이지.


잔치 초대장이 없다고요?

튼튼한 발, 밝은 눈, 작동 가능한 코.

이 자체가 신의 초대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게다가 잔치 모두가 공짜이고 누구나 대환영인 걸요!


단 하나, 그 초대장엔 이런 주의사항이 깨알 같이 적혀 있을 겁니다.


주의: 귀하께서 갖고 있는 초대장이 훼손될 경우, 우주의 잔치를 마음껏 누릴 수 없으므로 매우 조심해서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요약하면, 건강하시라는 말씀!


2024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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