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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r 11. 2024

골목길 야생화 2 매실나무(2)

눈 내려도 홀로 아득한 향기


앞서 퇴계와 두향의 사연을 보면, 사랑이 한순간이라 덧없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순 없겠어요.


매실나무.

장미과에 속하는 갈잎작은키나무라 했죠?

키는 5~10m.

원산지는 중국.

한국, 일본, 중국에 분포.

학명 Prunus armeniaca.

영어명은 Japanese Apricot.

매실의 세계 최대 생산국은 미국.


매화.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5장이다.


꽃받침조각은 5개로 둥근 모양.

꽃잎도 5장이며 거꾸로 세워놓은 달걀 모양.

수술은 많고 씨방에는 빽빽한 털.

열매는 지름 2~3cm의 공 모양의 핵과로 녹색.

신맛이 강해요.

덜 익은 열매로 술도 담고, 한약재로 쓰죠.

꽃말은 ‘고격(高格)’, ‘기품(氣品)’.


4자인 매난국죽(梅蘭菊竹)의 맨 앞을 차지하니, 역시 매형이죠?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겨울에도 푸르다 해서 세한삼우(歲寒三友) 또는 삼청(三淸)이라고 불러요.


매화와 대나무를 이아(二雅)라 했는데요.

이 둘은 여인의 순결과 정절을 상징해 은장도나 비녀에 새겨 넣었어요.

군자의 사 자가 죽을 사 자 발음과 같아, 연꽃을 더해 오우(五友)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제 삼천리 방방곡곡이 꽃대궐일 텐데요.

꽃 피는데도 형님 아우가 있답니다.

그 순서를 춘서(春序)라고 하는데요.

당나라 백낙천(白樂天)의 <춘풍(春風)>이란 시는 이 춘서를 읊은 것입니다.


春風先發苑中梅(춘풍선발원중매)

봄바람에 정원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

櫻杏桃李次第開(앵행도리차제개)

앵두, 살구, 복숭아, 자두 꽃이 차례로 핀다.


앵행도리 즉 앵두, 살구, 복숭아, 자두는 죄다 장미과입니다.

여기에 벚꽃까지 끼어들면 뭐가 뭔지 구분하기가 매우 난감해져요.

특히 매화나무와 살구나무는 구분이 어려워요.

꽃 피는 시기도, 꽃 모양도, 열매 모양까지도 비슷하거든요.

매실 살 때 살구가 섞여드는 것도 이 때문이래요.


매화 엉덩이 쪽의 꽃받침이 살구꽃과 구별되는 결정적 포인트랍니다.

엉덩이가 꽃잎에 착 달라붙은 건 매화, 꽃잎과 떨어진 건 살구.

다시 말해 힙업이면 매화, 힙다운이면 살구.

토종 민들레와 서양민들레힙업 여부로 구분해요.

업이면 토종, 다운이면 서양.


매화와 살구를 구분하는 포인트는 꽃의 뒷면에 있다. 이렇게 힙업이면 매화, 힙다운이면 살구꽃이다

꽃받침 모양도 미세하게나마 달라요.

완만하게 둥그스름한 건 매화, 뾰족한 건 살구.


매화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중심부에 별 모양이 드러납니다.

팥죽색 꽃받침이 5장 꽃잎붙어 있어, 꽃잎 사이가 모양을 이루는 거죠.

하지만 웬만한 눈썰미 아니면 바로 알아보기가 어려워요.


벚꽃. 꽃자루가 길고 꽃이 많다. 살랑 바람에도 팔랑댄다. 매화는 꽃자루가 짧아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매화와 벚꽃도 헷갈릴 수 있는데요.

멀리서 보았을 때 가지가 보이면 매화, 꽃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면 벚꽃입니다.

매화는 꽃자루가 짪아 나무에 딱 붙어 피지만,

벚꽃은 기다란 꽃자루 끝에  꽃이 다닥다닥 피어  가지가 잘 안 보입니다.


꽃자루가 긴 벚꽃은 살랑바람에도 랑대요.

매화는 움직임이 거의 없죠.

동양화에선 죽죽 벋거나 용틀임하는 가지에 꽃송이를 몽글몽글 눈송이처럼 표현하죠.

자두 역시 벚꽃처럼 자루가 길지만 녹색 기운이 돌아, 살구만큼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구불구불 늙은 가지에 피어난 매화가 회춘의 상징으로 어여쁨을 받았다는 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임금의 똥을 매화, 그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한 건 언뜻 이해되지 않는군요.


시인 이육사는 <광야>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가슴에 품은 뜻이 남다른 사람은 모름지기 매화를 벗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내 뜻 알아주는 이 없어 답답한 나날이라면?


이 봄, 매화 향기 으러 길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2024년 3월 11일


표지사진 = 들꽃사랑연구회 안승준 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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