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밭골샌님 Apr 03. 2024

골목길 야생화 19 앵도나무

앵두나무 꽃 피면 바람나는 처녀들~


앵도나무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맥 풀렸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 들려하였건만

신붓감이 서울로 도망갔으니

복돌이도 삼돌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라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던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엇네.
- 가요, <앵두나무 처녀>, 1955년.


3절로 이루어진 가사에 참으로 많은 사연이 담겨 있군요.

예로부터 '봄바람은 처녀바람, 가을바람은 총각바람'이라 했는데요.
봄에는 여자가, 가을에는 남자가 바람나기 쉽다는 뜻이라죠?
비슷한 뜻으로는 남비추 여희춘(男悲秋 女喜春).
남자는 가을에 슬퍼지고, 여자는 봄에 즐거워진다.
가을에는 남자가, 봄에는 여자가 상대적으로 더 다감해진다는 뜻이지요.
왜 봄바람에 여자들이 더 업될까요?


봄바람은 상승기류와 햇빛으로 달구어진 열로 인해 종잡을 수 없이 거세게 분답니다. 햇빛이 여름에 더 뜨겁기는 하지만, 나무와 숲이 없는 봄철이 대지를 더 달구면서 상승기류를 만들어 싱숭생숭해진대요.


5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장미과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니 그게 그것처럼 보인다. 사진 = 들꽃사랑연구회


오늘 주인공은 앵도나무입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정식명칭은 앵도(櫻桃)나무, 국어사전에는 앵두나무.

앵도(桃)는 열매만을 뜻할 때 쓰는데, 한자가 달라요. 꾀꼬리 앵(鶯), 복숭아 도(桃). 열매 크기는 작아도 열매의 구조가 복숭아를 닮았어요. 꾀꼬리가 좋아하는 복숭아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어요.


앵두, 혹은 앵도를 빌어 표현하는 속담 같은 게 많아요.

'앵도 같은 입술'.

단순호치(丹脣皓齒)는 미인의 조건이었어요.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 잘 익은 앵두의 빨간 빛깔을 닮은 입술을 앵순(櫻脣), 즉 앵두 같은 입술이라고 했어요. 관능적 매력을 철철 풍기는 거지요.


‘앵도를 딴다’는 건 눈물을 뚝뚝 흘린다는 뜻입니다.


‘처갓집 세배는 앵두꽃 꺾어가지고 간다’

처갓집 세배는 늦어도 괜찮다는 뜻인데요.

정초 세배를 건너뛴 무심한 사위가 뒤늦게 처가에 갈  때 멋쩍게 빈손으로 갈 수 없으니, 앵두꽃을 꺾어 선물로 가져간다고도 하네요.

설날에 차례 지내자마자 처가에 가려는 사내들을 놀릴 때도 쓴답니다.


앵도나무는 키가 큰 나무가 아닌 떨기나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장미과의 갈잎떨기나무입니다.

키는 다 자라도 3m 정도. 가지가 많이 나오죠.

만주가 원산. 영어명은 Manchu cherry.

학명은 Prunus tomentosa Thunb.


꽃의 색과 피는 시기가 매화나 벚꽃과 비슷해요.

하지만 크기가 작고 꽃잎이 쭈글쭈글하죠. 잎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가지 가득 하얗게 꽃이 핍니다.

꽃지름은 1.5~2cm.

홑꽃으로 꽃잎 5개, 꽃받침 5개.

암술의 수는 1개, 수술의 수는 약 19~21개.



앵도나무 꽃잎은 약간 주름지고, 배열도 좀 엉성한 느낌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6월 초, 음력으로는 단오 무렵에 지름 1cm 정도의 열매가 빨갛고 반들반들하게 익어요.

열매 중 가장 먼저 익어, 종묘 제사의 제물이자 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리는 하사품이었답니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5∼7cm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죠. 잎의 앞면과 뒷면, 짧은 잎자루에 털이 있어요.


짙은 갈색의 나무껍질이 좀 지저분하죠?

어린 가지엔 털이 빽빽이 나있어요.

고운 빛에 단맛 나는 열매를 그냥, 혹은 화채로 먹기도 하고요.


붉은 입술과 하얀 이는 아름다운 여인의 조건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런 입술을 앵순이라고 한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한방에서는 열매와 가지를 이질과 설사 치료에 쓴다네요. 화성(火性)이 강해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주의사항 있습니다.

앵두나무, 욱리인(郁李仁), 매도(梅桃)라고도 불러요.

꽃말은 ‘수줍음’, '향수', '눈부심'.


수분이 많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니, 우물가에 앵도나무가 많은 이유입니다.

집안에 복숭아나무는 안 심어도 앵두나무는 많이 심었대요.


나폴레옹이 청년사관으로 어느 소녀와 연애할 때, 앵도를 먹으며 사랑을 속삭였다는 일화도 있군요.

옛날, 우리나라 처녀 총각이 프러포즈할 때는 앵두꽃이나 복숭아꽃을 썼다네요. 맘에 드는 상대에게 담장 너머로 꽃을 던지는 걸로 끄~읕! 

참 쉽죠잉?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죠?

투표 독려를 위한 격언들 소개합니다.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 프랭클린 P. 애덤스


"정치를 혐오하고 관심 갖지 않는 국민들은 혐오스러운 정치인만 갖게 된다."

- 영국 격언


"최악과 차악 밖에 없다고 투표를 안 하게 되면 결국 세상을 최악에게 내맡기게 된다."

- 법륜스님, 대학생 대상 강연 중.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 에이브러햄 링컨


어떤 판단으로 누구에게 투표하든, 각자의 권리는 포기하지 않으시기를.


미국으로 이민 간 한 후배님,

5시간 차를 몰고 시카고에 가서 투표했다고,

어제 인증샷을 보내왔어요.

숙연해졌습니다.


2024년 4월 3일

작가의 이전글 골목길 야생화 18 꽃다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