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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12. 2024

골목길 야생화 26 쇠뜨기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변신하는 식물


쇠뜨기

오늘 주인공은 소가 잘 뜯어먹는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 쇠뜨기입니다.

봄철 쇠뜨기는 뱀의 머리 같다고 해서 '뱀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요.
뱀밥이 사라지고 나면 녹색의 '쇠뜨기'가 짠 하고 나타납니다.

토속적이고 푸근한 별명과 이름을 가졌지만, 특이한 생태 때문에 복잡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갈색의 뱀머리 모양은 사라지고, 마디마디가 잘 끊어져 소가 뜯어먹기 좋은 풀로 변신하는데, 그게 똑같은 종이고요.
그런 현상을 세대교번(世代交番)이라고 해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번갈아 모양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뱀머리처럼 생긴 갈색의 쇠뜨기가 사라지면, 그 옆의 녹색 쇠뜨기로 변신한다. 이런 식물을 세대교번 식물이라고 한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쇠뜨기는 세대교번(alternation of generations)을 하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인데요.

이 세대교번을 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한 글을 찾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고교생들을 위한 설명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원문 중 어려운 부분은 고쳐봤어요.


생식 방법이 다른 세대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이 세대교번이. 세대교번의 형식은 배우자생식과 무배우자생식이 교대하는 1차 세대교번, 배우자생식과 2차적인 무성세대가 교대하는 2차 세대교번으로 구분한다.


1차 세대교번은 다시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핵상(核相)이 어느 세대이든 단상(單相, n) 또는 복상(複相, 2n) 중 어느 한쪽만으로 되는 동형(同型) 세대교번, 세대에 따라 핵상이 교대하는 이형(異型) 세대교번이 있다.


세대교번은 쇠뜨기와 같은 양치식물 이하의 하등식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포자에 의하여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하는 무성세대, 포자가 싹터서 형성된 전엽체(前葉體) 반수체(半數體) 배우체 세대로 나뉜다.

전엽체 밑면에는 장정기(藏精器)와 장란기(藏卵器)생긴다. 이곳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져 수정하여 유성생식을 하는 게 유성세대이다. 유성세대에서는 배우자(n)가 수정함으로써 접합자(接合子) 내의 염색체 수는 복상(2n)의 수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얼마 후에 감수분열(減數分裂)을 해서 다시 단상(n)으로 된다.


이와 같이 식물의 세대교번은 핵상이 단상과 복상이 교대로 일어나는 걸 말한다. 성이 나뉘어 있는 유성세대는 단상(n), 성이 수정되어 합쳐진 무성세대는 복상세대(2n)가 된다.

- 네이버 <Basic 고교생을 위한 생물 용어사전>

이 설명을 쉽게 요약한 아래의 그림 참고해 보셔요.


이미지= doopedia


이해가 되셨나요?
쉽지 않지요. 저 역시나 그러하기에 쇠뜨기를 다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어요.
하지만 뱀밥의 형태가 곧 사라질 무렵이기에 일단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소개는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생물학 시간에 외우던 거 생각나나요?

계문강목과속종!

이게 특정 동식물이 어떤 계통에 속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생물 분류 단위입니다.

식물 양치식물 속새식물 속새 속새 속새 속의 쇠뜨기.

이 긴 이름이 쇠뜨기의 생태적 특징을 모두 담은 족보입니다.


쇠뜨기 원산지는 한국.

전국 각지 산이나 들의 습한 곳에서 자랍니다.


학명 Equisetum arvense L.

영어로는 Horsetail(말꼬리).

별명은 뱀밥, 공방초, 마수, 마초, 문형, 문형(門荊), 즌슬, 토마화, 필두엽(筆頭葉).

꽃말은 거짓.


왼쪽은 생식줄기, 아랫쪽이 푸르른 것은 포자가 아래로부터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영양줄기. 포자가 나와 자란 모습.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저 뱀머리 모양의 것을 생식줄기라 하고, 오른쪽 녹색 상태의 것을 영양줄기라고 합니다.

생식줄기에 가지는 없어요.

마디에 비늘 같은 연한 갈색잎이 돌려나며 오똑 서죠. 그 끝에 뱀머리 모양의 홀씨주머니 이삭이 달려요. 포자낭수(胞子囊穗)라 부릅니다.

여기에는 육각형의 벌집처럼 생긴 포자엽이 거북의 등처럼 갈라진 채 붙어 있는데요.

그 하나하나의 안쪽에는 각각 7개 안팎의 포자낭 (胞子囊)이 달립니다.

그러니까 저 갈색 이삭이 실제로는 꽃인 겁니다.


앞서의 족보에서 양치식물문에 속한다고 했죠?

고사리와 같은 양치류는 포자, 즉 홀씨로 번식해요.

쇠뜨기 생식줄기 끝에 달린 한 개의 이삭(뱀밥)에 200만 개 이상의 포자 즉, 씨앗이 들어 있어요.


여기서 잠깐 샛길!

노랫말 중에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건 틀린 표현이라고, 서양민들레 편에서 말씀드렸죠?

와이?

홀씨는 양치식물의 씨앗 구실을 하는 포자를 뜻하는 거니까요.

속씨식물인 민들레엔 홀씨가? 없습니다!


민들레가 씨앗을 잔뜩 품고 있다. 각각의 씨앗들은 갓털을 이용해 멀리멀리 날아간다. 홀로 날아가기는 하지만, 홀씨는 아니다.


영양줄기(쇠뜨기)는 생식줄기(뱀밥)가 스러질 무렵에 자랍니다.

곧게 서며 높이 30~40cm로 녹색.

마디와 능선이 있으며, 마디에 비늘 같은 잎이 돌려나고 가지가 갈라집니다.


또 다른 번식 방법도 있어요.

땅속줄기, 즉 뿌리줄기가 길게 뻗으며 번식해요.

그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한답니다.


<풀들의 전략>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말에 따르면,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되었던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것이 바로 이 쇠뜨기였다고 합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박은 덕분에 방사능의 열선을 피할 수 있었다는 거지요.


앞의 족보에서 쇠뜨기는 '속새' 집안임을 알 수 있죠? 3억 5천만 년 전쯤 석탄기에 번성한 원시식물에 속합니다.

물론 당시엔 고사리나 속새는 높이가 무려 40m 이상일만큼 거대했죠. 그들이 멸종하며 남긴 탄소 덕분에 우리는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를 마음껏 쓸 수 있었어요.


봄에 생식줄기(뱀밥)는 식용한다는데, 그 맛은 매우 쓰답니다.

영양줄기(쇠뜨기)는 이뇨제로 쓴답니다.

한방에서는 전초(全草)를 문형(門荊)이라 부르는데요. 토혈, 코피, 장출혈, 객혈, 혈변, 대상성월경, 해수천식, 임질, 월경과다, 요로감염, 소변삽통, 골절 등을 치료한다네요.



세대교번 현상은 독일의 식물학자 A. 샤미소가 원생동물인 살파에서 처음  발견하였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그 뒤 1848년 덴마크의 J.J.S. 스텐스트룹이 재발견해 '세대교번'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양치류 중 쇠뜨기는 가장 성공한 경우였다. 쇠뜨기의 줄기에는 섬유소뿐만 아니라 규토(硅土)가 들어 있어서 뻣뻣하게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 쇠뜨기의 줄기는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어서 대나무와 비슷하며 손톱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콘크리트 슬라브를 밀어젖히고 자라며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기도 한다."

- 데이비드 스즈키, <나무와 숲의 연대기>


앞서의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설명과 일치하는군요.


오늘 소개한 쇠뜨기.

설명이 길었죠? 그럼에도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저 자신 매우 불만스럽습니다.

고교생을 위한 쉬운 설명조차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거의 해독이 불가능해 손을 보았어요.

괄호 안의 한자는 일일이 찾아야 했고요.


고사리나 쇠뜨기류의 식물들은, 전혀 다른 두 가지  버전으로 일생을 사는구나 정도만 알아두면 되겠어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변신에 따르는 이중인격에 대한 이야기지요. 한 사람의 인격이 선과 악으로 분리되는 모습을 다룹니다.

인간 본성과 도덕적 갈등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하게 만드는 고전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쇠뜨기의 이중적인 모습과 오버랩되는 면이 없지 않지요?


20세기 전반 미국의  만화가 밥 케인이 그리기 시작한 <배트맨>도 변신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로 꼽을 수 있겠어요.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중인격자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나 봅니다. 마키아벨 리는  <군주론>에서  이중성은 총명한 권력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주장했지요.


그리스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셰익스피어의 <햄릿> 그런 이중인격자이자 절대 권력자에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주인공들의 고뇌를 그린 비극들이지요.


이렇게 저항한 주인공들과 절대 권력자 모두가 결국 죽는 것으로 결말이 납니다. 식물이나 인간이나 극한의 갈등은 공도동망 밖에는 없겠지요?


2024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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