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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15. 2024

골목길 야생화 27 살갈퀴

유기농 농부가 좋아하는 콩과식물

  

살갈퀴

홍자색 나비 같은 오늘의 주인공은 ‘살갈퀴’ 꽃입니다.
갈퀴 모양의 덩굴손이 있어 이름에 갈퀴가 붙었고요. 산에서 자라 산갈퀴였던 것이 살갈퀴로 변했을 거라네요.


쌍떡잎식물 목 콩과의 덩굴성 두해살이풀.
콩과는 매우 이로운 식물이라죠?
질소고정이라는 독특한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천연비료 즉 녹비(綠肥)가 되는 거죠.

게다가 이 살갈퀴는 빽빽할 정도로 서로 엉켜서  무리를 이뤄요. 다른 잡초들이 끼어들 엄두를 못 낼 정도. 6월 초 열매 맺은 후 쓰러지는데, 그 자체가 비료가 되고요. 죽은 자리에서조차 잡초가 자라기 어렵대요. 손을 댈 필요가 없으니 유기농 농부들에겐 엄청 어여쁨을 받을 수밖에요.


홍자색 꽃이 피는 살갈퀴 군락. 집단으로 자라 다른 풀들이  들어올 수 없고, 죽은 뒤에는 고스란히 퇴비가 되기에 유기농 농부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학명은 Vicia angustifolia var. segetilis.
곡식이 자라는 땅에서 크는 잎 좁은 덩굴식물쯤의 뜻이래요.
밭과 들, 산지의 낮은 곳에서 자랍니다.
키는 60∼150cm.
줄기에 털이 있고, 횡단면은 사각형이에요.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자라죠.

새의 깃 같은 잎은 어긋나고 짝수. 끝에는 덩굴손이 있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잎은 어긋나고 짝수깃꼴겹잎.
잎줄기 끝에 갈퀴처럼 3갈래로 갈라진 덩굴손이 있어요.
작은 잎은 3∼7쌍. 길이 2∼3cm의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
끝이 오목하게 파여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해요.
턱잎은 2개로 갈라지고 1개의 줄이 있습니다.

꽃은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으로 핍니다.
잎겨드랑이에 1∼2개씩 달리죠.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끝이 뾰족해요.

편평한 꼬투리열매는 길이가 3∼4cm. 그 안에 검은색 종자가 10개 안팎으로 들어 있어요.
식물체 전체를 사료로 사용하고, 열매는 먹어도 된답니다.

야완두(野豌豆), 야채두(野菜豆), 구황야완두, 춘가편두, 전설완두, 살말굴레풀 등으로 불린다네요.
꽃말은 ‘사랑의 아름다움’.


콩과는 난초과, 국화과에 이어 속씨식물 중 세 번째로 큰 과로, 730 속에 19,400 종이나 된대요. 경제적으로는 벼과 다음으로 중요한 식물입니다.


살갈퀴 열매. 콩과는 난초과, 국화과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종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벼과 다음으로 중요한 식물로 꼽힌다.


앞에서 콩과식물은 천연비료를 생산한다고 했어요.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화학시간이 될 수 있겠는데요.

잘은 모르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해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구의 대기, 그러니까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의 성분 중 가장 많은 건 산소가 아니라 질소입니다. 질소 약 78 %, 산소 약 21%, 아르곤 약 0.9%, 이산화탄소 약 0.04%.


모든 살아 있는 생물에게 중요한 건 영양분과 호흡 활동입니다. 영양분의 주된 요소가 질소인 건 식물이나 인간이나 같아요.

그렇다면 호흡에 중요한 건? 산소?

인간에겐 산소, 식물에겐 이산화탄소입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건 산소지만 내뱉는 것은 이산화탄소입니다. 식물은 그 반대로 호흡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영양분을 만든 뒤에 남은 찌꺼기인 산소를 내다 버리지요.

식물과 인간이 멋진 커플을 이룰 수 있는 열쇠입니다.


호흡 물질은 단순하다 쳐도, 영양분은 좀 복잡합니다. 영양분은 다양하기에 골고루 섭취해야 요. 많이 필요한 것도 있고, 적게 필요한 것도 있습니다.

대기 중에 질소가 78%나 있는 건 질소 성분이 동식물 모두에게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어폐가 있는데요. 우리에게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있기보다는, 가장 많이 있는 걸 이용하며 진화해 왔다는 편이 더 맞을 듯합니다.


질소(N)생명체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소입니다. 

질소 원소 두 개가 3중 결합으로 매우 강하게 연결된 2 원자 분자로 공기 중에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데, 색도 냄새도 맛도 없대요. 질소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발견됩다. 특히 아미노산, 핵산(DNA와 RNA)을 이루는 원소이며, 사람 몸에서산소, 탄소, 수소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답니다.

질소는 또한 지구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화학 원소인데요. 공기 중의 질소가 생물권과 유기화합물로 이동했다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순환 사이클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질소는 또 독성과 인화성이 없어.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다른 원소와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다른 원소와 사귀지 않는 기체를 귀족 기체(noble gas), 또는 비활성 기체(inert gas)라고 해요. 헬륨, 네온, 아르곤, 크립톤, 제논, 라돈 등의 18족 기체가 이에 속합니다.


영양분의 필수 요소인 질소는 대기 중에 78%나 된다. 콩과식물과 균근과의 공생으로 질소를 이용해 영양분을 만든다.


우리는 지금 콩과 식물이 왜 중요한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영양분의 필수 요소가 질소이고, 공기 중에 78%나 된다고 했지요. 문제는 이 질소가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완고한 귀족, 사교성 없는  비활성 기체라는 것입니다.

이들을 잘 구슬려서 식물이 먹을 수 있도록 말랑말랑하게 만들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를 해결하는 게 바로 콩과식물입니다.

정확히는 콩과식물에 붙어 있는 균근(菌根)이라는 미생물 덕분인데요.

콩과식물의 뿌리에 붙어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그것입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공중 질소를 식물이 흡수하기 좋게 만들어 줘요. 이를 '질소고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박테리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을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이를 제공해 줄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했고요, 그렇게 해주는 대표적인 동반자가 바로 콩과식물입니다.

이 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게 부족한 질소화합물을 주고, 콩과식물은 탄수화물, 즉 당분을 뿌리혹박테리아에게 줍니다. 부족한 것을 서로 보충해 줌으로써 이익을 공유하공생(共生) 관계라고 해요. 그 역사는 4억 년!

이들의 공생으로 연간 약 1억 9,300만 톤이라는 막대한 양의 질소가 고정된답니다.


이 방법 말고 질소를 고정시키는 존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번개입니다.

구름과 구름 또는 구름과 대지 간의 전위차에서 방전으로 발생하는 번개는 대기 중의 산소와 질소를 질산염(NO3-) 이온 형태로 변환시킨답니다. 이는 빗물에 포함되어 땅으로 내리게 되지요.

번개는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수만 볼트의 전압을 방출하고, 그 온도는 섭씨 2,800도나 된답니다.

비활성으로 귀족 기체인 질소도 번개에게는 못 당하는 셈입니다.


대기 중의 질소를 식물의 먹이로 변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번개. 수만 볼트의 전압과 고온 덕분이다. 사진= 네이버


지금은 화학적으로 질소를 고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질소비료를 대량 생산합니다. 농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기술 가운데 하나이지요.

이것으로 숙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랍니다. 콩밭에 질소 비료를 뿌려주면 뿌리혹박테리아가 사라진답니다.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이 필요 없게 된 콩은 잘 자라기는 해도, 잎만 무성하지 콩의 생산량은 줄어든다네요.



■ 식물의 세계도 인간과 다름없는 부분이 많아요. 문제는 해결책을 낳고, 해결책은 다른 문제를 낳고, 그 문제는 또 다른 해결책을 낳으며 진보와 발전을 이룬다는 점에서요.


이런 걸 서양철학에서는 변증법이라고 해요. 정반합 원리로 시작된 헤겔의 변증법은 나중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으로 발전합니다.

오로지 인류의 발전 단계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협소한 논리들이지요.


동양철학의 대표인 주역(周易)은 출발부터가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이었습니다. 고정된 것은 없다, 만물은 바뀐다는 것이 핵심이지요. 죽음조차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죽음 속에 생명의 씨앗이, 생명 속에 죽음의 씨앗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탄생에 멸망의 씨앗이, 멸망 속에 탄생의 씨앗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의 통일과 분단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정치 상황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우주만물에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살갈퀴로 시작된 오늘의 이야기가 콩과식물과 균근의 공생, 그것을 통해 우리 인류와 지구는 물론 우주 삼라만상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끝으로, 함석헌 선생의 '농촌을 살려야 다'는 글 소개합니다.

이 우주는 역(易) 곧 변하는 힘의 마당이고, 삶이란 거기 적응하면서 자기 창조를 해 나가는 것인데 그 적응이 잘못 되었다는 말입니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절대로 잊어서는 아니되는 생명의 원리가 <천천히>라는 것입니다. 우주에는 깨뜨릴 수 없는법칙이 있습니다. 변하지만 천천히 됩니다. 그것이 진화라는 것입니다. 씨는 일정한 날이 지나야 싹이 나고 뱃속의 아기는 일정한 단계를 거쳐서 나옵니다. 그것을 거스릴 학자나 권력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욕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그 법칙을 무시하다가 과속으로 달리던 차처럼 부서지고 맙니다. 우리 속의 생명은 어린데 우리 생각은 아노라고 하기 때문에 어리석습니다. 어떤 개인이 모든 사람을 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과 재주를 가졌 다고 생각할 때는 더욱 어리석습니다.

-함석헌, <바보새>.


즐거운 한 주일의 첫날이 되시기를.


2024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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