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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11. 2024

골목길 야생화 25 산괴불주머니

산속 그늘진 곳에서 노란 등을 밝히는 꽃

 

산괴불주머니

오늘로 낮의 길이가 13시간이 되었습니다.
낮 길이는 식물들이 꽃을 언제 피울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지요.
기온만 높다고 만개하는 건 아니라는 뜻.

식물은 생체시계로 밤낮의 길이와 기온 변화를 감지해 꽃피는 시기를 결정합니다. 밤보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어요. 이를 장일성식물(長日性植物)이라고 합니다. 바로 봄꽃들이지요.
반대로 낮의 길이가 밤보다 짧아지면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단일성식물(短日性植物)이라고 합니다. 가을꽃들이지요.

밤낮의 길이와 상관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은 중일성식물(中日性植物)로 계절과 관계없이 꽃을 피워요.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건 '지베렐린', 낮이 짧아지는 건 '앱시스산'이라는 식물 호르몬으로 감지한답니다.

월별 분포로 보면, 장일성식물이 2월 중하순부터 6월 하순까지 4개월 남짓, 중일성식물이 5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약 3개월, 단일성식물들이 8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2개월 남짓 동안 꽃을 피워요.
각각의 피크는 4~5월, 7월 초, 9월 말로 이 시기에 피는 꽃들이 가장 많습니다.

결국 우리가 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은 2월 하순부터 10월 하순까지 8개월 정도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지역이니까요.

우리나라에는 야생화가 약 4,600여 종, 나무가 600여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8개월 240일 동안 5,200여 종의 꽃이 피니, 하루 평균 20종 이상의 꽃이 피는 셈입니다. 하루 20종씩 따박따박 피는 건 물론 아니고요.

햇빛이란 식물에게는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원이자, 주변 정보를 발신하는 정보 발신자입니다. 식물의 가지 끝이나 생장점, 겨울 눈에 자리 잡고 있는 광색소가 맨 먼저 이 정보를 탐지해 내부에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어느 쪽으로 가지를 뻗을지, 언제 꽃을 피울지, 열매를 맺을지, 단풍이 들지, 잎을 떨굴지, 꽃눈이나 잎눈을 만들지를 결정하지요.


산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노란 등불을 밝히듯 서 있는 산괴불주머니.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오늘의 주인공은 산괴불주머니입니다.

괴불은 오래된 연뿌리에 서식하는 세모난 열매의 이름이래요. 벽사(邪) 즉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는데요. 오색의 비단 헝겊 안에 솜을 넣어 만든 걸 괴불주머니라 해요.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노리개로 차고 다녔답니다.
괴불을 ‘고양이 불알’로 보는 견해도 있나 봐요.


학명은  코리달리스 스페시오사(Corydalis speciosa).

코리달리스(Corydalis)는 라틴어로 종달새의 머리 위에 솟은 깃입니다. 꽃 모양이 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고요. 스페시오사(speciosa)는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 ‘종달새의 머리 깃을 닮은 매우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입니다.


짙은 보라색 꽃을 가진 자주괴불주머니. 현호색과의 꽃들은 입술 모양이고 꿀샘은 꽃 뒤의 뾰족한 곳에 있다.


현호색과의 두해살이풀. 키는 50 cm 가량.
산 어귀 습한 곳에 군락을 이루고 살아요.
4~6월 우윳빛 도는 노란 꽃이 아래부터 다닥다닥 피죠. 총상꽃차례라고 해요.

깔때기 같이 생긴 꽃부리가 입술 모양으로 벌어져 있는데요. 이런 모양의 꽃을 입술 순(脣) 자를 쓴 순형화관으로 분류합니다. <골목길 야생화> 11회의 '광대나물'과 같은 유형이지요. 

뒤쪽은 뿔이 달린 것처럼 뾰족해요. 이곳에 꿀이 들어있답니다. 이런 형태를 유거화관(有距花冠)이라고 하는데요. 두가지 형태를 갖고 있지만, 순형화관으로 분류합니다.
수술은 6개인데, 다시 2개씩 갈라집니다.

잎은 2회 깃꼴로 갈라지고 끝이 뾰족해요.
길이 10∼15cm, 나비 4∼6cm.
줄기 속이 비어 그다지 튼튼하진 않아요.

작은 잎이 새의 깃꼴  모양이고 전체 모양도 깃꼴이다. 이런 모양을 2회 깃꼴겹잎이리고 한다.


7~8월에 익는 열매는 삭과로서 길이 2-3cm이며 선형입니다. 염주같이 잘록하게 10~15개의 마디가 생기고, 그 마디마다 종자가 들어 있습니다. 종자는 흑색이고 둥글며 오목하게 파인 점이 있답니다.

한방에서는 식물과 뿌리 말린 것을 국화황련(菊花黃蓮)이라고 하고, 타박상이나 종기와 같은 피부질환에 외용제로 사용했답니다.
독이 많으므로 절대 손을 대지도 먹지도 말랍니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헤이룽강, 우수리강에 분포해요.
꽃말은 ‘보물주머니’.



서두에 식물이 낮의 길이와 기온을 감지할 수 있다고 했지요? 그 이상의 능력도 갖고 있을까요?


"식물은 볼 수 있고, 더듬을 수 있으며, 맛을 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중력을 느낄 수 있다."

- 수잔네 파울젠, <식물은 리에게 무엇인가>, 99p.


독일의 식물학자인 수잔네 파울젠이 식물의 탁월함을 칭송하기 위한 비유나 상상력으로  주장한 게 아닙니다.

그 증거들이 차고도 넘쳐요.

난초 종류가 풍부한 지중해 일대에는 꿀벌들을 초대하기 위한 기발한 전략을 구사하는 난초가 많다고 합니다.


거울난초의 아랫쪽 꽃잎. 암벌과 똑같은 모양에 페로몬 향을 뿜어 수벌을 유혹한다. 수벌이 교미 동작을 하며 꽃가루받이를 이룬다.

그중 하나인 거울난초.

사진에 보이는 대로 아래쪽 꽃잎이 꿀벌, 그것도 암컷 벌을 닮았답니다. 더구나 꽃의 향은 수벌을 유인하는 페로몬을 발산한대요.

수벌이 저 꽃잎에 앉아 가짜 암벌과의 교미 행동을 하면서 꽃가루를 암술에 묻히게 된다는군요.

이러한 난초로는 파리난초, 거미난초, 말벌난초, 꿀벌난초 등이 있답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각각의 난초가 특정한 곤충만을 유혹하는 겁니다.


식물이 볼 수 없으면 어찌 저런 무늬를 꽃잎에 새길 수 있으며,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 없다면 어찌 수벌이 속을 정도로 암벌의 페로몬 향을 발산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알려진 식물의 종류는 30만 종이라고 합니다. 또 알려진 천연물질 가운데 80%가 식물에서 나온다고 하고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의 종이나 천연물질은 얼마나 될까요?

Nobody knows!(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자연 파괴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노련한 유전학자라고 할지라도 4억 년 이상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식물의 다양함을 복원해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자연에 겸손해야 할 이유입니다.


겸손이라는 덕목은 같은 종인 인간에게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갖춰야 하는 예의가 아닐까요?


 ■ 선거 결과는 많은 해석을 낳습니다. 승리든 패배든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므로, 사후에 이뤄지는 각각의 해석은 나름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해석은 사후약방문.


유권자의 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의 으뜸은 겸손이 아닐까 싶네요.

정부 여당이 좀 더 겸손했더라면ᆢ.

야당이 좀 더 겸손했더라면ᆢ.

겸손의 미덕에 관한 금언들을 소개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 신약성서 마태복음 23: 12


겸손은 거만의 해독제

- 볼테르


겸손할 줄 모르는 사람은 늘 타인만을 비난한다. 그는 다만 타인의 과오만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자신의 죄과는 점점 커져가게 마련이다.

- 톨스토이



2024년 4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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