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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Mar 18. 2024

골목길 야생화  7 산수유

노란 꽃에서 맺히는 빨간 열매

산수유(山茱萸)


꽃소식은 남쪽으로부터 북상하죠?

그 속도가 하루 20~30km쯤이니, 시속 1km 안팎인 셈입니다.

단풍 소식은 반대로 북에서 남하하고, 그 속도 또한  비슷하다고 해요.


절기의 변화는 인간사에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였을까요.

옛 선비들은 뜰안에 지는 오동잎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고, 가지에 핀 매화 한 송이로 한겨울임을 알아 몸조심을 했지요.


좌경천리 입경만리(坐景千里 立景萬里), 즉 앉아서 천리 서서 만리를 본다는 경지는, 시절을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알려주는 최고의 스승은 바로 계절의 순환인 것이지요.


올해 꽃소식은 예년에 비해 약간 빠르다네요.

제주에선 이미 유채꽃이 가장 먼저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남쪽 지방은?

광양 매화 축제와 구례 산수유 꽃 축제가 동시에 시작돼  어제 끝났답니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네!”

몇 년 전 유행했던 광고 생각나시나요?

그 주인공 산수유(山茱萸) 소개합니다.


두 지역 꽃 축제에 상춘객이 엄청나게 몰렸다는군요.

대전도 산수유 피기 시작했어요.

어제 들렀던 한밭수목원은 매화, 홍매화와 함께 산수유가 피었더군요.

오늘 다녀온 세천공원일대는 아직 겨울색이지만 군데군데 노란 산수유 군락지는 화사했습니다.


산수유 꽃. 한 송이 안에 꽃들이 20~30 개 들어 있다.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소교목.

7m 정도로 자랍니다.

노란색 꽃이 잎보다 먼저 피죠.

산형꽃차례, 즉 우산 모양으로 한 송이에 지름 3~5mm의 꽃이 20~30개씩 핍니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4개로, 뒤로 젖혀집니다.

작은 꽃줄기는 길이가 6~10mm.

암술 하나에 수술은 4개.

잎은 마주나고, 자라면서 한쪽으로 뒤틀립니다.


주로 중부지방의 산에서 자라는데요.

꽃이 일찍 피는 데다 아름다워 관상수로 많이 심고요.

열매의 효능 때문에 대량으로 재배합니다.


산에서 자라는 생강나무와 개화시기가 비슷합니다.

꽃 색깔도 같고 모양도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데요.


우선 수피(樹皮 : 나무껍질)가 달라요.

산수유는 수피가 회갈색이고 비늘조각처럼 벗겨집니다.

너덜너덜하고 얼룩덜룩이면 산수유, 매끈하면 생강나무.

앞으로 나무를 보실 때는 수피도 관찰해 보셔요.

벌거벗은 겨울철,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수형과 수피거든요.


수피가 너덜너덜 벗겨지면 산수유, 매끈하면 생강나무.


주변에 벚나무 많죠?

수피만 보세요.

가로로 살이 튼 것 같아요.

은행나무는 세로로 깊이 갈라지고요.

이렇게 수피만으로 겨울철  가로수의 반 이상은 멀리서도 알아맞힐 수 있답니다.

나머지 차이점은 생강나무를 다룰 때 소개할게요. 


생강나무는 말 그대로 나뭇가지 꺾어 냄새를 맡아보면 생강 향이 납니다.

잎과 가지에 방향성 정유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답니다.


산수유 열매는 8월에 녹색의 긴 타원형으로 매달려 10월쯤 붉게 익어요.

약간의 단맛에 떫으면서도 강한 신맛이 납니다.

열매에는 코르닌, 베르베날린, 탄닌, 우르손, 비타민A 등이 풍부하대요.


민간에서는 차로 또는 술로 만들어 강장제로 쓰고 있습니다.

신장, 생식기능 감퇴로 소변을 자주 보거나 허리와 무릎이 시릴 때에 효과가 있다고 해요.

‘남자한테 참 좋은데...’의 근거는 <동의보감>, <향약집성방>에 나와 있답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산에 올라 빨간 산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으면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몽실몽실 노란 꽃에서 빨간 열매가 달린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산수유는 한국과 중국이 원산이고요.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경북 의성군 등이 재배단지로 유명해요.


산수유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


혜민 스님은 가슴에 사랑이 있으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대요. 잔잔한 기쁨이 솟아나고, 마음을 열어 경계를 지운답니다.

생텍쥐페리는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서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어요.

너와 나의 구분과 경계를 지우는 사랑,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사랑.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화두임엔 틀림없죠?


소설가 김훈은 산수유 꽃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의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 <자전거 여행>


하,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이는 나무가 바로 산수유라니!


■ 아직은 골목길에 꽃 피운 풀과 나무가 기대만큼 많지 않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나름대로는 순서를 정해 놓았지만, 새봄 새 꽃도 못 본 채 다룰 수는 없겠다 싶어 주말과 휴일에 수목원과 인근 야산을 돌아다녔지요.


꽃소식은 자꾸 올라오는데 골목은 조용하니 제가 나가서 꽃님들 모셔올 밖에요.^^

<골목길 야생화> 본래 취지에서 약간은 벗어나 의아해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불편하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게요.


2024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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