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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Sep 25. 2024

골목길 야생화 58 까마중

반들반들한 중의 머리 같은 까만 열매


까마중

요즘 SNS를 통해 들어오는 너무나도 좋은 글과 영상들.
소화해 내기 어려울 정도 아닌가요.
그 내용이 해롭거나 평범해서가 아니라, 외려 너무나도 유익하고 수준 높기 때문인데요.


무슨무슨 건강비법부터, 성공 노하우, 인간관계, 가족 간 사랑, 자녀 육아 및 교육 방식, 우정의 소중함, 자아의 발견, 바람직한 00 생활ᆢ.

게다가 한바탕 웃게 만드는 짧은 동영상.

심신이 괴로울 때 위로까지 해주는ᆢ.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것 같은 정보들임에 분명하고, 순간이나마 즐거워지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지요.

그래서 매일 꼬박꼬박 보내주는 분들의 그 정성과 챙겨주심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내게 부족한 비타민만 충해 되는데 뭔가 또 부족한 게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이 들게 하는 광고에 낚여, 어느덧 한 움큼의 약을 먹게 되는 것처럼, 정보의 과잉과 오남용으로 피곤함을 느낄 때도 습니다.

알뜰살뜰 챙겨주시는 분들께 매번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는 것민망해 생략하다 보면, 좋은 교훈과 정보에도 심드렁해지기조차 하는데요.


좋은 말씀과 노하우들을 어떻게 모두 실천하고 살 수 있나 하는 소화불량성 중압감이 은근슬쩍 생기곤 해요.
콘텐츠 생산자나 전달자들은 과연 그 모든 걸 실천하며 살고 있을까라는 심술궂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일종의 '너나 잘해!' 심리?


퍼 나르기에 종종 가담하고 있는 제게도 누군가가 등뒤에서 저런 의문을 품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왜 좋은 글과 동영상들이 이토록 넘쳐나고  걸까요.

생산자에게는 대중의 관심과 주목도가 곧 돈이 되고 명성이 되고 성취가 되겠지요.

전달자와 최종 소비자인 우리는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걸까요.


스스로 지적 욕구가 왕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욕구를 채워주는 양질의 정보들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텔레비전이 그렇듯, 일종의 공허함이나 불안심리, 강박증을 잊게 해 주기 때문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정보 과잉은 건강식품 과다 복용처럼 먼 훗날에나 밝혀질 부작용을 품고 있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오늘 주인공은 '까마중'입니다.
사람 사는 곳 근처면 어디에서자라요.
지금 꽃과 열매가 함께 있어 발견하기도, 구분하기도 좋습니다.



까마중 열매. 까맣고 반들반들 중 머리를 닮은 열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까맣게 익어 반들반들한 열매가 오종종 모여 달린 모습이 까까머리 스님들을 닮아 붙여졌다는데요.
나무 중에 열매가 스님들이 떼 지어 모여 있다고 해서 '떼중나무'로 불리다가 '때죽나무'로 정해진 것과 비슷한 발상인 듯합니다.


학명은 Solanum nigrum L.

속명 솔라눔(Solanum)은 거대한 식물군을 이루는 가지과 식물을 뜻합니다.

가지과에는 감자 토마토 고추 등이 속해 있어 가짓수가 많아요.

참고로 고구마는 메꽃과, 무와 배추는 십자화과, 당근은 미나리과, 상추와 우엉은 국화과, 참깨와 들깨는 꿀풀과, 마늘 파 양파 부추는 백합과, 딸기는 장미과, 호박 수박 참외 오이는 외과입니다.


까마중 종명 니그룸(nigrum)은 라틴어로 ‘검다’는 뜻으로 검은 열매를 나타낸 것이지요.

영어로는 블랙 나이트쉐이드(black nightshade), 혹은 포이즌베리(Poisonberry).

아메리카 인디언도 질병 치료에 많이 이용했답니다.
한자 이름은 용규(龍葵).

어린 시절 입 주위가 새카매지도록 까마중 열매를 따먹고 허기를 채웠다고 회상하는 분들 많더군요. 맛은 시금 달달.


지역에 따라 가마중, 강태, 까마종, 까마종이, 깜뚜라지, 깜푸라지, 먹달, 먹딸기, 먹땡깔, 먹땡꼴, 간장딸기 등 정겨운 별명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별명이 많다는  그만큼 인간과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왔다는 뜻.

한해살이풀.
높이 20~90cm.
가지가 옆으로 많이 퍼지고, 원줄기에 능선이 있어요.


아래를 향한 흰색 꽃. 꽃이 작은 데다 잎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앙증맞고 귀엽다.

잎은 길이 6~10cm, 너비 4~6cm.
계란형으로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합니다.


개화 시기는 5∼9월.

꽃은 흰색.
잎과 잎 사이의 줄기에서 나온 1~3cm의 꽃자루에 3∼8개의 꽃이 우산모양으로 달립니다.
꽃받침과 꽃잎은 5개로 갈라져요.

암술 1개에 수술 5개.

열매는 장과(漿果)인데요.

동그랗고 올망졸망 정겹게 달립니다.

장과는 껍질이 두껍고요, 즙이 많아요. 

씨앗이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귤, 토마토, 포도 따위가 장과에 속해요.

까마중은 독성이 강한 풀입니다.

지금 시즌 푸릇하게 덜 익은 열매를 맛보다간 입술이 부르튼다니, 섣부른 실험은 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까만 열매만, 그것도 조금만.


까맣게 다 익으면 괜찮지만 덜 익은 푸른 열매는 독성이 강해 먹으면 안 된다.


봄철 어린잎도 삶아서 우려내야 먹을 수 있을 정도.

미국 연구에 의하면 완전히 익지 않은 열매에는 독성물질인 솔라닌(solanine)이 들어 있답니다. 열매가 익으면서 솔라닌이 서서히 사라지는데요. 익지 않은 까마중 열매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솔라닌은 토마토 같은 감자과 식물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인데, 암세포 자연사를 유도한답니다.

독이 곧 약인 셈이지요.


잎부터 줄기, 열매 모두가 귀한 약재랍니다.

그 효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


항암, 해독, 면역력 증진, 고혈압 예방, 불면증, 피로, 혈액순환 개선에 감기, 만성 기관지염, 신장염, 황달, 종기, 부종 치료제.
거의 만병통치약이죠?
민간에선 상처 났을 때 잎을 찧어 상처부위에 붙여두었대요.

외국에서는 잘 익은 열매로 잼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네요.


<동의보감>에는 용규(龍葵)에 대해 '성질이 차고(寒) 맛이 쓰며(苦), 피를 맑게 하고 열로 부은 것을 치료한다.'라고 나와 있답니다.


까마중의 유사종에는 미국까마중, 털까마중, 노랑까마중이 있습니다.


꽃말은 '동심'.

부처님오신날 파르라니 깎은 동자승들의 천진하고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면, 이 꽃말에 절로 웃음이 납니다.


 보면 알게 되고, 알면 사랑하게 된다죠?
사랑함이 오랠수록 그 사랑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 대상은 꽃이나 풀은 물론, 사람에게도 적용될 듯합니다.

그런데, 매일 보는 사람을 사랑하기가 어쩌면 가장 어렵지 않나요?

나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사랑하기는커녕 미워죽겠지요.

그런 경우 말고, 내 옆엣사람을 사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언제부턴가 를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일 수 있습니다.
 이전에 자신을 알려는 노력을 멈추었거나 게을리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지난번 꽃무릇에서 언급한 '나 자신'을 알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의 리바이벌인가요?


■■ 거의 모든 어려움 속에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나'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손뼉을 치려면 손을 마주쳐야 합니다.

상대가 어떻게 하더라도 내가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지요.


'손뼉도 손이 맞아야 한다' 속담은 맞서는 사람이 있기에 싸움을 한다는 뜻입니다.

나를 내세워 벽을 쌓으면 그 무엇인가와 부딪혀 허물어진다는 뜻이 아닐까요.

너와 나, 누가 먼저 허물어지는지 경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긴,

사랑이 밥 먹여주냐?

너나 잘해!

맨 앞에 드린 SNS를 근거로 제게 되묻는다면, 저 역시나 유구무언일 수밖엔 없겠어요.


■■■ 오늘 첫서리가 내렸다는 뉴스가 있군요!

서리는 거의 모든 풀과 나무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첫서리는 생의 마감을 코앞에 눈앞에  두고 있으니 서둘러 정리하라는 대자연의 어명이자 명령이자 분부이지요.


가을 추 서리 상, 추상(秋霜)은 법(法)을 일컫는 상징어입니다.

법 앞에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건, 만물이 서리 앞에는 바짝 엎드려야 한다는 걸 본떠 만든 인간의 말이지요.


저 역시나 <골목길 야생화>가 동면을 앞두고 있음을 알려주는 첫서리로 여기겠습니다.


2024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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