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큰 힘은 독서에서 온다. 남의 책을 읽다 보면 작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준비해 둔 결정적 한 방을 발견한다. 상징이나 은유, 때로는 잠언 등을 보고 소위 글쓰기의 잔기술을 익힌다. 테크닉을 익히지 않고 되는 분야는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고 모방 단계를 거쳐 나만의 것을 찾아내자. 그때까지 어떤 방법이라도 다 동원해서 문장과 나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지까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감각을 익혀야 한다.
글씨는 솜씨와 마음씨처럼, 태어나면서 기지고 있는 유전자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며 몸 구석구석에 뿌려지는 '씨'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며 뿌린 씨앗이 몸에 배여 자란다. 일상이 되고 습관이 들며 나의 일부가 된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나이와 함께 생기는 주름이 다시 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관심과 노력으로 나아지거나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솜씨가 좋아지고 마음씨가 고와졌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드물지만 주름도 없어진다. 글씨도 당연히 교정될 수 있다.
글씨를 고치기 위해서는 많이 써야 한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 3할 타자를 위해서는 배트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하고 살을 빼기 위해서는 땀을 흘려야 하는 이치와 같다. 춤을 잘 추기 위해서는 계속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작정 많이 쓴다고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글씨, 닮고 싶은 글씨를 따라 써야 한다. 중심 타자가 되기 위해 역사적 타자의 스윙을 따라 하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는 몸짱의 운동 루틴을 눈여겨봐야 한다. 무작정 보다는 작정하고 달려들어야 한다.
잘 구성진 글씨 교본은 도움 된다. 명필을 따라 쓰다 보면 잘 쓴 글씨의 구조와 형태를 발견한다. 획의 시작과 끝, 획의 꺾기와 삐침, 때로는 획과 획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발견하기도 한다. 글씨도 테크닉이다. 잔기술을 익히지 않고는 개성 있는 글씨체를 가질 수 없다. 따라 하기는 가장 좋은 배움의 방법이다. 타인의 글씨 속에서 나의 글씨를 찾아보자. 어려운 점은 가려내고 평범한 곳은 변화를 줘보자. 내 마음에 드는 글씨를 쓸 때까지 반복하며 따라 쓰자. 스타벅스도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바를 모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