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글씨

by 대사랑 biglovetv

낚시와 글씨는 공통점이 많다.


나의 글씨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글씨를 가지려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씨를 낚시에 비유해 본다.

비록, 초보 낚시꾼의 얕은 지식으로 쓰인 서툰 비유지만, 글씨를 고치려는 이들에게 좋은 이해와 실천의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조전, 릴과 낚싯대를 정성을 다해 닦고, 낚싯줄의 꼬임과 바늘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낚시는 벌써 시작된다.

글씨 쓰기 전, 섬세한 칼질로 연필대의 껍질을 벗겨내고, 무뎌진 연필심을 골고루 돌려 깎아, 쓰기 적당한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글씨 쓰기는 이미 시작된다.


낚시의 입문은 만만하지 않다. 바다와 민물낚시는 완전히 다르며, 바늘의 크기, 미끼의 종류, 찌의 부력, 낚싯대의 굵기, 챔질의 방법 등 미리 공부하고 숙지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다.

글씨체를 바꾸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글씨의 목적에 따라 글씨체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며, 펜의 종류, 펜심의 진하기와 굵기, 연습장의 종류, 획의 순서, 자음 모음의 쓰는 방법 등 미리 방향을 정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독학으로 시작하여, 수많은 시도와 출조를 통해 전문 낚시꾼이 될 수 있지만, 고수가 늘 곁에 있어 정확한 기술을 바로 익히고, 언제나 동행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시간 낭비를 줄이고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낚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펜글씨 교본을 통해, 홀로 새로운 글씨체를 갈고닦으면 훌륭한 글씨를 쓸 수 있지만, 선생님이 늘 곁에서 즉시에 바른 예를 보이거나, 같은 길을 가는 글씨 동무가 있다면, 신속한 교정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원하는 글씨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파도 한점 없는 고요한 바다를 향해, 대물의 희망을 품고, 초릿대를 힘차게 던지는 건,

잡티 하나 없는 백지위에, 멋진 글씨를 쓰겠다는 큰 포부와 함께, 펜으로 첫 획을 긋는 것과 같다.


생각해 둔 포인트에 정확히 찌를 세우기 위해서는 세월이 만들어 낸 노련함이 필요하듯, 머릿속의 멋진 글씨체를 쓰기 위해서는 첫 자음의 모양과 크기가 중요한데, 이 또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태양과 달의 인력이 만들어 내는 간조와 만조의 변화는 바다의 표정을 수시로 바꾸어, 낚시꾼을 계속 긴장하게 한다.

이상적인 글씨체에 못 미치는 자조적 시선과 글씨 쓰는 이를 향한 타인의 시선은, 그를 언제나 긴장하게 한다.


대상 어종에 따라 낚시법이 달라진다. 또한 미끼의 종류도 달리 적용하는데, 그에 따라 찌의 부력을 조절하여 적절한 수심을 유지해야 좋은 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글씨 쓰는 목적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진다. 또한 쓰는 속도도 달리 적용하는데, 그에 알맞은 글씨체를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상황에 맞는 글씨를 쓸 수 있다.


미끼를 던져 놓을 바다의 깊이나 물 흐름의 방향, 밑바닥 상태에 따라 낚시 채비를 달리해야 한다.

글씨를 연습할 종이나 노트의 종류에 따라 연습 대상, 연습 방법, 얻고자 하는 효과 등을 달리해야 한다.


새까만 하늘에 떠 있는 달에서 퍼져 나오는 은회색빛을 조명 삼아, 시커먼 바다 위 홀로 반짝이는 찌만을 주시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은 맑아진다.

백열등 스탠드 조명만을 받은 황금빛 노트 위에, 자신의 몸을 희생해 가며, 검은색 흔적을 남기는 흑연심만을 주목하면, 무념무상의 상태가 된다.


파도에 몸을 실어 일정한 반복 운동을 하는 찌를 보면, 같이 연결되어 수면 아래 있는, 등 굽은 새우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는, 낚시 바늘의 움직임도 짐작이 간다.

자음과 모음을 반복하며 한 글자 한 글자를 써가면, 종이 위에 선명하게 남겨지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갯바위 한 모퉁이에 비스듬히 자리를 틀고, 일정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을 들으며 낚싯대와 한 몸이 되는 것은 낚시만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낡은 책상과 의자에 엉덩이와 양팔을 다소곳이 위치하고, 오로지 연필의 사각거림 속에서 펜과 한 몸이 되는 것은 글씨만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근심을 낚싯줄 끝에 매달아, 적막한 밤바다에 던져, 저 멀리 보내는 것이 낚시의 또 다른 이유라면,

자신과 같은 역경을 먼저 이겨낸 이들의 모험담을 따라 적으며 해답을 모색하는 것은 글씨의 또 다른 이유다.


풍성한 밑밥과 싱싱한 미끼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대물을 유혹하듯이,

다양한 글씨체를 써보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글씨체로 변화해야 글씨의 재미를 느끼고, 본인만의 개성 있는 글씨를 갖게 된다.


허공을 빠른 속도로 가르는 초릿대의 움직임과 낚싯대를 통해 전해오는 강한 그 손맛은 강태공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극강의 유혹이다.

자음과 모음을 잇는 신속한 손놀림을 통해 종이 위에 남겨지는 회색빛 흔적과 펜을 통해 전해오는 까실 까실한 손맛은 글씨를 계속 쓰게 하는 강렬한 유혹이다.


대물을 잡았다는 희열과 지난 출조보다 훨씬 많은 조과의 풍성함보다는, 자연과 긴 시간을 조우하며 가진 자기반성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교본보다 힘 있는 획을 그었다는 희열과 지난 연습보다 덜 흐트러졌다는 자신감보다는, 나만의 문장을, 작가의 명문을 내 손을 통해 가슴에 새겼다는 벅찬 감동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한참을 머물렀던 낚시터를 뒤로 할 때는, 언제나, 커다란 미련을 그 자리에 남기며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한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나의 글씨를 거슬러 보면, 언제나, 곧지 못했던 획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더 나은 각오를 다진다.

낚씨는 글씨다.


대사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디에 글씨 연습을 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