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와 근육

글씨 잘 쓰는 법

by 대사랑 biglovetv

50세. 6월이 되면 다시 48세가 되어 더 젊어지는 것은 나라가 보장해 준다고 하지만,

‘50’이라는 숫자는 마치 느닷없이 날아온 신호위반 범칙금 고지서처럼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약 2500여 년 전 ‘공자’는 나이 50을 ‘지천명’이라 하여 하늘의 뜻도 알 수 있는 마땅한 나이로 정의를 내렸지만, 내 자신과 아내의 마음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나에게는 ‘50’이라는 숫자는 늙어간다라는 신호로만 느껴졌다. ‘공자’ 정도 되니 그럴 수 있었지라는 ‘회피’ 보다는 100세 시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50을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무엇 하나라도 해보자라는 ‘다짐’을 앞세우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했다.


1여 년 전 뇌경색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맞이한 후 재활중이던 나에게 헬스(PT)를 통한 체력 증진이라는 강도 높은 ‘셀프 처방’을 내렸다.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가 아닐까? 요가나 필라테스가 더 낫지 않을까? PT는 비싼데 돈 낭비 아닐까?라는 많은 의문과 걱정들이 다시 나의 뇌를 흔들었지만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덜컥 선불 결제를 하였다.

2022년 1월 1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진행해오고 있던 필사 방송을 통해 ‘꾸준함’이라는 것에 꽤 단련되었던 터라, 헬스도 이와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끈기 있게 실천한다면 적응되고 ‘생활화’될 것이라는 근자감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헬스 시작 후 이제 겨우 2달을 향해 달려가는 초보이지만, 꾸준히 주 3회 이상 헬스장에 간 덕분에 근육이 제법 붙고 체력도 좋아지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잠시 멈추었던 글쓰기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글씨와 근육도 상당히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비록 ‘헬스 초보’ 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근육과 글씨를 비유하여 글씨체를 바꾸려다 포기하는 분들에게 작은 동기부여와 힘이 되는 글 하나를 적어본다.


근육 성장에 대한 지식과 다양한 헬스 기구 사용법을 알고 있어, 혼자서 운동을 해도 바디 프로필을 촬영할 정도의 근육질 몸매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면 마음을 고쳐 먹는 것이 좋다. 트레이너가 늘 곁에 있어, 즉시에 자세 교정과 체형에 따른 최상의 프로그램을 안내받고 필요한 영양소와 식단까지 도움을 받는다면 원하는 목표에 보다 빨리 닿을 수 있다.


바꾸고자 하는 글씨체에 대한 공부와 글씨 쓰는 자세, 연습 펜과 노트 사용법을 알고 있어, 혼자 교본을 사용하여 연습을 해도 글씨 제법 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면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선생이 늘 곁에 있어, 손의 움직임과 획의 상세한 부분까지 교정해 주고 글자 모양에 대한 안내와 최적의 연습 순서와 글감까지 알려준다면 원하는 글씨체를 보다 빨리 가질 수 있다.


근육을 성장시키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아니,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중력을 거스르며 자신이 들 수 있는 무게의 한계치를 끝없이 부수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근육은 커지고 체력은 좋아지는 것이다.


좋은 글씨체를 갖고 그 글씨를 변함없이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니, 쉽게 생각해야 한다. 몸에 배어버린 악필을 버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머릿속에 새겨진 새로운 글씨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글씨는 좋아지고 자신만의 글씨체를 가지는 것이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흐르는 헬스장에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주눅 든다. 구릿빛 각진 근육의 남자들은 내 체중보다 훨씬 더 나가는 무게를 가뿐히 들어 올리고 있고, 한쪽벽에 줄줄이 붙어 있는 러닝 머신 위에는 여러 명의 임춘애들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헐렁한 민소매 사이로 선명한 선을 그리며 불룩 튀어나와 있는 근육과 화려한 레깅스에 숨어 있는 콜라병 각선미는 부러울 뿐이다.


일정한 간격의 선이 있는 연습 노트 위에 나의 손 끝에서 시작되는 첫 획은 늘 부담스럽다. 교본의 쓰인 글씨에는 정갈함과 화려함이 넘쳐흐르고, 손글씨 유튜버의 영상에 나오는 글씨는 특별해 보인다.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며 인쇄한 듯 써진 교본 글씨와 화려한 몸짓을 하듯 써 내려가는 유튜버들의 펜놀림은 부러울 뿐이다.


PT 수업이 있었던 날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쓰지 않던 근육들이 무리를 한 탓에 통증으로 온몸에 불만을 표시한다. 그렇다고 피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근육은 미세한 근섬유들이 큰 하중과 반복되는 자극에 상처를 입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팔, 다리가 근육통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운동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상처 없이는 성장’도 없다.


한 페이지 빽빽이 글씨 연습을 한 후면 숟가락 잡기도 쉽지 않다. 엄지, 검지, 중지는 마비된 듯 저려오고 손목과 어깨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슬퍼하거나 체념하면 안 된다. 펜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손가락의 적절한 힘의 배분과 손목 진행 방향, 어깨 기울기 등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손톱 밑두덩이가 붓고 손목이 뻐근하다면 당신은 지금 글씨 연습을 잘하고 있다는 근거다. ‘태어나면서 명필’은 없다.


이왕 운동을 시작했다면 쥴리안 강이나 김종국 정도의 근육질 몸매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해보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1,2년 정도만 훈련으로는 그 수준에 올라갈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운동’이라는 몸짓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왕 글씨체를 바꾸어 보기로 결심했다면 글씨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대사랑’이나 '아빠글씨'님이 쓰는 궁서체보다 더 잘 쓰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글씨를 써 보면 그들의 레벨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알 수 있다. 교본 1,2권의 연습으로 그들의 글씨를 뛰어넘을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글씨’라는 행위가 습관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헬스를 시작했다면 늘 ‘내가 왜 운동을 하는가?’라는 명확한 이유를 가슴 근육 한 곳에 간직해야 한다. 이는 끝없는 반복에 지치지 않고 더 무거운 무게에 계속 도전하는 용기를 준다. 닭가슴살과 유명한 트레이닝복이 몸짱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반복에 지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씨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면 항상 ‘왜 글씨체를 바꾸려고 하는가?’라는 확고한 명분을 펜 끝에 실어야 한다. 이는 악필 본능을 거스르고 '글씨 바꾼 들..'이라는 회의감을 이기도록 돕는다. 고가의 만년필과 비싼 노트가 명필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따분한 과정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각오가 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헬스는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무게는 몸을 망치게 한다. 움츠려있던 근육의 이완과 심장과 폐에 미리 거는 시동은 웨이트 운동을 돕고 그 결과도 우수하게 한다. 웨이트는 상체, 하체로 나누어하거나 상체를 어깨, 가슴, 등으로 더 세분화하여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운동부위의 근육에 충분한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더 큰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씨 연습은 올바른 펜 잡기와 선긋기로 시작한다. 많은 획의 글자를 바로 쓰면 여유가 없어 이전 글씨가 나온다. 복잡한 글자라도 여러획으로 이루 진다는 것을 이해하고 가로, 세로 선긋기 연습에 충실하고 한 글자, 단어, 문장순으로 확장하면 그 결과도 좋다. 새로운 글씨체를 위해서는 자음/모음 연습으로 나누고 자음을 초성, 중성, 종성에 따라 달리하는 모양 변화를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자음, 모음의 위치와 순서에 따른 변모에 잘 대응토록 하기 때문이다.


신체 한 부위만 집중해서 운동하거나 단련한다고 해서 이상적인 몸을 가질 수는 없다. 물론, 근육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일부분에만 근성장이 일어나더라도 덩달아 다른 부위도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균형 잡힌 몸을 위해서는 각 부위별 자극, 유산소 운동, 충분한 영양공급 등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획 하나만 집중 연습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글씨체를 가지거나 필력이 좋아질 수 없다. 물론, 한 글자는 여러획으로 이루어져 있어 획 하나만 잘 쓰더라도 글씨가 나아진다. 하지만, 이것으로 원하는 글씨체를 가질 수 없다. 한 획의 집중보다는 자음의 위치별 글자 모양 익히기, 일정한 속도의 장문 쓰기, 자신의 글씨체로 변형하기 등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


상당한 근육의 성장뒤에는 정체기가 온다.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단백질 보충제 섭취와 손목 스트랩 사용이다. 단백질 보충제는 근육 발달에 필요한 양분을 충분히 제공한다. 또한, 근육량의 증가를 위해서는 웨이트의 증량은 필수인데, 이때 손목 스트랩이 도움 된다. 스트랩은 악력보다는 자극이 필요한 근육을 잘 사용하게 하여 근육 성장을 촉진한다. 만약 당신이 정체기에 빠져 있다면 이 두 가지의 도움을 받아보자.


글씨 연습 중, 손가락, 손목 통증으로 중단하거나 글씨의 발전이 더딘 정체기가 온다.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방안지 활용과 펜 잡기 교정기 사용이다. 방안지는 일정한 간격(5mm, 3mm)의 네모칸으로 이루어진 노트인데, 초성으로 사용되는 자음의 시작위치와 한 글자의 기준선이 되는 모음의 위치를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장문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손에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펜 잡기 교정기가 도움이 된다. 교정기는 엄지, 중지, 검지의 올바른 위치를 잡도록 하고 적절한 힘 분배를 돕는다. 만약 당신의 글씨의 발전이 더디거나 손가락이나 손목에 통증이 생긴다면 이 두 가지의 방법을 이용하자.


일정 수준의 근육을 가졌다고 해서 운동을 그만두거나 게을리하면 금방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일정한 양의 근력운동, 유산소 운동, 꾸준한 영양소 공급, 충분한 휴식이 지속되어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변화된 모습과 성장을 지켜봐 왔으면 운동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면 버릴 수 있겠는가? 인공위성이 엄청한 추진력을 사용해 일정한 지점에 이르면, 중력과 원심력의 동일한 작용으로 일정한 궤도를 그리며 지구 주위를 계속 맴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자신의 일상의 일정한 궤도에 올려놓도록 노력하자.


수많은 연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글씨체를 가졌다고 해서 펜을 놓으면 금방 원래의 글씨체로 돌아간다. 하루 10분이라도 새 글씨체를 써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글씨를 얻는 과정에서 발견한 꾸준함이나 노트에 적힌 멋진 글씨를 보면 예전 글씨체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예쁜 글씨를 뒤로하고 남에게 보여주기조차 부끄러운 글씨체를 선택하겠는가? 글씨라는 것을 평생을 두고 정진해야 한다는 가벼운 수양으로 생각하고 매일 짧은 명언을 써보거나 유명한 시집을 선택해 필사해 보자.


나의 근육과 글씨가

아주 조금씩 커지고 반듯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해 보자.


하루는 쉴 수 있지만,

절대로 이틀은 안 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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