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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01. 2024

필사는 빅뱅이다

2024.5.1. 수. 맑음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4p, 105p

내용: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라거나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냉혈한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볼 줄 알아야 남의 문제도 그만큼 잘 다룰 수 있다. 전문용어로 ‘미학적 거리두기’라고 부르는데, 타인을 빌어 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나와 타인을 동시에 아울러 이해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유성볼펜,원고지,12분,4명의 필우,정자체

https://youtube.com/live/VA7CiI0qVaE?feature=share


 필사는 내 방 귀퉁이에 있는 책상 위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다. 풍선이 공기를 빨아들이며 몸집을 키우 듯 필사도 시간이 흐르면서 부피를 팽창시킨다. 어느새 방 안 공기 무게를 바꾼다. 그 공기는 인터넷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개체를 통해 필우에게도 스며든다.


 맨 먼저 나에게 침투한다. 작가의 생각이 글씨로 형상화되어 눈동자에 새겨진다. 엄지, 검지, 중지의 협력으로 내쉬는 연필의 거친 숨소리는 고막을 진동한다. 독수리 타법으로 쓰이는 필우들의 수줍은 인사말은 동공을 반짝인다. 책 읽는 마른 입술은 방안 가득한 책 향기로 촉촉해진다. 필사의 모든 요소는 나의 감각을 깨우고 나만의 축제로 탈바꿈한다.


 이와 동시에, 정의할 수 없는 기운이 필우에게도 전파된다. 화면에 공유된 책 내용은 내 성대를 통해 퍼져 나간다. 살짝 떨리는 내 글씨를 통해 다시 한번 각인된다. 배경 음악 속에서 하나의 침묵 공동체가  되어 각자만의 방식으로 문장을 분해하고 조립한다. 그 결과는 자기만이 안다. 엄중한 질책이 될 수도 있고 가벼운 응원이 되기도 한다.


 서로 대화는 없지만 공감이라는 무형의 통로가 나와 필우들 사이를 잇는다. 나를 돌아 타인에게 이르는 무언의 격려가 서로를 관통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친구지만 우정의 무대가 펼쳐진다. 하루도 빠짐이 없기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의 동행자가 생긴다.


 필사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우주가 된다.


매일이 빅뱅이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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