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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11. 2024

'미스터 손글씨'_ 필우와 인연

2024.5.10. 금. 맑음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07p

내용: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만큼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게 없다. 주변에서도 내 좋은 모습과 장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라.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묵은 실수나 단점을 끄집어내는 사람과는 당분간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인간은 끝없이 타인과 얽히고설키면서

삶을 만들어가지만 결국에는 자기 땅에 발을 딛고 서야 하는 존재다. 나를 믿고 나에게 자양분을 공급해줄 사람은 나다. 그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주자.

7명의 필우, 원고지,싸인펜,반흘림체,18분

https://youtube.com/live/l8rG17Xk3mk?feature=share


글씨 유튜브 채널을 4년 이상 해 오고 있다. 지방 근무 중 일과 후 시간 낭비를 줄이고자 무작정 시작했다. 글씨는 어려서부터 갈고닦았기에 글씨 채널로 정했다. 공책과 붓펜, 스탠드, 자바라 거치대를 사서 기숙사 낡은 책상 위에 촬영 세트를 만들었다. 대본도 없이 영상 촬영을 했다. 동영상 편집도 스스로 갈고닦았다.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렇게 시작하고 적응했다. 계획 없이 시작한 것치고는 제법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운이 좋게, 채널 초기에 알고리즘이라는 파도를 탔다. 자음/모음 쓰기, 숫자 쓰기 영상이 추천되며 급격히 구독자가 늘었다. 실버 버튼은 따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큰 물결은 오래가지 않고 이내 잦아들었다. 고요한 바다가 되었다.


 먹방이 대세였다. 글씨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현실을 빨리 직시하고 목표를 수정했다. 살아만 남자. 포기하지 않으면 '미스터 트롯'처럼 '미스터 손글씨'로 글씨 열풍이 한 번은 불지 않을까? 그때 짠하고 나타나자.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자다.


 시간이 지나도 구독자 수는 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구독자 수에 몸을 살짝 떨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익은 하루 빽다방 커피 한 잔도 되지 않았지만 '꾸준함의 실천 무대 '라고 생각하며 그 끈을 놓지 않았다. 오늘도 필사 방송으로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알고리즘의 바다에 조용히 외쳤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유튜버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먼저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가족과 절친들 이외에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초기에는, 10만 유튜버를 꿈꾸며, 만나는 사람마다 채널명을 공유하고 구독을 강요(?) 했다. 다른 유튜브 채널 방방곡곡을 돌며 구독자 품앗이(?)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일임을 알았다. 허튼 일에 에너지 소비는 큰 낭비다.


 가장 큰 이유는 알려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자신과 관련된 일 외에는 크게 호기심을 품지 않는다. 애써 정으로 구독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랑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마누라 포함) 글씨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내 영상을 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볼 리가 없다. 그놈의 정 때문에 좋아요만 누르고 1초 만에 영상을 닫으면 내 영상은 재미없는 영상으로 유튜브에 낙인만 찍힌다. 조회수는 필요 없다. 내 영상에 감사해하고 진심 어린 좋아요를 눌리는 구독자를 원한다. 가끔 댓글로 서로 인사하고 글씨에 대한 소견을 나눌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 게 내 진심이다.


 감사하게도 4년 동안 채널을 해오면서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었다. 바로 필우들. 매일 필사를 같이 하기에 '필사하는 친구' 즉 필우라 부른다. 매일 밤 10시가 되면 인터넷이라는 넓은 그물망을 타고 한자리에' 모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한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필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관없다. 잠시 스쳐갔던 필우도 있고 매일 오지 않는 필우도 있지만 한 번 필우는 영원한 필우다.


 오늘 필사에서 작가는 '내 좋은 모습과 장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라.'라고 했다. 나는 이미 필우들과 실천 중이다.

 '돈 안 되는 유튜브는 왜 그렇게 열심히냐? 그 시간에 다른 걸 하지?', '요즘 글씨는 아무도 관심 없으니 구독자 모으기 힘드니 그만하는 게 어때?'라고 비아냥거리는 주변인 보다 내 글씨를 좋아하고 필사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나의 건승을 빌고 지지하는 필우들에게 정력을 쏟고 싶다. 나 역시 그들에게도 자양분이 되고 싶다.


과거의 필우,

지금의 필우,

앞으로 만나게 될 필우에게

선언합니다.


우정 변치 않겠습니다.

저와 같이 천천히 멀리 갑시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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