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쓰는 일은 사실 간단하다. 누가 무엇을 했다. 주어와 동사가 기본이다. 그것을 정확히 맞추어서 써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술어가 맞아떨어지지 않고 꼬일 수가 있다. 처음에는 5~6 단어 정도의 문장으로 써나가는 게 좋다. 길다 해도 열 단어를 넘지 않게 짧은 문장으로 쓰는 연습을 하자. 숙달되면 길게 써도 정확하게 쓸 수 있다.
글씨 유튜버라는 제2의 캐릭터로 2년을 넘기는 즈음이었다. 따분한 단순노동으로 여기는 책 베껴 쓰기는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였다.
반신불수가 가장 흔한 후유증이라는 뇌경색을 거친 후 깨어난 무의식 속에서 오른 손가락을 제일 먼저 까닥거려 보았다. '글씨를 앞으로 쓸 수는 있으려나'하는 기우에서 비롯된 무조건 반사행동이었다. 뇌의 연필 잡기라는 행동 명령이 손까지 전달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막힘없이 손가락은 펜 잡듯 집게 모양을 이루었다. 다행이었다. 뇌가 고장 나지 않았다. 하늘에 감사했다.
회복하는 길에서 필사를 결심했다. 거창한 이유들을 내세웠다. 하늘이 내리는 명령으로 그리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로 생각했다. 일상이 멈춘 나를 위한 소일거리를 부여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캐리어 끌고 다니는 불쌍한 인생에 활력을 선물하고 싶었다. 글씨를 예전처럼 잘 쓸 수 있음을 뽐내고 싶었다. 나 끄떡없다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서 아프기 전보다 글씨를 더 잘 쓰고 싶었다. 필사로 단련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작가는 글쓰기를 단순하게 시작하라 한다. 복잡한 형용어보다는 주어와 술어에 집중을 요구한다. 뼈대가 튼튼해야 근육이 섹시하게 자리 잡는다. 피부가 좋아야 화장도 잘 먹는다고 했다. 하체가 튼튼해야 피가 잘 돈다. 기본이 기본이다.
글씨도 같다. 글씨 교정도 쉽게 출발한다. 꺾기, 삐치기, 강약 조절 등의 화려한 기술보다는 곧바른 선 긋기로 시작한다. 가로선, 세로선, 동그라미가 전부다. 획이 정직해야 자음, 모음이 반듯하다. 자모음이 올 곳아야 한 글자가 구성지다. 찰진 한 글자들이 모여 조화로운 글자를 이룬다. 이는 곧 글씨로 모습을 드러낸다. 글씨체로 마무리된다. 곧은 선은 곧 글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