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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Jun 09. 2024

필사와 나비효과

필사 일기 2024.6.8. 토. 봄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21P

내용

현대에 들어와서는 더더욱 핵심이 맞닿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독자의 감각과 맞아떨어진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거구나’ 미리 알려주면 그걸 붙들고 계속 읽어나간다. 물론 중간에 그리고 사이사이, 마지막 순간까지 한 번씩 이야기의 맥락을 일깨우는 문장을 심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복선과도 연결되고 글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든다.

14분,3명의 필우,가로줄 노트,반흘림체,유성볼펜

https://youtube.com/live/Hu48qyNxY7U?feature=share

 나는 더 이상 펜을 가리지 않는다.


 필사에 사용하는 필기구는 날마다 다르다. 글의 내용에 따라, 요일별로, 글씨체에 맞추어 펜을 선택하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데로, 그날의 필(feel)에 따라 여러 펜 중에 하나를 고른다.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고,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글귀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어떤 펜으로 써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필사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쓸 때는 연필로 썼다. 두 번째인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는 샤프로. 세 번째와 네 번째 책, 나태주 시인의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과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모나미 볼펜을 사용했다. 다섯 번째 책, 이해인 수녀의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부터는 여러 가지 볼펜(중성, 유성)과 싸인펜으로 필사를 했다.


 연필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가장 흔한 펜, 미끄러지지 않아 초보에게 좋은 펜, 사각거림에 귀마저 즐거운 펜, 지웠다 쓸 수 있는 교정 그 자체인 펜인 연필을 구독자들에게 권했다. 내가 연필 글씨를 제일 잘 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나 역시 글씨를 실생활에서 많이 쓰지 않아 여러 종류의 펜에 익숙하지 않았다. 회사 생활에서 쓰는 펜들은 내 글씨와 맞지 않았다. 특히 모나미 볼펜은 많이 미끄러워 내가 원하는 글씨와 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필 외에는 예쁜 글씨를 쓰려하지 않았다. 연필 글씨만 점점 좋아질 뿐이었다.


 매일 필사를 시작하고 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연필로 한 권을 다 쓰고 나니 변화를 원했다. 가장 비슷한 샤프를 택했다. 샤프도 바로 익숙해졌다. 연필 못지않게 써졌다. 두 번째 책을 끝낼 무렵에는 어떤 펜을 써도 잘 쓸 수 있겠다는 근자감이 생겼다. 매일 글씨를 쓰면서 '글씨 체력'이 좋아진 이유에서였다. 익숙하지 않은 펜으로 라이브 방송에서 글씨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도전을 우선에 두었다.


 세 번째는 모나미 볼펜으로 결정했다. 제법 큰 모험이었다. 늘 흘려 쓰기만 했던 펜, 조금만 써도 배설물을 흘리는 곤란한 펜, 미끄러워 손가락에 두 배의 힘이 들어가는 펜의 선택은 꽤나 어러운 도전이었다.


 시 수 십 편을 적으면서 내 감성은 시의 언어에 젖어들었고 내 손가락은 모나미 볼펜에 적응했다. 모나미 볼펜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글씨에 녹였다. 같은 글씨체지만 연필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글씨. 필기구에 따라 글씨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 세상 모든 펜으로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흘렀다. 다시 새로운 펜을 찾아 문구점으로 향했다.


 이제 펜 바꾸는 것이 두렵지 않다. 마치 31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고르듯 다른 펜의 선택이 날마다 설렌다. 펜에 따라 달리 전해지는 글씨의 향기가 보는 일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변화하지 않았으면 맛보지 못했을 성장의 묘미.

두려움에 갇혔으면 고립되었을 내 글씨.

그냥 하면 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우친 선택.

나비의 날갯짓이 큰 태풍이 된다는 나비효과의 증명.


 이 모든 것은 필사에서 시작되었다.

연필로 한 권을 쓴 후 속도가 붙었다.

모나미 볼펜을 가지고 놀면서 정점을 찍었다.


큰 변화는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


손가락부터 움직이자.


대사랑


feat. 명필은 절대로 펜을 가리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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