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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Feb 28. 2024

정신과 약의 부작용이 아니라고요?

지난 며칠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공부하는 것의 시험이 있었고, 애들과 롯데월드를 다녀왔어야 했고, 시댁 모임이 우리 집에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엄청 심한 변비와 불면증으로 너무나 아팠다. 


특히 변비는 갑자기 배가 아프고, 똥꼬가 아파서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애 낳는 것보다 괴로웠고, 아팠고, 

결국 난생처음 변비약을 3알이나 먹고, 싸고, 토하고, 싸고 나서야 거동이 가능해졌다. 


그 와중에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시댁식구들이 다녀간 지난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에는 

정말 꼴딱 날밤을 새고, 낮에는 구토증상과 어지러움에 너무 괴로워서 수액이라도 맞아야 하나 병원을 갈 정도였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 수액은 못 맞았지만, 구토역제 약을 먹고, 겨우 밥을 먹고, 9시부터 곯아떨어져서 

지금은 또 컨디션이 좋긴 하다. 


그래서 오늘 정신과에 2주 만의 상담이 있는 날이기에 너무 좋았다. 


내심 이런 변비증세와 불면증 증세가 정신과약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일전에 처음에 발이 불안하고, 간지러운 부작용을 한 번 겪기도 했었다 ) 


그런데!!!


진찰 결과, 약의 부작용이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먹는 약에 그런 부작용은 보고된 바가 없으며, 무엇보다 1월부터 거의 2달간을 이미 복용했는데, 이제 와서 증상이 나타날 리 없으며, 증상이 나타났으면, 어제도 일찍 잘 자고, 오늘 컨디션이 좋을 일도 없기 때문이란다. 


그럼 나 왜 아팠지요?라고 물어보니 

"여러 이벤트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라고 정리해 주셨다. 


스트레스?


아마도 시댁 모임 때문이겠지


모임은 즐거웠다.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 안 받도록 그냥 다 반찬 김치 까지도 다 돈을 주고 샀고,

모임 전날에 가사도우미도 불렀고

남편도 내 기분 살살 맞춰주었고, 애들도 잘 도와주었다. 


모임 내내 시댁 식구들은 칭찬해 주고, 고맙다고 해주고, 그 누구도 언성높이는 일 없이 하하 호호 웃었으며

고급술도 한잔씩 하면서, 매우 화목하고 즐거운 가족 모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나는 왜 저리 착한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일까

나는 왜 이렇게 화목한 가족 속에서 힘들어하는 것일까

그냥 내가 생각을 바꾸면 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 

"그들이 착한 사람이겠죠. 하지만 그들이 00님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궁금해하지 않잖아요. 타인보다 가까워야 하는 가족이지만, 타인만치로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인데, 스트레스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구나....

지금은 어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나를 무시했건, 나에게 기본과 도리를 강요했던,

지금도 귀한 아들을 받들어 모시기를 기대하는 것은 여전한

그들이었지, 맞다 맞다


누구든지 화목하고 행복한 아름다움을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깨지는 않겠지만.

그 속에 나는 끼어있지 않음을 공고히 해야겠다.


내가 살기 위해서

스트레스로 말라죽지 않기 위해서 



***


남편이 말하기를 

"그나마 약을 먹고 있으니, 당신이 소리 지르고 물건 던지고를 안 하고, 이성적으로 잘 지낸 것이야. 

약 안 먹었으면 악쓰고 물건 던지고 울고 했을 거야. 그러니 약 잘 먹고, 잘 지내보자"


이제 내 병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남편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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