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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r 02. 2024

거울을 보고 씽긋 웃었다

아프던 몸이 낫고, 거울을 보니 내가 있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살짝 헬쓱해진 얼굴이 보였다.

괜히 예뻐보였다. 기분이 좋았다. 거울을 보고 씽긋 웃었다. 


거울을 보고, 나를 보고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중학생때였나, 고등학생때였다. 아마도 대학생때나 결혼 직전 제일 예쁘던 때였겠지. 


나를 보고 웃으니 기분이 진짜 좋았다.

순간 어떤 우울증 환자가 매일 웃는 셀카를 찍어 인스타에 올리면서 우울증이 나았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나도 그렇게 매일 웃는 셀카를 찍어볼까 생각이 들었다. 


아서라. 나는 인스타 같은 sns 를 무서워한다. 그냥 나도 모르는 내 잘못들이 들춰질까 무섭다. 

아무튼 그 정도로 거울을 보고 나를 보고 웃는 그 자체가 참 기분이 좋았다.


정신과 약의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적응이 된 직원의 도움 때문에 여유가 생긴 것일지도, 

다 큰 우리 아이들이 내가 없어도 할일 다 하고, 알아서 티비보고, 책 보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것들이 정신적 안정감을 준 것일지도,

이제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 기분을 챙기려고 하고, 내가 약을 먹는지 신경도 써주는 남편의 사랑 때문인지도,

자주 안 보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의 간섭에서 제대로 벗어났기 때문일지도,

적다보니, 참 돈 문제 빼고는 큰 걱정이 없는 나날들이구나 싶다.


약의 효과로 이런 나날들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약을 제대로 잘 챙겨먹은 것은 정말 난생처음이다.

애기들한테 항상 

아프다면 약을 먹고, 약을 안 먹는다면, 아프단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 스스로도 내가 아프고, 뭔가 불편하다고 느끼니, 열심히 약을 먹기로 다짐을 하고, 정말 이거라도 제대로 해야 삶이 나아질 것 같아서 열심히 먹고 있다.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로.


오늘은 아직 거울을 보지 못했는데.

혼자 엘레베이터를 탈때마다, 아침에 이를 닦을 때마다, 거울을 보고 싱끗 웃어주기 연습을 해야겠다.

더 이뻐지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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