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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r 09. 2024

늙은 여자에겐 아무도 웃어주지 않는다

공중 화장실에 대여섯살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혼자 있었다. 볼일을 보고 나온 아이는 혼자 야무지게 손을 씻더니 입구로 바로 나갔다. 아이는 화장실 입구에 서 있던, 아빠나 삼촌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달려가서 '나 혼자 잘 했지?' 라며 자랑을 하고, 남자는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동선이 겹쳐서 아이의 그런 모습을 다 보게 된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고, 아이는 당당하고 자랑스런 표정으로 내 미소를 보고 더 크게 웃어주었다. 


5살, 오줌만 잘 눠도 박수받는 아이에게는, 스무살, 눈부신 젊음의 아름다움에 어딜 가도 이쁨 받고, 박수 받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모두가 쳐다보는 스무살의 시절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실수해도, 맑은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고, 주변 모두가 허둥지둥 도와주러 와주던 스무살이 나에게도 있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항상 누군가는 쳐다봐주던, 눈이 마주치면 남자들은 눈을 피하고, 여자들은 웃어주던, 내가 봐도 눈부시던 젊은 아름다움이 나도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길다가 아줌마 소리에 고개가 돌아가고, 밝은 옷 보다. 검정이 더 잘 어울리고, 웃음이 어색한 딱딱한 중년의 늙음으로 포장된 내가 여기 있다. 


어제 꿈을 꿨었다.

이혼한 나는 전남편 앞에서, 어린 남자를 꼬시려고 부던히 애를 썼는데, 젊은 남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정중하게 거절하며 저리를 피했고, 전남편은 그런 나를 한심하게 보다가 자리를 떴고, 술집에서는 술취한 여자는 나가달라고 요구했었다.

나는 두 딸의 엄마였는데, 작은 딸이 그 사이에 실종이 되었는데, 나는 술에 취해, 딸을 찾으러 가지도 못해서 울부짓다 잠이 깼다. 


어릴 때는 10살 정도 연하까지는 꼬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연하는 커녕, 그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는 늙은 여자인 것을 내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꿈인가 싶어 매우 서러웠다. 


사실 어제 그제 매우 피곤해서 그냥 꿈자리가 사나웠을 뿐인데, 그런 꿈에 의미부여를 하다니...... 

좀 어이가 없는데......

꿈에서 깬 후에도 지금도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내가 생각해도 누군가를 유혹할 수 없는 나이, 상황 이란 것에 나는 서러움을 느끼나보다.

45살에 이런 서러움을 생각하는 것 자체도 어이가 없고, 

지금 이혼 한번 해본 적 없어서, 남편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것도 웃기고, 

암튼 꿈 하나로, 별 생각을 다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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