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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r 06. 2024

15년 만에 간 도서관

결혼하면서부터 도서관에 잘 못 갔었다.

신혼집이 짜장면 배달도 안 되는 외딴 시골이어서, 도서관에 가려면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나는 운전을 못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는 것을 잘 이해 못 하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바빴다.

장 보러 마트 가는 것조차 시간 내는 것을 어려워했으니

단 둘이서, 김치 냉장고 4 도어 짜리 하나 가득 김장김치를 채워 넣고, 한 겨울 동안 다 먹을 정도로, 먹는 찬 거리 사러 가기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결혼하면서 도서관가 멀어지고,

애 낳고 나서는, 어린이 도서관이나 기웃거리다가 말았었다.


생각해 보니, 도서관 자료 열람실에 가본 지가 15년이 되었더라......


남편 핑계, 운전 핑계, 육아 핑계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간절히 원했다면 어떻게든 도서관에 가고, 서점이 가지 않았을까 하고

하지만, 돈 500원, 100원을 셈하며 살던 시기에 "내가 가고 싶으니까" 하나의 이유로 아이를 떼네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 나는 용납이 안 되는 사람이었고, 그만큼 내가 안 원했구나 하고 말아야지 어쩌겠누.


도서관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오늘 15년 만에 도서관에 가서 성인용 자료열람실에 가서 책을 빌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연히 동네에 "희곡낭독회" 모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우 학원을 다니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는 나이기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큰 용기를 내고 회원가입을 하고, 이번 일요일에 첫 모임에 나간다. 그래서 희곡책을 하나 대여하러 도서관에 큰 맘먹고 시간 내서 간 것이다.

평일 낮에 도서관에 사람이 많고, 다들 조용하게 할 일에 집중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도서관의 냄새와 색과 온도가 너무 좋았다.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일단 책만 빌리고 뽈뽈뽈 나온 것이 아쉬웠지만. 한 70살 정도 되면 나도 저 안에 있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낯선 이들을 만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는 나이고, 무엇보다 어린 20대 예쁠 시절이면 어느 모임에 가도 웃으며 환대를 해줬는데. 다 늙은 40대 초라한 늙은 아줌마를 ( 다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일단 외모가... 좀 그렇다 ) 모임에 끼워줄 사람들이 있을지도 두렵다.


첫 만남에 다들 아줌마는 싫어요 할까 봐

또 나도 그런 모임에 에티튜드를 몰라서 실례할까 봐

긴장이 벌써 되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가보려고 한다.


성우 학원보다는 더 편하게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가보려고 한다.

이 참에 도서관에도 종종 가면 더 좋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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