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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y 04. 2024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 1/2

첫 번째는 "희곡낭독모임"이다. 


나는 친구가 없다. 내가 없앤 것도 있을 것이고, 나를 삭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신경이 많이 쓰이지도 못할 만큼 바쁘게 살고 있다. 마치 쉬지 않는 고3처럼, 사시준비생처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돈 벌고, 일하고, 애들한테 미안해하며, 더럽게, 열심히 살고 있다. 

그래도 시시각각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내 사회성은 정상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오로지 대화는 애증의 대상인 남편뿐인 것이 좋기도 하지만 싫어서 답답하다

등등의 생각으로 불편함이 있다.


나이 45살의 사회성 부족한 아줌마가 새롭게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이는 내 또래이면 좋겠고, 나처럼 바쁘게 돈을 벌면서, 남편과 애들이 있으며, 각자 서로의 독백을 나누며, 술이나 한 잔 나누고, 서로 섭섭해하지도 않고, 기대도 없는 시시껄렁한 친구를 만든다는 게 불가능에 수렴하는 것을 안다. 

이미 적어도 10년 이상의 인연을 나눈 사이가 아니면... 새롭게 시작하는 인연은 특히 나 같은 INTJ를 만나기엔 더 힘들겠지.


그래서 더욱 가벼운 인연을 찾아 동네 모임이라도 찾아봤다. 

처음에는 노래 모임을 찾아봤다. 모임이 아니더래도, 보컬 레슨이라도 받으면서,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면 신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보컬 레슨 시간을 맞추는 것이 비용을 떠나 쉽지 않았다


사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른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안 맞는다니, 돈이라도 있다니, 아니 돈이! 있다니!!! 

그래도 결론적으로 보컬 레슨을 받는 것도 어려웠고, 

대부분 기혼의 40대는 아예 안 받는 모임이 많았다. 내가 사는 곳은 마포구 홍대 쪽인데, 젊은이들의 동네라서 그런지 2-3곳의 노래 모음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가 1군데에서 괜찮다고 허락을 받아 가긴 갔는데. 다 같이 노래 부르는 모임이 아니라, 돌아가며 한 곡씩 부르는 노래자랑 같은 모임이었고, 특히, 모인 사람들의 연령, 나이, 외모 등등 모든 것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나는 그냥 놀고 싶었는데. 뭔가 오디션을 보는 듯한 긴장감이 들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화장실 간다고 하고 도망치듯 나와버렸었다. 


그 후, 페미니즘 모임, 독서 모임 등 당근이랑 네이버 카페 등을 중심으로 심심할 때마다 동네 모임을 찾아봤는데, 페미니즘 독서모임은 너무 가고 싶지만. 책을 읽지를 못하고, 모이는 시간대가 항상 근무시간이랑 겹쳐서 한 번을 가지를 못하고 단톡방에서 눈팅만 몇 달째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다 찾은 "희곡낭독모임" 딱 1번 참석을 해봤다.


희곡 낭독은 몇 번 해봤었다.

나는 문예창작학과 졸업생인데, 대학생 때 희곡/시나리오 시간에는 학생들의 작품 1개를 몇 명이 역할을 맡아서 낭독을 하고, 합평을 했었다. 나는 그때 편입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잘 읽는다며 간택을 당해서 역할을 맡아 즐겁게 희곡/시나리오를 읽곤 했었다. 


그때 생각이 나고, 1%의 로망인 성우, 연기에 대한 환상도 떠오르고 해서 모임에 가입을 했었다.


남편도 이번 모임은 매우 크게 응원을 해줬다. 


그렇게 참석한 지난달의 모임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다들 여성이었고, 연령대는 다들 나보다 조금씩 어렸지만, 나이가 문제가 되는 모임도 아니었고, 주제에 맞춰서 집중하는 시간이었으며, 무엇보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소리 내어 재미있게 읽고, 다 같이 집중해서 무엇인가 비생산적인, 지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나에게는 사치스럽고 반짝였고, 화려했다. 


아쉽게도 바로 출근을 위해 담소를 나누지 못하고, 일찍 일어섰지만, 

바로 다음에 시간이 날 때, 가려고 일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찾으면 찾게 되는구나

하고 싶으면 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이렇게 비생산적인 행위가 있어야 삶이 살아갈만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다음 모임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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