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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May 04. 2024

요즘 내가 좋아하는 것들 2/2

두 번째는 유튜브에서 더러운 것을 치료하는 영상이다.

고급스럽게 말했지만, 사실

피지 빼는 영상 -> 귀치파는 영상 -> 피지낭종제거영상 -> 내성발톱, 무좀발톱 치료 영상 순으로 점점 딥하게 영상에 빠져 보고 있다. 


사실 피지 빼는 영상은 쑉! 하고 나오는 게 시원해서 볼만했다. 

그런데 몇 개 보고 나니

왜 내가 남의 피지를 보고 있나

참 시간도 많다

이 시간에 설거지나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피지제거를 안 보다 보니 옆에 있는 피지낭종제거 영상으로 손이 가는 기현상이 생긴 것이다. 


피지낭종제거 영상은 더 흥미로웠던 것이 무려 "의사 선생님"이 직접 수술하는 영상이기 때문이었다. 

수술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으며, 신기했다. 

조선시대에는 의사가 그다지 높은 계급이 아니었다고 듣긴 했었지만, 실제로 영상을 보니 특히 외과의사는 정말 힘든 일이구나 싶었다.

피고름을 째고, 만지고, 봉합하는 일련의 과정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특히, 나는 세라이사부 라는 의사 선생님의 영상을 거의 다 봤는데, 그분은 잘 낫게 하기 위해서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고름, 낭종 등을 빼내고, 고름주머니를 쑉! 뽑아내고, 봉합을 하셨다.

작은 구멍에서 찐득한 고름을 힘주어 빼고,

실 같은 고름주머니입구를 작은 핀셋으로 잘 잡아서, 피부와 결합된 부분을 작은 가위로 조금씩 잘라가면서, 조금씩 고름 주머니를 차근차근 빼내는 그 섬세한 손길과 

마지막에 그 작은 구멍에서 고름주머니가 쑉! 하고 나올 때의 쾌감은

여느 스포츠 못지않게 쫄깃하고 긴장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남편은 으으윽 하면서 그런 드러운 영상을 보내고 했지만

엉덩이 부분 수술 장면에서는 아.. 내가 왜 남의 엉덩이를 보고 있지 돈을 주는 것도 아닌 게 싶었지만

고름이 쭉쭉 나오고, 고름주머니가 쑉! 하고 나오는 그 쾌감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다 그 영상을 다 보고

지금은 발톱영상을 보고 있다. 


발톱은 의사도 아니고, 일개 민간자격증 소지자들의 영상이기에

매몰차게 말하면 "야매" 이기에 처음에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또 피지낭종을 다 보고, 본 것을 또 보고 나니 지겹다 보니

옆에 나란히 뜨는 발톱을 안 볼 수가 없더라 


그냥 한 번 볼까? 하는 생각을 클릭하는 순간

지금 한 2일째 발톱에 빠져있다. 


야매일 수 있어도, 병원에서는 뽑거나, 약을 주는 것으로 치료를 할 텐데

발톱 하나하나를 정성 들여 갈고, 자르고 뽑고, 약 발라주고 하는 일련의 행위가 참 고맙더라. 

심각한 발톱은 나이 드신 분들도 많았는데, 80대 90대 분들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내가 다 고맙고, 깨끗해진 발톱을 보면 내가 다 시원하고, 그래서 계속 보게 된다. 


부작용은

보다 보니... 나도 관리를 받고 싶어졌다.

나는 발이 무좀은 아닌데 각질이 좀 있고 ( 병원에 가서 무좀 확인 했는데 무좀 아니라고 했다 ) 

예전에 내성발톱을 뽑은 적이 있어서 그 흔적도 좀 있고 (재발은 안 했다)

새끼발톱은 2개로 갈라져서 조금 길면 뽑히고 피도 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양말을 신고 다니고, 여름에도 맨발에 샌들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영상 속 분들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콤플렉스랄까...


관리숍에 가서

깨끗이 씻겨주고, 각질제거해 주고, 마사지도 조금 해주고, 발톱 손질, 패디큐어 받고

손도 매니큐어 받고 하면 매우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남편은 당장 가라고 이제는 돈이 있다고 했지만.

손톱 매니큐어 발라본 지가 결혼식날이 마지막이었으니......

매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비용이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1-2시간 내는 것도 애들한테 미안하고 

이번주 내내 새벽 1-3시에 귀가하는 주제에 이런 사치는 너무 사치다 싶은 마음이랄까...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상 속 관리는 거의 시술에 가까운 영상이어서

나처럼 어중간한 발은 어디다 문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암튼 요즘  

내 어둠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영상 조회수를 보건대

나 같은 사람이 몇만 명이 있다는 것에 매우 매우 큰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사는데 큰 위안을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발톱도 거의 다 봤는데 이제 몰 봐야 하나?

이제 치과치료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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