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결국 대구탕에 소주를 마시지 못했다
집에서 소맥을 말아먹었는데
어찌나 술이 달디 단지, 심지어 숙취도 없고, 너무나 상쾌하게 잠을 잘 자서
1달 만에 아이들 아침까지 챙겨주었다.
그래도 신의 계시인 듯
대구탕에 소주는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결국 결정했다.
오늘은 애들 둘 다 9시까지 학원이 있고, 둘이 함께 있는 날이다
어제처럼 둘째가 엄마 빨리 와 하지 않는다
밥도 햄버거 시켜준 것 배불리 잘 먹었고,
어차피 매일 12시 1시에 들어간 것
11시쯤 들어간다고 무슨 일이 나지 않는다
남들처럼 남편이 애들을 봐주고
정말 편하게 자유부인이면 좋겠지만
나보다 더 바쁜 남편은 오늘도 12시까지 근무이다.....
불쌍한 사람
미안하고 눈치 보여 진짜 양껏 빨리 일을 8시 30분에 다 끝냈다
양심적으로 편하게 놀아도 된다 이거다
결혼 15년 동안 남편에게 애들 맡기고 자유부인 단 한 번을 못했었다.
이제 애들이 컸으니 나 혼자 얼마든지 자유부인 할 수 있다
함께 집에 있어봤자
같이 티비나 보던지
눈에 거슬리는 것 혼내기나 하겠지
애들 자면 혼자 홀짝이는 건 마찬가지이고
그러니 나 오늘은 애들 생각 말고 혼자 대구탕에 소주 말아먹어도 괜찮다 이거다
자꾸 괜찮다고 당위성을 말하는 걸 보면
엄마의 양심이란 것이 콕콕 튀어나오나 본데
나의 식욕과 알콜욕이 오늘은 모든 것을 이기는 날이다
나! 할 수 있다!
진짜로!
9시에 딱 나갈 거다!!
봐라 봐라 나 할 수 있는지 못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