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망생 성실장 May 08. 2024

240508 - 15번째 진료... 못 갔다

애들만 두고, 매운탕에 소주 한잔하고 집에 가도 되나?

여태껏 정말 성실하게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었다.

물론 중간에 1-2일 깜빡할 때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매우 성실한 환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결국 진료를 가지 못했다.

잠을 자느라...

얼마 전 결국 직원을 없애고, 내가 투잡을 뛰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장 1과 사업자 2를 오가고, 새벽 3시까지 마감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새벽 3시에 잠을 자다 보니 아침에 11시까지 잔다.

애들 밥도 못 챙겨주고, 애들은 부모가 자는 사이 알아서 학교에 가는 현실이다.

( 그리고, 애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와도 부모는 없고... 저녁도 햇반에 반찬 먹고... 배달보다 차라리 햇반이 더 낫다고 하는 애들에게 미안할 뿐... )


암튼 

그러다 보니 아침 10시에 예약한 진료를 가지 못했다.

전화하니 다음 주 화요일이나 돼야 진료가 가능하단다. 

내일이나 모레는 내가 시간이 안되고......


스스로에게 한심하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일에 집중하는 내가 좋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일하는 게 좋다. 인정받는 것 같고, 사회인이 된 것 같고, 어릴 때부터 여자도 일해야 한다고 배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난이 두려워서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매우 즐겁다.


문제는 내가 여자이고 엄마라는 것이다. 

남자이고 아빠였다면, 우리 남편처럼 애들 생각 안 하고 새벽 3-5시까지 일하면 당당하고 뿌듯하고, 

"내가 말이야! 이렇게! 멋있는 희생하는 아빠라고!"라고 소리치겠지만.


엄마인 나는

"너희를 위해 일하지만, 밥도 못 차려도, 빨래도 제대로 못해줘, 항상 집에 없어서, 아플 때 병원에도 데리고 가주지 못하고 너희들만 다니라고 해서 미안해"

라고 항상 죄인이 될 뿐이다. 


그런 결과

"애들 밥도 못 차려주는 아침에, 병원 따위 가려고 일찍 서두르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있어서... 일단 그냥 자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남은 약이 3일 치 밖에 없는 것을 보니.. 걱정스럽기도 한다. 

어쨌든 약이 활력을 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하니까...


**


그런데 오늘 진짜 바빴다. 정말 엄청 바빴다.

그러다가 폭풍이 지나간 듯 지금은 매우 한산하다..


애들은 집에서 햇반에 외할머니가 주신 반찬으로 대충 저녁을 때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사업장 앞에 있는 대구탕집에서 혼자 대구탕과 소주 1병을 하고 싶어 죽겠다


초등4학년 중등 1학년 애들만 맨날 두고 새벽까지 일하는 주제에

일이 없으면 집에 일찍 가서 애들을 봐야 하는데

어디 감히 이런 욕망을 고민하는지...

이런 생각 자체가 엄마가 해도 되는지..


근데 정말 소주 1병 너무 하고 싶은 날인데.. 

애들 앞에서 마시는 것보다는 마시고 들어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ㅋㅋㅋ

쩝쩝쩝


참고로 오늘 먹은 것은 카페라테와 아이스아메리카노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240423 - 14번째 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