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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그럴 돈이 어디 있느냐

by 지망생 성실장

어릴 때, 아빠는 종종 "돈있으면 바람필지도 모르지, 조선시대였으면 내가 현감이야. 그럼 부인 2-3은 있었어. 남자들 돈 있으면 바람피는 거야" 라고 농담이랍시고 이무렇지 않게 자주 말하곤 했었다.

종갓집 종손인 아빠는, 그렇게, 딸만 낳아 눈치보며 구박받는 아내에게, 딸로 태어나 아깝다는 말을 듣는 딸들에게 점수가 깍이곤 했다.


진짜, 아빠에게 돈이 있었으면 바람을 폈을까?

내 나이 45살, 아빠랑 엄마가 함께 지낸 세월이 47년인데, 아마 아빠는 100억이 있어도 돈이 아까워서 바람을 못 폈을 것 같다.

돈이 얼마가 있던,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하기에, 백억이든 천억이든 아빠는 돈 없어서 바람 못 필 사람이다.


아빠는 가족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사랑했지만, 표현이 매우매우 부족한 사람이다.

70이 훌쩍 넘은 아빠는 지금 일하는 딸집에 와서,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사위 빤스, 손녀 브라자까지 다 개주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심지어 아빠는 꼭 집에서도 빨래를 직접 해주는데, 아는 누군가가 빨래를 세탁기에 넣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엄마대신 빨래를 꼬박꼬박 직접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 외에 설것이나 청소 등은 절대 안하시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아내를, 딸을 손주를 사위까지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남편의 취미는 같이 영화, 드라마 보기 인데.

한동안 부부의 세계를 보며, 사빠죄아 ( 사랑에 빠진 것은 죄가 아니잖아 ) 를 보며, 막 욕하고 흥분했었더랬다.


그때, 우리들은 진지하게 불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불륜을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빚에 허덕이고, 아이들 학원비도 아끼고, 애들 양말하나 사는 것도 고민할 판국에, "돈을 쓰면서" 바람을 핀다면, 그것은 절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자식이 없다면... 법적으로 신경쓸게 많아서 그렇지, 바람을 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식이 있다면, 사랑이고 나발이고, 자식입에 밥 한술 더 넣어주고, 자식에게 양말 한짝이라도 유산으로 남겨줘야 할 판국에, 허튼데 돈 쓰고 다닌다는 것은 나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인 것이다.


남편을 사랑하고 안하고, 그런 것은 둘째고, 정말 철저하게 돈만 보고도 나는 이미 상상만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서 남편에게 허튼데 돈 쓰면 다 찢어죽일거야! 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남편은 웃으며 "일단, 우리 둘이 24시간 붙어 있으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을 미리 상상하지 마라. 그리고 그럴 체력도 돈도 정말 다 없다. 시간있으면 잠이나 자고 싶다. 너무 피곤하다" 라고 했다.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란 맹세까지는 하지 않았다.


암튼, 그런 점에서

거꾸로 만약에 불륜으로 돈을 받아 온다면?

진지하게 우리는 한 20억 정도 위자료를 줄 정도의 내연남, 내연녀를 만난다면,

서로 웨딩 도우미를 하면서 새 삶을 응원하고, 20억으로 자식들과 새출발 하기로 했다.

박수치며, 춤추며 보내주기로 했다. 집값이 내려가면, 10억까지도 이 금액은 내려갈 수 있음에 합의했다.


번외로 남편은 고아라 라면 돈과 상관없이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대신 그럼 차은우라면 보내달라고 했다.

서로 악수를 하며 협상을 마무리 할 때.

적어도 나는 20억 + 고아라 + 차은우 를 살짝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지하게 우린 협상을 이뤄낸 것이다.


20억! 10억! 그래도 서로가 10억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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