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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건물이 팔렸다?

by 지망생 성실장

내 건물이면 좋겠지만.. 내가 세 살고 있는 건물 이야기이다.

얼마 전, 건물주가 건물을 내놨다고 하면서, 계약이 끝나고, 새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장사를 처음 시작한 곳이고, 몇 년간 정도 들었지고, 무엇보다 장사가 잘 자리 잡고 있는 중이기에 건물을 내놨고, 새로운 주인의 결정에 따라 나가야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집은 이사하면 그만이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면 그만이다.

줄여서 이사를 가더라도, 속상할 수는 있어도, 어쨌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장사는... 이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돈을 벌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니까. 그리고 기존의 터에 닦아 놓은 고객들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사실상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밤을 세워 인테리어를 하고, 공사 중, 한켠에서 쭈그리고 자던 그 시작을 다시 해야 한다니......

게다가 더 좋은 위치는커녕, 비슷한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장사를 하면서 어떻게 임장을 다녀야 하나......


나름 몇 년 동안 열심히 한 것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위안이 될 만한 것은 100억대의 건물이기에 하루아침에 팔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비싼데 몇 년은 걸려야 팔리겠지. 팔리는 것도 몇 달은 걸리겠지, 새 주인이 우리 한 번도 월세 밀린 적도 없고 한 점을 사서 그냥 세값만 조금 올리고 계속 있으라고 할 수도 있겠지 등의 생각이었다.


첫 신혼집이 시골이었는데, 시골 주택이라 파는데 딱 2년 걸렸었다. 얼마 하지도 않는 집 한 채 파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데, 100 억대면 5-6년은 걸리겠지 싶었다. 실제로 건물주도 한 5년 걸리지 않겠어요? 큰 거래인데라고 위안하듯 말해주었다. 하긴 그래도 100억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리 큰돈을 가진 자들이 몇 명이나 있을라고.


그런데!! 어제 건물주가 "비보가 있어요. 아마 팔릴 것 같아요. 어제 보러 간 분이 아주 긍정적이시네"라고 웃음을 감추며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고야... 이렇게 빨리? 2-3달 만에?


사실, 그동안은 우리 장사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것만 생각했는데.

막상 팔리네 마네 하니까

어떤 사람일지가 더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이길래, 100억짜리 건물을 턱 하니 산다고 할까?


그리고 생각해 보니, 그러네 지금 건물주도 어쨌든 100억 건물을 가진 분이시네.. 그동안 너무 편안하고 친근하게 잘해주셔서 좋은 대표님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100억 건물주셨네.

그리고 둘러보니 사방팔방에 100억, 50억 70억 수백억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들도 결국은 누군가의 소유이구나...... 법인 회사든 뭐든 대표는 1명이니까. 건물 하나하나 마다 그렇게 주인이 부자들이 있구나 싶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집 하나당 주인이 최소한 1명은 있고,

건물 하나당 주인이 최소한 1명은 있는 것.

주변에 건물주가 없어서, 건물주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한사람, 외계인처럼 딴 세상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건물주도 사람이고, 지나가는 평범해 보이는 누군가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건물을 가지고, 세를 받고 살 수 있을까?

물론 저~~~~기 저~~ 멀리 단군시대부터, 부족장이었던 사람의 자손들이 대대손손 한 자리 차지하고, 돈을 모아 지금의 건물주까지 된 금수저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그중에 자수성가한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어떻게 그렇게 장사를 사업을 잘하셨을까? 부럽고 궁금하다.


지금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도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분인데 장사가 잘 돼서, 아예 내 건물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알아보는 분이라고 했다. 그 장사가 우리 장사와 업종이 같아서 아마 쫓겨날 가능성이 높고 말이다 ㅠㅠ


같은 장사를 하는데, 누구는 건물을 살 정도로 잘 되고

누구는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에이그.....


암튼

새삼 깨달은 것은 세상은 넓다.

내가 장사하는 것의 10배 100배의 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그 거래도 다 똑같이 진행되는구나

별 거 없구나

그리고 그래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더더더 노력하고, 실행하고,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아직은 물려받은 것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노오력 밖에 없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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