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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꿈은 투다리의 꼬치를 배터지게 먹는 것

by 지망생 성실장

배가 고프다

무엇을 먹을까

몇달째 밥을 안했다.

애들이 방학을 하면 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애들이 늦잠자니 아침밥 생략

아침 겸 저녁은 빵이나 라면,

저녁은 외할머니가 해주신 반찬이랑 햇반 또는 배달식 이다


사실 방학이니 양심적으로다가 밥을 하긴 했는데

2인분 밥을 해도, 애들이 안 먹고 라면먹고 버티는 통에 밥이 썩어 나가니 포기했다.

친정 엄마가 1주일에 1번 와서 밥을 해주고 같이 먹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아직 애들이기도 하고

애들이건 어른이건 누군가가 차려주고, 같이 먹어줘야 밥을 챙겨 먹게 되는데

알아서 꺼내 먹어,

알아서 챙겨 먹어 한 마디만 할 줄 알 뿐

아침부터 새벽까지 가게를 지키다보니 미안할 따름이다.

( 하지만 애들한테는 절대 미안한 티 안내고, 돈 버느라 어쩔 수 없다. 맞벌이는 다들 이렇게 산다 라고 뻔뻔스럽게 행동하고 있다 )


암튼

그럭저럭 애들은 햇반이랑 먹어도, 외할머니 손길이 닿은 반찬을 하루에 한끼니는 먹이고 있는데

나와 남편은 그냥 다 사먹는 거다.

짜장면, 라면, 김밥, 토스트, 우동, 돈까스, 떡볶이, 서브웨이, 햄버거, 치킨

이 메뉴를 돌려가며 하루 1식 또는 1.5식 을 하고 있다.

하루 종일 굶다가 3-4시에 첫끼니, 밤 12시에 두번째 끼니......


오늘도 이삭토스트 하나 먹고, 밤 9시가 되었다. 배가 고프다.


쪼끼쪼끼 같은 호프집에서 갖 튀긴 치킨을 앗뜨거 하면서 바사삭 한 입 먹고,

씨원한 생맥주를 꿀떡꿀떡 넘기고 싶다.

배달오느라 다 식은 치킨 말고

치킨 집에서 막 튀겨준, 마카로니 뻥튀기와 같이 먹고 싶다.


아니 아니다 사실은 진짜 먹고 싶은게 따로 있다.

투다리의 꼬치 이다.


작은 접시에,

많이 보이게 담았지만 사실은 쬐끄만 꼬치 몇개 담긴 접시 하나가 2만원

솔찍히 한 입에 한꼬치식 털어 먹으면, 5분이면 순삭이다.

그게 2만원

쬐끄만 꼬치 3-5개에 만원씩......

길거리에서는 커다란 꼬치가 2-3천원 많아야 5천원인데......

그런데 투다리 만의 꼬치 맛이 있다.

특히 염통꼬치 는 진짜 맛있다.


솔직히 비싸서 마지막으로 투다리에서 꼬치를 먹은 것은 5년 전이다.

그리고 5년 동안 돈 생각나서 가지를 못했다.

그때는 무슨 호기로 가서 모둠꼬치 랑 염통꼬치를 일단 먹었는데. 그 이상은 돈 생각에 더 먹지 못했었다.


사실 투다리 꼬치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3차로 가서

입맛만 돋구는 거고, 술 마시러 가는 것이기에

안주로는 그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맛있단 말이다.

술안주는 둘째고

그 꼬치를 배불리 먹고 싶단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10접시는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럼 20만원??? 어휴... 돈이.. 돈이...


그래서 먹고 싶어도, 감히 도전을 못하고, 찝찌름하게 먹을 바에야 아예 안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한 20만원 30만원 쓸 자신 생겼을 때,

투다리에서 그 정도 돈을 편하게 쓸 정도로

진짜 부자가 되었을때

가서 푸지게 먹을 생각이다.

그때까지 투다리가 꼭 있어야 할 텐데.


나에게 부자는

파리바게트 샌드위치를 돈 생각 안하고 편하게 먹는 것과

투다리 꼬치를 배부르게 먹는 것이다,


어째... 다 먹는 것이네... 역시 돼지는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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