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터넷에서 배운 것 - 신복위

by 지망생 성실장

나는 인터넷으로 대화하는 법, 대화할 때 맞장구치는 법, 남의 집에 가서 예의범절 차리는 법 등등을 배웠다. 그 결과 대화하는 것이 더 어려워서 친구를 더 사귀기 힘들어졌지만. 그리고 혹시나 실수할까 봐 남의 집에는 진짜 안 가고 있다. 거꾸로 우리 집에 오면 그냥 다 괜찮다. 나야 워낙 드럽고, 지저분하니까 편하게 있게 가라고 하고, 설거지도 손님이 가면 그때 하는 스타일이다.

암튼 인터넷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중, 내 인생을 살려준 가르침이 있다. 바로 "신용회복위원회"이다.


전 재산을 사기를 당했을 때, 카드 대출까지 받아 사기꾼에게 갖다 받쳤더랬다. 카드대출을 갚지 못하자 당연히 독촉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눈앞이 캄캄하고,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었다. 부모님께는 차마 부끄러워 말을 못 한 것도 있지만, 사기꾼에게 돈 날렸다고 도와달라고 해봤자 도와주실 분들이 아니기도 하고, 설령 돈을 주셔서 카드빚을 한 번에 갚는 식의 도움을 받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일단은 말씀을 드리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 가슴을 치면서 한숨만 쉬고 있었다.

너무 돈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동사무소 긴급 도움을 신청할 수 있을까 싶어 갔더니, 친정 부모님이 자기 집이 있는 부자시니 도움을 줄 수 없다. 이혼을 하고, 재산이 없다면, 주거비 도움 1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는 정도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때,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던, 다음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 당시 내 기준으로는 세상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다 모여있는 카페였기에, 카드 5개 회사의 대출 독촉을 이겨낼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냥 주변인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니 답답하기도 해서 큰 기대까지는 아니고, 위로라도 받으려고 글을 썼었더랬다.


그 글의 댓글에 "신용회복위원회"에 찾아가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지역마다 있으니 꼭 연락을 해보라라고 누군가가 말을 해줬었다.


신용회복위원회? 그게 뭐지?

19살 대학교 1학년때부터 신용카드를 만들어 단 한 번도 할부도 안 써보고, 연체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기관이었다. 하지만, 이름부터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나 같은 카드 대출을 갚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기관인 것 같았다. 바로 인터넷을 뒤지고, 공부를 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정말 우리 부부같이 대출을 받았으나,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기관이었다.

연체 60일이 지나면 프리워크아웃, 연체 90일이 지나면 워크아웃을 선언해 주고, 카드사, 은행 등에게 반강제로 권고를 줘서, 대출을 하나로 묶고, 좀 깎아주고, 5년 인가? 장기로 매달 일정 금액을 갚을 수 있게 해 주고, 빚을 다 갚고 5년 후인가 암튼 시간이 지나면 신용불량 기록도 삭제해 주는 좋은 기관이었다.


모르겠다. 내가 이런 신용 불량자가 아닐 때에는

그런 개인 빚을 왜 갚아주느냐. 다 세금 나가는 거 아니냐.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나라가 왜 도와주냐라고 생각했었을지도...


하지만, 정말 사기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기관이었다.


우리 부부는 인터넷의 그 누군가의 도움으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갈 수 있었고,

다행히 1 금융권의 카드 대출 연체만 있었기에, 프리워크아웃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프리워크 아웃을 하기 위해서는 연체가 60일이 되어야 하는데, 연체 30일 정도밖에 안되었을 때라. 1달을 더 돈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려야 했었다. 미리 프리워크아웃을 말하면 못하게 할까 봐. 전화독촉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돈이 없다고 말하며 5천 원씩 입금하면서 읍소하면서 한 달을 힘들게 보냈었더랬다.


그리고 프리워크아웃이 시작될 때, 독촉 전화도 안 올 것이며, 장기간 갚을 수 있고, 돈을 갚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 것에 우리 부부는 두 손을 잡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살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했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신용회복위원회를 몰랐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돈이 없고, 매일매일 카드사 3-5 군데서 돌아가며 전화가 오는 것은 핏줄이 곤두서고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었으니까.

일상생활을 해야 일을 해서 돈을 갚을 텐데. 신용이 없으니 일도 못하게 계속 전화를 해대는 통에, 진짜 돈을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간다.


여러 삶의 지혜,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게 도움을 준 인터넷 커뮤니티였지만. 그 모든 것 중에서 신용회복위원회를 알려준 것은 정말 사람 목숨하나 살리게 해 준 큰 도움이었다.


우리 부부는 프리워크아웃을 받고, 그때서야 친정 부모님께 이실직고하고, 친정부모님의 육아 도움과, 친정 엄마로부터 1천만 원가량 도움을 받아 일어서기 시작했다. 한 번 빚을 갚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빨리 갚을 수 있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다 잘 극복했다.


올여름에는 동해바다에 지역의 작은 호텔로 휴가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모든 것이 다 인터넷 덕분이다.


내가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이지만

신복위를 찾아낸 것 하나로 까방권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 나보다 힘든 사람 그리고 "나와 정말 비슷한데, 이겨내고 잘 살고 있는 사람"이 꼭 있더라

힘들다면, 인터넷 어디라도 여기저기 나 힘들다 아프다 떠들기라도 하면,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참지 말고, 여기저기라도 떠들기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신용회복위원회도 사채나 대부업체는 못 도와주니까. 빚은 제1금융권만 지는 것을 꼭 명심하는 게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0억 건물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