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전화로 물건을 파는 일을 한다고 말했을 때, 주변의 모든 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왜 네가 그런 일을 하느냐? 의 눈빛이었다.
많은 이들이 내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논술강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하지만
1. 나는 기본급이 필요했다 - 논술강사의 기본급은 매우 낮고,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받는 인센구조인데 그런 불확실한 급여 체계보다는 안정적인 자리가 필요했다
2. 주말과 밤늦은 시간 일이 불가능했다 - 아무리 엄마가 아이들을 봐준다고 해도,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엄마도 육아가 체질은 아닌 분이시기에 너무 죄송했다.
3.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최대한 머리를 안 쓰는 단순한 업무, 그동안 했던 일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영업직이지만 기본급이 최대로 보장되는, 공휴일 쉬는 것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영업이 뭔지 잘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취미로 읽은 심리학책을 읽을 때, 세일즈의 기법 같은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을 뿐
주변에 영업을 하는 사람도 한 명도 없었고, 만난 적도 없었기에 사람들이 영업직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의 말로부터 알 수 있었다.
영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름 잘 판다고 칭찬받으면서 신나 있을 때.
내가 파는 상품의 단점을 잘 몰랐을 때
내가 파는 상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내 상품의 장점을 말했었다." 그때 나는 1개쯤은 무료로 줄 수 있었기에, 좋다고 생각하면 무료로 상품을 줄 생각도 있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금 나한테 영업해요?"라고 말했다. (심지어 가족이라고 볼 만한 사이인데)
그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 이게 영업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구나......
사람들이 영업을 하고, 장사를 한다고 하면 갖는 선입견이 이런 거구나
아무대서나 물건을 팔려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고
손해 안 보려고, 주변인들을 속이고
그런 악착같은, 속이는, 주변 사람들을 돈으로만 보는
그런 이미지가 영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구나......
그래서 언니도 엄마도 아빠도 속상해했구나. 친한 친구들이 말렸구나......
나는 그 후로 10년째 영업/마케팅 을 하고 있는데.
주변인들에게 절대 영업을 하지 않는다.
내 상품의 타깃팅이 아니기도 하지만, 영업질 장사질이나 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 굳이 당신들에게 안 팔아도, 알아서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만 팔아도 먹고 사니까 ]
영업/상담/마케팅을 10년째 하고 있는 나는 나름의 영업 철학이 생겼다.
1. 팔 필요가 없고, 광고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 편하다
물건이 좋으면, 광고를 많이 안 해도 된다.
물건이 좋으면, 입소문은 당연하게 난다.
물건이 좋으면, 그냥 소개만 해도 된다.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된다.
그런 점에서 사은품 등이 과하게 붙은 것은 물건이 자신 없는 것일 경우가 많다
2. 타겟팅 중요하다
타겟이 아닌 사람에게 광고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타겟이 확실한 사람에게 파는 것이 더 편하다
3. 마케팅 광고와 영업은 붙어 있다.
마케팅 광고 홍보를 진짜 열심히 봐야 한다.
고객은 여러 매체를 통한 광고를 보고, 그 광고와 영업사원의 말이 동일한지 확인만 하고 구매를 한다.
여기에서
마케팅이나 광고가 약하면, 손님에게 처음부터 수업하듯 교육을 해줘야 하니 영업이 길고 힘들어진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광고가 80% 영업은 20%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영업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으로 해야
상품도 귀하고 비싸게 팔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영업사원은 수시로 회사의 홈페이지, 광고 등을 연구하고 공부하며, 회사 방침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의외로 회사 홈페이지도 잘 안 들어가는 영업사원이 있더라)
4. 단점은 꼭 말한다.
모든 기관은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보호원도 그렇고 각종 민원들도 고객의 말이 우선이다.
그래서 환불도 매우 쉽다
그러니
약점이 된다 싶은 것은 더 강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
환불하느니 안 팔아야 한다
환불 나오면 멘탈이 흔들리니까 말이다
5. 팔아야 한다 보다 알려드리는 방식으로 상담을 해야 한다
이거 팔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면 잘 안 되더라
이 고객이 이걸 모르니 알려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하면
날 무시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화가 되며, 좋은 결과로 잘 되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고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니까 )
암튼
결론은
영업은 영업을 해야 하지만, 시야를 넓게 가지고, 고객을 찾아, 좋은 상품으로 안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내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팔아야
자신감도 가지게 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그냥 오래간만에 자부심이 매우 떨어져서 나의 자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이런 글을 써봤다.
지금은 콜 영업은 안 하고 대면 영업을 내 장사를 하고 있기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내가 가진 최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