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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수당 연봉 협상

by 지망생 성실장

남편사장님이 또 나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바탕 크게 또 욕지거리를 하며 싸울 뻔했는데, 다행히 남편사장님이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해서 마무리되긴 했지만.


싸움의 이유는 "급여" 때문이었다.


처음 나는 "무급가족종사원"이었다.

남편이 개인사업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남편의 일을 돕게 된 것이다. 그때 어린이집에 맞벌이 서류를 내면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가족 무급 종사원을 인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식당을 하는데, 자식들이 별도로 월급을 안 받고 일을 돕는 경우, 그 자식은 "가족 무급 종사원"이 되어서, 돈은 못 받지만 일하는 것은 인정받는 그런 처지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식당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남편의 일을 "월급을 못 받고" 도와주고 있으니, 나는 가족 무급 종사원이었던 것이다.


그 후, 곧 나는 다른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남편의 일을 돕다 보니 진짜 힘들었었다. 그때 남편이 "월 200만 원" 꼬박꼬박 챙겨줄 테니 본인 사업에 올인하라고 했었다.


월 180만 원-210만 원 사이의 급여로 생활을 꾸역꾸역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한 달에 200은 있어야. 아이들과 라면이라도 사 먹고, 소세지 반찬도 가끔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남편이 나에게 한 달에 200만 원의 돈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처음에는 없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 있다며 몇 달을 꼬셨고, 남편이 망하면 다시 콜센터 들어가지 머 하는 심정으로 결국 남편의 꼬임에 넘어갔던 것이다.


그 후, 거의 5년을 남편이 주는 200만 원으로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가 한 번 싸움다가 내가 진짜 빡친 날이 있었는데,

남편이 "내가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주잖아"라는 대사를 날렸기 때문이었다.


생활비? 생활비~~?

와... 그동안 나한테 생활비를 줬다고 감히 생각하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그때 진짜 눈이 돌아가지고 악을 악을 쓰면서 화를 냈었다.


"당신은 나에게 급여를 준거야. 나는 당신 회사에서 아침부터 퇴근 시간도 없이, 애들도 혼자 내버려두고 일을 했어. 잡코리아 기준으로 월 25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당신이 남편이니까 나는 월 200만 원의 급여를 받고 일을 한 거야.

당신은 나에게 생활비를 준 적이 없어. 생활비를 줬다고 말하고 싶다면, 나는 전업주 부였어야겠지. 하지만 나는 일을 했고, 일한 만큼의 급여를 받았을 뿐이야. 생활비를 당신은 준 적이 없어! 당신만 가장이 아니야! "


라고 악을 악을 썼었더랬다.


남편은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럼 내가 당신에게 준 돈은 사장으로서 직원에게 준 월급이고, 내가 남편으로서 생활비를 준 것이 아니란 것이야?"라고 물었더랬다.


"그래! 나는 가족이지만 유급 종사원인 것이야. 내가 노동을 해서 사장한테 받은 정정당당한 돈이야. 살림비를 받은 것이 아니야!"


남편은 그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그때 며칠간의 싸움과 대화 끝에, 남편은 내게 매달 주는 월 200만 원은 월급이란 것을 인정했고, 대신 추가로 월 50만 원을 더 주면서, 이것은 남편으로 아내에게 주는 생활비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랐다.

내 직업이 잡코리아 기준으로 180만 원~250만 원 사이의 급여를 받고 있으며, 내 경력등을 비교했을 때. 월급여가 짜지만 현실적이란 것에 나는 납득을 했고,

그때부터 나는 월급으로 200만 원 받고, 남편에게 생활비를 50만 원 받는 맞벌이 주부가 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유치한 싸움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이런 명분, 서류상의 구분이 너무나 중요했다.

정말 생활비를 받는 것으로 인정하면, 애들도 밖으로 내돌리면서 한, 나의 노동행위가 하나도 인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인정도 못 받는 일을 왜 애들을 힘들게 하면서 해야 하는가?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내 인생을 위해서도,


사실 내가 다른 회사를 다니면,

어이고 출퇴근 힘들지? 소중한 월급 당신이 알아서 써, 내가 생활비는 별도로 줄게, 아이들도 내가 더 볼게, 가사 노동도 조금 도와줄게

라고 생각이 바뀔 가능성과 함께

"경력"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그런데, 남편회사를 다니니까

애들 내버려두어도 괜찮아

출퇴근 내가 다 차로 태워주는데 뭐가 힘들어

살림을 도와줄 힘도 없고, 그냥 너도 하지 마, 드럽게 살자...

이런 꼴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남편 회사를 다닌 것은 경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 사장님의 능력을 믿고, 가족을 위해서 나는 남편 회사를 선택한 것뿐이다.


그런데, 내 노동을 무시하고, 월급을 줬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생활비를 줬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암튼 이 싸움으로 남편은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고, 나를 더 제대로 된 직원으로, 동업자로 인정을 해줬으며, 나는 생활비 50만 원씩이나 받는 호사를 시작하게 되었기에

우리 부부에게는 기록에 남는 싸움 중에 하나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사업장 2에 직원이 빠지게 되었다. 사업장 2를 시작할 때, 나는 결코 관여하지 않겠다고 정말 정말 다짐을 했었지만. 2-3년 운영 결과. 그나마 믿을 직원은 나뿐인 것을 서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사업장 1의 실장과 사업장 2의 대표로 2탕을 뛰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일을 했는데. 남편이 먼저 돈을 더 준다고 했다. 교통비를 준다는 것이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몇 달 나는 교통비 + 내가 일하게 되면서 애들 배달음식 시켜서 오바된 생활비를 계산해서 30만 원을 더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달란데로 30만 원, 50만 원 , 20만 원 등등 돈을 줬었다.


그런데!!

어제!!

남편이 갑자기 교통비를 더 준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이 다 태워주는데, 왜 교통비가 이렇게 많이 나오냐며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나는 진짜 교통비가 맞느냐. 업무가 늘었으니 그에 따르는 추가 수당으로 그냥 30만 원 정도는 줘야 하지 않느냐 따졌다.


그러자 남편이

"일을 잘 못하는데 ( 남편기준 실수가 잦고, 서류에 구멍이 많은 것은 인정한다 )

무슨 추가 수당이냐!

일을 잘해야 수강을 주지"

라는 것이다


어허!


"일을 잘하건 못하건, 기본급이란 것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시간을 더 투자해서, 추가로 업무를 배웠고, 업무를 실행하고 있다. 교통비가 아닌, 기본적으로 일한 값은 기본값은 추가로 줘야 한다"라고 따졌다.


이에 남편은 또다시

"일을 잘해야 돈을 주는 것이다. 일을 이렇게 못하면, 필요 경비 외에는 돈을 줄 수가 없으니 서류를 제출하라"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눈꼬리가 올라가며, 입이 튀어나와서

"그런 것이 어디 있느냐. 알바생을 고용했을 때 일 못해도, 그 시간에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최저시급은 준다. 나는 월 30만 원은 꼭 받아야겠다. 그리고 잘하면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라고 화가 나서 다다다다 말을 했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내가 월 30만 원 주면 기분이 좋아지겠어?"

라고 말했다.

나는 냉큼 "응"이라고 했다.


남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럼 추가수당을 인정할게, 너는 업무가 늘어났으니 추가 수당으로 월 30만 원을 더 받을 거야.

그 안에서 교통비등을 감당해. 대신, 이제 보너스는 없어, 일을 진짜 퍼펙트 하게 잘해야 인센티브, 보너스가 생길 거야"라고 정리를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업무가 추가되면, 당연히 돈을 더 주는 것이 맞다. 게다가 일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근무시간이 2배로 늘었는데. 월 30만 원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협상은 끝났다. 억울했다.


그러면서


아... 이렇게 부인에게도 악독하게 굴어야 사장이 되는 것인가?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일을 배우는 사람이 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처음에는 돈 받지 말고, 일을 배울 생각으로 회사에 임해야 한다"라고 했던 어떤 사장의 글이 생각났다. - 그 회사는 지금도 잘 나가고 있을 것이다. -

정말 진심으로 일을 잘 못하면 기본급도 아깝고 주기 싫은 마음이 있어야

악덕 사장의 짠돌이 마음이 있어야 사장이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든 뭣이든 사장은 다 똑같다. 악독하고 지독하다!

나는 그런 대표가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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