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하고 약하면 온 몸이 아프다.
모든 병의 원인이 괜히 스트레스가 아니다.
나는 외로움으로 산후우울증을 얻었으며,
사기를 당한 이후, 당뇨와 메르니에증후근과 트라우마를 얻었다.
그런데 당뇨나 우울증같은 만성 질병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정하기 싫다는 것과
치료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바로 나아지지도 않고,
치료를 안한다고 해서 바로 확 나빠지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우울증도 늦게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서 그나마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는데
당뇨는
사실 요새 당뇨약을 잘 안먹고 있다.
아이들 앞에서 정신과 약이 당뇨약이라고 속였는데
당뇨약을 먹으면 그건 또 무슨 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밥때가 워낙 들쑥 날쑥이라 어느 장단에 맞춰서 약을 먹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정신과 약은 약을 먹으면 잠도 잘 자고, 안 먹으면 또 바로 성욕도 들끓고 지랄지랄 소리도 지르고 하니까
챙겨먹게 되는데
당뇨약은 안 먹는다고 딱히 뭐가 보이는게 없어서 더 게으르게 된다.
그래도 어제 불쑥
정신과 약은 지난 6개월간 그렇게 열심히 먹어놓고
당뇨약은 왜 안먹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엄마 말 마따나. 실명되고, 발가락 썩어서 잘라내고 해야 정신차리면 안될텐데......
아직 티가 안날 때, 늦지 않았을 때 잡아야 할 텐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약통을 하나 샀다.
정신과약, 당뇨약 함께 약통에 넣고 먹으면 애들은 그냥 당뇨약인지 알겠지?
약통관리 잘 하면서
이제 당뇨약도 잘 챙겨먹기로 마음 먹었다.
감사하게도 아직은 시간이 있고, 감사하게도 내가 알고 있으니
이제는 당연하게도 시작할 일만 남았다.
약이 있는 것을 감사해하며 먹어야하는데
약 먹는 것을 다짐하는 나는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인 것이냐
그러니 사치스런 핑계는 그만대고
이제는 약을 열심히 먹기로 한다.